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유지에서 자기계발로, 새로운 노인 일자리

▲ 경기도 화성의 노노(老 No!)카페는 만 60세 이상 바리스타들을 고용하는 실버카페다.
만족 높은 실버바리스타, 기술·자본 필요없는 실버퀵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 사회 건강에 중요한 노인노동

그곳엔 '엄마가 내려주는 커피'가 있다. 편안한 미소와 유쾌한 인사, 멋진 유니폼의 '실버바리스타'들의 공간, 검증된 실력은 기본이요, 저렴한 가격은 덤인 경기도 화성의 '노노카페'다. '老 No!' 즉,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늙음을 단호히 거부하고 진취적이며 아름다운 노년을 성취하자는 의미의 노노카페는 전국 많은 지자체에서 배워가는 화성시의 명품브랜드다.

화성시는 일찍이 장애인과 고령자 등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이웃에게 집중해왔다. 특히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증가하는 노년층에 대해 화성시는 생계나 복지를 넘어 여가생활과 자기계발, 즉 높은 수준의 행복을 추구했다. 만60세 이상 실버바리스타의 '노노카페'는 이러한 연구 끝에 나온 결과로 2009년 남부노인복지관에 1호점으로 시작, 현재 20호점까지 오픈한 상태다.

2012년 9월 문을 연 화성시청점은 7호점이다. 시청 근무에 맞춰 월~금요일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문을 연다. 금요일, 카페에는 유니폼에 멋진 모자까지 쓴 네 명의 바리스타들이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커피를 좋아했지만 나같은 늙은이가 할 수 있는지 몰랐지요. 그러다 우연히 노노카페에 갔는데, 나보다 더 나이든 바리스타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꼬치꼬치 물어봤죠."

이유야 제각각이라도 노노카페 커피를 내리려면 100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자격증을 들고도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배치되며, 각 호점별로 3교대, 2교대 등 규칙에 따른다. 이렇게 20개의 노노카페에서 일하는 실버바리스타들이 150여명, 주 60시간 미만 노동에 최대 32만원 소득이라는 제한된 조건이지만, 삶이 완전히 업그레이드되는 변화를 맞고 있다.

"손주들이 '할머니 어디 가?'하면 '바리스타 하러 간다'해요. 그럼 손주들이 눈을 반짝반짝하죠. 카페에 와서 '할머니!' '우리 할머니 멋있다!' 하면 얼마나 뿌듯하고 기분 좋은데요."

노노카페를 담당하며 '바리스타 선생님들'의 아들이자 동생의 역할을 하는 화성시청 김지석 노인정책팀장은 "노노카페는 실버바리스타 어르신들뿐 아니라 카페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인식도 전환시켜 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농수산대학에 위치한 카페는 대학생들과 소통하며 세대갈등 완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어 인기 있는 카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노노카페처럼 노년층의 자기계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지는 한편, 참신한 아이디어로 노인들에게 꼭 맞춘 맞춤형 일자리도 등장하고 있다. 작년 12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문을 연 '아파트택배배송점' 개소식은 얼어붙은 세말(歲末) 어르신들에게 희망이 됐다.

구청과 택배기업, 아파트가 손을 잡고 설립한 아파트택배배송점은 단지에 온 모든 택배를 한 곳에서 받아 분류, 재배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제까지 배달원이나 아파트 관리인, 입주자가 했던 일인데, 이 배송점으로 노인들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어르신택배팀'은 1일 12시간을 3개조로 나눠 택배를 분류하고 가정까지 배달하며, 40만원 정도의 급여와 성과급을 받는다.

이보다 앞서 서울과 경기 일대에는 빠르고 정확한 지하철을 이용한 '노인지하철택배'가 확산된 바 있었다. 만65세 이상 무임탑승을 이용한 어르신들의 지하철택배는 별다른 기술이나 자본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며, 하루 5~6건 정도, 한번에 1~2km를 이동하는 경우 대략적인 수입은 약 60만원. 일명 '실버퀵'이라고 불리며 착한 소비, 공정한 소비의 필수조건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는 점점 그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다. 노인일자리는 노동인구 비율과 책임면에서 그 간극을 좁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곧 우리 사회는 한 사람의 노동인구가 두 사람의 소득없는 노인을 부양하게 된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세대 갈등이나 노년빈곤층 문제들이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

이에 우리 사회는 노인일자리 종류와 분야를 늘려 다양한 기관과 정책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현재 실행되고 있는 직업도 공공분야와 민간분야 총 60개에 달한다. 또한 앞으로도 '노인일자리사업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계속해서 늘려갈 전망이다.

공공
분야
공익형 미래세대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지역사회 및 재활용 폐현수막 재활용/폐의약품회수
녹색환경 관리 자전거 보관관리 및 수리/친환경 EM 활동
지역사회관리 지역사회 환경개선보호/문화재관리
공공질서 계도 주정차질서/지하철이용질서 계도/스쿨존 교통
공중이용 시설관리 도서관/생활근린시설/
공공의료기관 및 복지시설 관리
기타 지역 특화 묘지상담도우미
교육형 학습지도 강사파견 1-3세대/노-노교육/체육건강 강사파견
전문해설 및 안내 숲생태/문화재 해설
기타 지역 특화 노인일자리 모니터링 등
복지형 소외계층 돌봄 독거노인/거동불편노인/장애인/생활시설이용자 돌봄/노인학대예방/청소년 보호/지역아동센터 연계
가족친화 다문화가정/한부모가족 지원
주거환경 개선 주거환경 개선
문화복지 문화복지
민간
분야
인력파견형 일회성파견 시험감독관/가정도우미/지역일손도우미/
기타(모델, 주례/ 번역 및 통역 등) 파견
지속파견 주유원/경비원/청소 및 미화원 파견/식당보조원
시장형 일자리지속 공동작업장운영/지역영농/특산물제작 및 판매
수익창출 식품제조 및 판매/매장운영/공산품제작 및 판매/아파트택배/지하철택배/세차 및 세탁

현재 실행 중인 어르신 일자리사업은 60여종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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