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금걸식(負金乞食)'이란 말이 있다. '등에 금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걸식을 하러 다닌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원불교 100년을 맞이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회상에 입문해 사은사요 삼학팔조의 바른 공부길을 만났음에도 이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성스러운 미래를 향하여'란 경산종법사의 신년법문은 크게 '마음공부로 부처가 되자'는 자신성업봉찬, '교법을 세상에 두루 전하자'는 교화대불공, '자비무량교단을 이루자'는 대자비교단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는 원기71년 대산종사의 '교단체제'에 대한 법문과도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대산종사는 '공부위주 교화종, 교화위주 사업종, 사업위주 인류종, 인류위주 사생종'을 강조하며 공부를 해야 진정한 교화가 되는 것이며, 그러한 교화라야 참다운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 공부를 더욱 화두 삼아야 한다. 이러한 때 주목해야 할 결과물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원광디지털대학교의 '마음공부지도자과정'과 원불교대학원대학교 '마음공부전문가과정'이 그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국가가 인정하는 민간자격증을 부여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단지 마음공부를 지도할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교육과정이 매우 전문적이고 실질적이어서 더욱 희망적이다. 지난해 12월27일 원디대 마음공부 지도자 자격검정에는 39명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입교한 지 오래됐지만 교리전반에 대해 이렇게 상세하고 순서 있게 공부를 하지 못했다. 공부를 하고 보니 이제야 교단이 보이고 스승에 대한 보은의 심경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간 우리는 재가교도들에게 체계적인 교법의 훈련을 소홀히 해왔다. 단순히 법회 설교와 몇 차례 훈련만 가지고 교화자를 양성하려는 것은 인과적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더 들어가보면 출가교역자의 내적역량에서 기인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원디대 원불교학과 과정을 보면 15명의 교수진이 원불교학개론, 대종경, 원불교교사, 마음공부개론, 정전교의론, 원불교제도와 법규, 원불교예전, 불조요경, 설교학, 불교학개론, 원불교낙원가정론을 온라인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제 원무, 정무, 회장단, 단장 등 재가교역자들에게 원불교학과 과정을 우선적으로 이수할 있는 정책적 접근과 장학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화역할에 대한 논의의 장을 서둘러야 한다. 더 나아가 예비도무·덕무들에게도 교법에 대한 선행학습의 기회를 부여할 때 교화력을 담보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공부를 더욱 화두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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