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실패한 후 다시 경제적인 안정을 찾게 된 원기94년경 조단법의 말씀이 보다 구체적으로 살아났다.

수없이 봤지만 예전에는 스치고 지나쳐버린 말씀들이 하나하나 살아나 마음으로 들어오니 "대종사께서 밝혀준 대로 조단을 운용하면 100년성업이 실로 거룩하게 살아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할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각자의 처지와 발원을 따라 단을 구성하고 거기에 단장을 가하며, 그 단장들의 단에 또 단장을 가하는 이 간단한 조단 원리는 연마하면 할수록 신기했다.

'각자의 처지와 발원을 따라 단을 구성한다.' 이 뜻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저절로 활력이 생긴다는 원리였다.

거기에 '단장을 가하면'이란 조목이 있어 지자본위가 절로 된다. 지자본위를 하려면 지자를 찾아내야 하고, 지자를 길러야 하고, 지자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각자의 공부를 향상시키고 사업을 촉진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한 묘방이 또 어디 있겠는가. 또한 처음 발원하는 사람은 그 단의 중앙이 되어 '중앙은 땅을 응한다'는 의미도 실답게 살려낼 수 있다.

〈정전〉 법위등급 중 특신급에는 '우리의 교리와 법규를 대강 이해하며'라는 조항이 있다. 그리고 상시응용주의사항에는 '노는 시간이 있고 보면 경전 법규 연습하기를 주의할 것이요'라는 조목이 있다. 이렇듯 '법규 연습'은 조단법의 바탕이 된다.

대종사께서 제정해준 조단법은 전 세계를 전반세계로, 미륵세상 용화회상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다. 뿐만 아니라 교화, 정치, 문화, 사회 전반에 혁신을 몰고 올 새로운 교화시스템이다.

그러니 조단법이 살아나면 "앞으로 우리 회상의 발전 속도는 과거 회상보다 몇 천 배 이상이나 빠를 것이다"고 했다. 나는 대종사의 말씀을 우리 눈으로 목격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조단법을 이 시대에 맞게 구현할 수만 있다면, 원불교는 전혀 새로운 교단, 주세교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군다나 나는 수요선방을 만들어 최희공 교수(고려대학교, 원남교당)를 지도위원(단장으로 모심)으로 하고, 많은 인연들 속에서 은혜를 경험하였다.

그 경험은 조단법이 살아나면 어떤 일이라도 못 이룰 것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대종사께서 밝혀준 조단법을 내가 만일 살려낸다면 그것이야말로 '방언공사'이며 '백지혈인'이라고 서원했다. 나는 원기100년 전에 이 조단법이 실시되면 전혀 다른 모습의 원불교 2세기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미친 듯이 그 일에 매달렸다.

그런데 막상 시도해 보니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막막한지를 알게 되었다. 하루는 너무나 막막하여 허공을 붙잡고 씨름을 해보기도 하고, 사은님에게 이보다 더 허망한 일은 없을 거라고 하소연해 보기도 했다. 조단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어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일을 수행할 직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책임을 맡겨준 사람도 없으니 모든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했다.

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매달렸다. 허공과 씨름하던 막막한 심경이 어느 날은 손톱으로 바위를 긁어서 구멍을 내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비빌 곳이 생긴 것이다.

<원남교당 (주)이주넷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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