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이타 사농공상을 구현하는 온전한 조합

'나도 이롭고 너도 이로운 경제활동'으로 자리이타 사농공상의 교화단 공동체를 목적하는 온틀협동조합(이하 온틀조합).

1월28일, 33인의 조합원들이 법연 깊은 '가족'이 되어 영육쌍전 정신을 펼쳐가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섬진강 상류, 전북 완주군 구이면 계곡리 144번지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온틀조합은 떡갈비 제조공장과 구이교당, 조합원들이 모여 사는 빌라동 3개 건물로 조성되어 있다. 공장 전경을 자상히 소개하는 유여정 공장장과 고된 일정에도 함박 웃음을 잃지 않는 조합원들의 모습에 공부와 경제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온틀조합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 온틀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자리이타 사농공상 정신으로 철저한 위생관리속에서 떡갈비를 생산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교화단 공동체의 조화

온틀조합 대표이자 올해 구이교당에 부임한 백영환 교무는 "자본주의 한계에서 오는 인간성 상실과 피폐된 도덕성을 살리는 해법을 소태산대종사의 저축조합과 교화단 정신에서 찾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6년간 조합원들과 함께 일원상 진리를 공부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욕심과 이기주의를 발견하게 됐고, 교화단으로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며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의 목적이 단지 경제적 준비와 여가를 즐기는 것에 치우치기 보다는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온전한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온틀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다"고 설명했다.

원기98년 5월25일 자리이타 상생원칙에 동의한 조합원들은 공동출자 형식으로 온틀조합 법인을 설립했고, 농사와 직거래장터를 운영하자는 소박한 뜻을 모아 첫 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적은 생산량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합하는 일이었다.

내가 투자한 만큼, 노동의 결과만큼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데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과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여 참여했기에 눈앞의 현실은 매우 첨예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게 한 힘은 토요공부방과 가족이란 공동체였다. 식구가 커지면서 서로의 이해가 깊어지게 되고 차오르는 욕심을 내려놓게 했다.

온틀조합 공동체에 살고 있는 가족은 총 8가구 23명이다. 부부가 혈연을 넘어 가정을 이루듯 말 그대로 '식구(食口)'가 됐다. 조합 내 최고 연장자인 백대원 교도는 "부족한 것 없이 정말 행복하다.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구이에 정착한 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며 공부가 준 소득이 큼을 강조했다.

조합원들은 매일 아침 기도와 선을 하며 공동구역을 나눠 청소를 한다. 이후 공장과 각자의 일터에서 근무한 후 저녁에 다시 모여 공동체 삶을 이뤄간다. 먹거리를 서로 나누고 대화하며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넘나드는 즐거움에 심심할 겨를이 없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절제와 예절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했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주는 생기와 밝은 기운으로 심신이 건강해졌다. 과거 대가족에서 찾을 수 있었던 인정과 덕성 넘치는 생활 공동체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 유여정 공장장, 백영환 교무(가운데), 박성훈 교수가 온전한 먹거리 생산 의지를 다졌다.

HACCP 기준에 맞춘 건강한 먹거리 생산, 산학협력과 유통의 다각화

온틀조합은 현재 '떡갈비'를 주력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모두 온틀가족이며 일손이 부족할 때는 계곡리 마을 어르신들이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참여한다. 지역교화가 가능한 이유다. 이제는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주인이 되어 일손도 거들고 수입도 창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온틀조합이 떡갈비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한국사회 돼지고기 유통의 기형적 구조를 극복하자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연간 1500여 만 두(頭)의 돼지가 도살되고 있는 가운데 삼겹살과 목살을 얻기 위해 450만 두가 더 도살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른 부위의 온전한 소비를 이끈다면 현재의 도축수를 줄일 수 있다는 데에서 돼지육가공을 착안했다.

또한 떡갈비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이러한 뜻을 높게 산 원광대학교 라이프 케어 바이오식품 역량강화사업단(이하 RIS 사업단)의 역할이 컸다.

지역연고산업육성을 진행 중인 RIS사업단 박성훈 교수(구이교당 교도회장)는 익산지역 기능성 식품기업의 성장을 돕는 국가과제를 수행 중 익산을 넘어 전라북도까지 권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온틀조합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후 RIS사업단 타겟 수혜기업으로 시작해 떡갈비 제조,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와 공장 설립 등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견인할 수 있었고, 공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홍보, 애로사항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 향상으로 이어졌다.

박 교수는 "지난해 3억4천여만원의 매출액을 올린 온틀조합은 올해에는 1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러한 판로가 가능한 것은 산업체, 학계, 연구소가 함께하는 산학연의 시너지 덕분이다. 또한 국내산 1등급 돈육과 생과일, 생야채를 사용하고 있고(3有), 발색제, 산화방지제, 합성보존제가 없는(3無) 등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천연초 등 천연재료를 함유한 전통수제방식 기능성 식품에 관한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등 조합원들의 노력의 결실이다"고 평가했다.

온틀조합의 모든 제조 및 유통과정은 원료에서부터 판매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식품안전관리체계인 HACCP 기준에 맞춰 철저한 위생관리가 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주고 있다. 나아가 원광대 RIS사업단 공동으로 운영하는 건강한 먹거리 판매 쇼핑몰 헬스폼(www.healthform.co.kr)과 연계해 국내외 온라인 유통채널로 사업의 확산도 추진하고 있다.

▲ HACCP 기준에 맞춘 철저한 위생관리시스템으로 제품의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교단 봉공회과 연계한 활로 기대

온틀조합은 국내외 판매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교구 및 교당 봉공회와 연계하는데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전북교구(교구장 김성효 교무)는 온틀조합에서 생산되는 떡갈비 총판을 확보함으로써 교구 봉공회 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마련했다.

전북교구 안현진 봉공회장(동전주교당)은 "아직 홍보가 부족해 주문량이 많지 않지만 제품의 질과 맛이 워낙 우수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봉공회 임원들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생산과정과 품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의견조율이 신속한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각 교당 봉공회의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향후 봉공회 주력 사업군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전했다.

백 교무는 "초창기 저축조합이란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낸 교단이지만 이 시대 협동조합과 공동체 운영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큰 것이 또한 사실이다"며 "3월29일 구이교당 봉불을 앞두고 조합원 모두 교법정신으로 더욱 무장하여 자리이타 사농공상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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