통일 좌담회

▲ 대북정책과 통일운동에 대한 좌담회가 열렸다. 곽진영 한겨레중·고등학교장, 정인성 문화사회부장,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국장(왼쪽부터).
새해를 맞아 본지에서는 원기100년의 의두로 '남북평화 통일'의 아젠다를 선정했다. 급변하는 북한체제와 동북아 정세 등이 예측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 분단된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며 거시적인 맥락에서 남북평화 통일을 조명해 봤다. 이번 주에는 통일 좌담회를 통해 남북교류 개선과 통일운동의 방향을 모색했다.(편집자)

지난해는 남북 모두 대화의지를 밝히고 상호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작 성과는 미미했던 한 해였다. 김정은 북한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4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말했고, 1월16일 국방위 중대제안을 통해 남북간 정치군사 의제를 논의하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뒤이은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에게 흡수통일과 북한붕괴 시도로 간주됐고 북한의 정치군사 회담 제의는 한국에게 진정성 없는 평화공세로 받아들여졌다. 서로 대화를 원하면서도 상대방의 대화제의는 거부하는 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북정책과 정상회담, 통일운동을 좌담회로 진단해 봤다. 좌담회에는 본사 나세윤 편집부장의 사회로 정인성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곽진영 한겨레중·고등학교장,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 요즘 한국의 통일담론 방향과 분위기

: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통일대박이 되기 위해선 진척이 있어야 하는데 진척은 안 되고 논의만 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통일 논의의 확산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논의의 확산뿐만 아니라 남과 북이 교류가 되어야 한다.

: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면서 종북몰이 또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젊은이들의 통일에 대해 관심도를 높였다는 생각이 든다. 조계종에서는 통일담론을 구체화시키겠다고 발표했는데, 공존과 상생, 합심이라는 키워드로 불교 통일선언을 하고 담론을 형성해 나갈 계획인 것 같다. 좋은 생각이라고 평가한다. 한편으로 우리 교단도 통일에 대한 많은 발언들이 있었다. 직접적인 발언으로는 정산종사, 대산종사, 좌산상사께서, 간접적으로는 소태산대종사의 발언이 있었다. 그것을 우리사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진척시키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가 풀어낼 과제라고 생각한다.

: 한국 사람들은 명분을 많이 찾는다. '70주년이다, 삼세판이다' 이런 문화적인 감성의 특징에 짜맞추기도 한다. 표면적인 통일담론과 그 내부적인 담론은 차이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외교적 국가통치차원에서 의견이고, 내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더이상 미래로 나갈 희망이 없다고 본다.

- 광복70주년을 맞아 남북 정상들의 신년사가 주목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정상회담을 언급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그에 대한 화답을 해서 내심 급물살을 타겠구나 싶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남북이 한반도에서 통일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동북아정세, 세계정세를 잘 살펴야 한다. 결국은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를 가지면서 정상회담을 이뤄내야 한다.

: 우리가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차원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인데, 정상들은 뭐가 이익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할 마음이 있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남북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있다. 우선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건드리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 정상회담은 희망사항일 뿐 어려울 것이다. 설령 드라마틱하게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건 의미없는 정치적 쇼나 주도권 싸움의 이슈에 불과하다. 단계적 절차, 분위기의 성숙도도 좋지 않을 뿐더러 정상회담이 곧 통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다. 세계 주변과의 관계, 점진적 방향의 교류, 이런 것들을 함께 쌓아야 정상회담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 어떠한 형태로든 금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내년이 되면 총선이고, 내후년엔 대선이다. 선거가 없고 임기가 적당히 남아있는 이 때 정상회담을 비롯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좋은 시기다.

: 시기는 그렇지만 2년 동안 지도자로서의 지도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통치패턴을 보면 시기에 맞춰 통일정책을 성장시키지 못했다. 일회성 이벤트의 정상회담이 될 확률이 높다. 앞으로는 점진적 발전이 가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저변확대에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종교계나 시민사회의 통일운동은 어떤가

: 시민사회쪽에서 말하자면 남북관계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접촉과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시민차원의 통일 운동이다. 현재 종교쪽 교류는 된다고 할지라도 이벤트적이고, 지속적 교류는 안 되고 있다. 인도적 지원부분도 마찬가지다. 결국 접촉과 교류를 통한 신뢰회복, 화해회복이 완전히 막혀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사항에서 신뢰를 통해 점차적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지만 3년차인 지금도 진척이 없다. 지난해 통일대박론 이후로 이야기는 많이 되고 있지만 실제적인 교류나 접촉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알려야 하고, 둘째 민간차원에서 남북교류를 실현시키기 위한 활동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 종교계는 상대적으로 만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때도 다른 분야가 막혀 있을 때 우리는 제3국에서 접촉을 했고, 2011년 7대 종단 수장들이 평양을 방북해서 상호교류를 위한 합의서도 발표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도 국제회의나 WCRP, ACRP 회의 등 국제기구를 통해서 종종 만나고 있다. 종교가 이런 만남을 유의미하게 하려면 종교라는 민간진영의 만남이 여타의 분야까지 확산되어 접촉면을 더 넓혀가는 활동이 돼야 한다. 학술과 문화, 종교로만 제한되어 있어 안타깝다.

- 교단100년을 맞이해, 통일운동을 선점해 가야 한다.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면

: 통일에 대한 교리가 잘 정리되어 있는 종교는 원불교가 거의 유일하다고 본다. 불교나 기독교는 외래종교이고, 우리는 민족자생종교이기 때문에 민족에 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역대 종법사께서는 통일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방법을 내놓으셨는데, 우리 후진들은 그것을 잘 정리하거나 통일론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것을 큰 과제로 삼고 올해 한민족한삶운동본부에서 여러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 같은 출가입장에서 홍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교단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분노도 생긴다. 재가 출가는 통철히 반성해야 한다. 선진들께서 대의명분뿐만 아니라 구체적 로드맵까지 말씀하셨는데도 발전시키지 못했다. 교단에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일부터 해나가자. 독일의 시민운동처럼 소수가 모여서 광화문에서 기도를 하든, 토론을 하든 시작해야 한다.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북한을 돕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시해보자. 비정치적인 농업이나 교육, 환경쪽으로 방향을 바꿔보자.

: 동의한다. 한국 통일을 바라는 한 사람, 시민운동가로서 종교의 역할이 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종교의 역할은 삶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역사를 보면 3.1운동은 천도교의 역할이 컸으며, 해방 이후는 기독교가 새로운 비전을 줬다. 남북의 통일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조타수가 필요할까. 우리 사회는 경제정책, 원칙, 이념의 기준이 없어 혼란스럽다. 이때 종교는 철학과 신념, 삶의 가치를 부여해줘야 하는데, 남북 모두 공감하는 삶의 방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원불교가 민족종교로서 해냈으면 좋겠다.

: 통일, 민족단일화, 세계평화, 낙원세계 건설 등 한민족 평화운동을 시리즈로 나눠서 교단의 언론매체에서 정규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현재 다른 종단의 성직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언론매체가 잘하고 있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담론을 진행하고 종법사를 비롯한 선진의 철학도 담아내서 통일론에 대한 이해의 시각을 넓혔으면 좋겠다. 탈북자 범죄같은 부정적인 점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부분과 예측까지 다루자. 통일문제는 매우 긴 차원에서 종교인들이 함께 해나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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