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

"이번 방북이 단지 한 개인의 고향방문을 넘어 남북이 같이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998년 6월16일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이 말을 남기고 500마리의 소떼와 함께 판문점을 넘었다.

소떼방북은 한국정부가 펼치는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정치적 이벤트였다. 그리고 기업과 기업인이 남북관계 변화를 이끌어 가는 교류의 주체로 나서는 사건이기도 했다. 소떼방북은 1998년 금강산 관광과 2003년 개성공단사업 등 남북경제협력의 큰 줄기로 이어졌다. 금강산 관광은 휴전선의 동쪽 끝을 뚫었다. 2008년 중단될 때까지 190여 만 명의 남측주민이 북측을 방문하고 관광을 할 수 있었다. 개성공단은 휴전선 서부지역을 터서 2014년 현재 125개의 남측 기업이 입주하였으며 북측 근로자 5만5천여명과 남측 근로자 900여명이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60년 이상을 적대관계로 지낸 남북이 하루아침에 신뢰관계로 변할 수는 없다. 꾸준히 교류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하면서 상호의존성을 키워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더구나 경제협력은 남과 북 모두에 꼭 필요한 당면한 현실이기도 하다.

북한은 낙후한 경제를 회복하고 성장을 도모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직접투자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외국기업이 섣불리 투자하기가 어렵다. 남한의 기업 말고는 대규모 투자를 해줄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도 같은 입장이었다. 중국이 1978년 개방을 시작하고 경제특구를 지정하여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려 했지만 막상 죽의장막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은 많지 않았다. 이때 화교 기업가들이 큰 역할을 했다. 화교 기업가들은 개혁개방초기부터 고국 중국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대만, 홍콩, 동남아지역 화교자본이 외국인 투자액의 60%를 넘었다. 화교기업인들은 개혁개방 초기 자본주의를 중국에 가르치고 중국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의 중재자와 안내자의 역할도 했다. 중국은 화교자본과의 경제협력 과정에서 자본주의 거래관행을 학습할 수 있었다. 북한에 대한 투자는 국내의 성장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남한 기업에게도 중요한 기회이다. 남북경제협력은 서로에게 상생하는 길이다.

하지만 금강산관광은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멈췄고, 우리 정부의 5.24 조치로 모든 경제협력사업이 중단되어 있다. 유일하게 개성공단만 가동 중이다. 이 여파로 평양내륙지역에서 사업하던 1000개에 달하던 기업들은 대부분이 도산하거나 휴폐업했다. 참 답답한 현실이다. 남한의 기업인이 신명나게 남북교류의 주체로 나서게 해야 한다. 그것이 남북관계 발전의 진정한 동력이다. 이를 위해 남북한 정부 모두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원칙을 세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진정 남북관계의 발전을 원한다면 그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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