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꾸며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핵 문제로 여러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불행한 삶을 이어간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탈핵문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향후 한국도 그 불행한 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위험한 핵 문제에 대해 한국사회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세계의 핵 발전소 중 3개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대선때면 모든 후보들은 핵 발전소 문제를 주제로 정책공약을 내세웠으며, 국회의원들은 직접 나서 탈핵 의원모임을 만들어 각종 공청회나 토론회를 주최했다. 정치 관계자들도 연이어 일어나는 핵발전소의 사고를 보며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부산울산환경연대는 환경법회와 더불어 생명평화탈핵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태양과 바람 등 대체 에너지가 빛을 발하는 세상, 그리고 뭍 생명체들이 더불어 생존하는 세상을 희망하며 걷고있는 부산울산환경연대의 생명평화탈핵 순례를 소개한다.

▲ 일본 후쿠시마를 비롯한 세계 500개 남짓한 핵 발전소 중 3곳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그 이후 세계 곳곳에서 핵 반대 시위가 확산됐다.

오전 10시. 서생기도터에 11명이 모여 기도식을 가졌다. 개회를 시작으로 입정, 영주(7독), 생명평화탈핵 순례기도문, 법신불전 헌배, 일원상 서원문, 청정주(7독), 법어봉독으로 진행했다. 서생기도터는 토성교당 심청정화 교도께서 희사한 임야에 자리 잡았으며, 고리원자력발전소와 해돋이로 유명한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기도터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동안 생활했던 〈월든〉의 소박한 오두막집을 연상시킨다.

"생명평화탈핵 순례 하는 날을 가장 먼저 휴무일로 잡습니다. 일에는 좋은 일과 좋아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일이라 생각하여 원불교 활동을 했습니다. 순례를 하면서, 그리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생명평화탈핵 순례가 좋아하는 일이 되어서 고맙습니다."

첫 발제를 맡은 고효선 교도의 말이다. 지난해 9월13일, 3차 순례를 마친 후 기도 후에 30분 정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자고 결의했다. 김익중 교수의 〈한국탈핵〉을 시작으로 레이첼 카슨의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3번 째 책인 〈슬로우 이즈 뷰티풀〉을 읽고 소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위대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동시대를 살았던 캐서린 맨스필더는 함께 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책읽기의 기쁨은 두 배가 된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나눈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 기쁨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늘 생각해왔다.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이 6개월 후로 연기된 가운데…." 부산울산환경연대 대표인 장명주 교무가 날씨가 추워진다고 장갑, 목도리, 방한복에 심지어는 방한화까지 챙기라고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이다.

"생명! 평화! 탈핵!",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순례를 시작할 때는 반드시 구호를 외친다. 요즘은 더 진화된 3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광등을 듣고 길지기 역할을 하는 내가 '생명, 평화, 탈핵'이라 소리치면 다른 분들은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를 외치는데 '살리고' 구호가 점점 높아져서 마지막을 크게 외치는 것이 3단 구호다.

▲ 부산울산환경연대는 생명체들이 더불어 생존하는 세상을 희망하며 생명평화탈핵순례를 하고있다.

걷기 시작해서 1시간 정도 지나면 고리원자력발전소 연수원 입구에 다다른다. 간식을 먹으면서 10여 분 휴식을 취하는데 이번 메뉴는 고구마다. "호박고구마입니다" 라고 운전과 사진촬영을 맡은 김달인 교무가 말한다.

출발하면 바로 하천이 보인다. 우리가 어릴 때 효암강이라 불렀던 곳이다. 옛날에는 반짝반짝 빛나던 강물이 지금은 누런 흙탕물이다. 어릴 적 여름방학이 되면 날마다 동무들과 멱 감으며 붕어를 잡던 곳이었고, 겨울에는 멋진 스케이트장이었다. 지금은 강 흐름을 바꾸어 버렸고, 옛날 강둑의 흔적은 없다. 사실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진 곳은 내 고향마을이다. 고향마을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지금은 원자력발전소 연수원 아래 바다 근처에 마을공동묘지만 그 흔적으로 남아있다. 성묘를 할 때면 늘 어릴 적 생각을 한다. 넓은 바다, 파도, 칼싸움, 낚시질, 새집 찾기, 나무하기, 스케이트 타기, 돌미역, 파래, 김, 써실, 장어, 복어, 놀래기, 망상어. 그리고 어머니 일당으로 생계를 받치던 원자력 발전소 닥터 공사. 결국 우리는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이 되고 말았다.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정문 앞이 최종 목적지다. 서생기도터에서 정문까지는 약 8㎞다. 정문 경비들이 무관심한 척 하지만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은 젊은 직원이 기도를 올리는데 슬그머니 사진을 찍기도 했다. 3단 구호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생명평화탈핵 순례는 부산울산환경연대가 5월11일 부산교구에서 출범을 한 후 첫 사업이다. 지난해 3월29일에 동래교당에서 환경연대 준비모임을 한다고 아내가 말을 전했다. 서울에서 원불교환경연대를 이끌고 있는 강해윤 교무와 이태은 사무처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나도 참석을 해 교육 부분을 맡게 됐다. 계획에 따라 2주마다 구포교당에서 출범을 위한 준비모임을 가졌다. 준비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환경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먼저 전문가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고 회의를 진행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들'의 운영위원장인 홍정욱씨는 낙동강 철새들이 처한 이야기를, 서토덕 환경연합 연구원은 핵발전소의 엄청난 문제들을 영상 자료를 보여주면서 강의를 했다.

지난해 5월11일, 부산교구 대강당에서 원불교 부산울산환경연대가 출범의 돛을 올렸다. 김익중 교수의 탈핵 강연은 출범식의 백미였다. 같은해 7월19일, 오전 10시. 고리원자력1호기 정문 앞에서 기도식을 시작으로 '제1차 생명평화탈핵 순례'가 시작됐다. 기장군 일광면 일광역까지 '생명, 평화, 탈핵'이 새겨진 연두빛 조끼를 입고, 깃발을 들고 10여 km를 걸었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교사 여섯 분도 함께 했다. 잠깐 만나는 마을 주민들에게 순례의 취지를 전하기도 했는데, 수고한다면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원불교 부산울산환경연대는 생명평화탈핵 순례와 더불어 일요일마다 교당을 순회하면서 탈핵을 중심 내용으로 한 환경법회를 열 것을 새 사업으로 결의했다. 1월 말에 벌써 3개 교당이 환경법회를 신청했다.

참여 규모가 작은 순례지만 우리들의 행동이 차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가까이는 고리1호기가 폐쇄되고, 좀 더 멀리는 핵발전소가 사라지는 세상을 희망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전진해 갈 것이다.

<반송교당 부산울산환경연대>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