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력이 오면
절대 미리 넘겨보지 않는다
새로운 달에 맞이하는
새로운 법문이 주는
반가움과 설렘때문이다

나는 3년째 실천하고 있는 유무념 공부와 원기 100년에 새롭게 시작한 공부를 전하고자 한다.

지난해 말 나는 원기100년 달력을 받고, 겉장에 쓰인 '100년의 약속'이란 글자를 본 순간 벅차오르는 감격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어찌 다행 대종사님의 제자가 되었으며, 이렇게 교단 100년을 맞을 수 있었는지 가슴이 벅찼다. 이 벅찬 감동을 나는 공부로 승화시키고자 마음먹었다.

2년 전, 새해를 맞아 친구네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친구는 현관문에 교회에서 나온 달력을 걸어놓고 있었다. 친구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집 앞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도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에게 힌트를 얻은 나는 집으로 돌아온 즉시 현관에 원불교 달력을 걸었다. 그걸 경비원 아저씨가 보고 원불교 다니느냐고 묻고, 택배 기사는 대산종사님의 사진을 보고 누구냐며 굉장히 훌륭한 분 같다고 물어오기도 했다. 심지어 언젠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층수를 누르자 어떤 주민이 "아! 원불교 달력 걸려 있는 집!" 하면서 인사를 해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력에 쓰인 법문을 봉독만 할 것이 아니라 '유무념 공부로 삼아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외출했다가 들어올 때는 자연스럽게 현관문에 걸린 달력을 보며 법문을 봉독하게 되지만 집에서 나갈 때는 문을 닫을 때 마음을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챙기는 마음을 놓칠 때마다 무념 체크를 하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법문을 챙기게 되었다.

법문 읽는 것이 일상이 되고 보니 이제는 마음을 챙기는 유무념 공부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달 법문에 나온 용어들을 하나하나 사전을 찾아 뜻을 새기기로 했다. 그 후로 법문이 마음을 닦는 공부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유무념 공부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힘을 길러 주었고, 결국 나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나는 경계가 생길 때마다 자동적으로 법문에 대조하는 습관이 생활 전반에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원기100년 1월의 첫 법문은 "내 마음이 죄복과 고락을 초월한 자리에 그쳐 있으면 그 자리가 곧 극락이니라"이다. 이 법문은 한 제자가 "극락과 지옥이 어느 곳에 있나이까" 하고 여쭈니 대종사께서 말씀해 준 〈대종경〉 변의품 10장 법문이다. 원기100년 1월은 이 법문을 마음공부 삼아 생활하니 정말 행복했다. 매일 아침에는 '오늘 하루도 이 법문으로 마음공부 잘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고 심고를 올리고, 낮에는 경계마다 대조하면서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이 법문으로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가를 되돌아보며 심고를 올린다.

이제 1월이 지나고 2월이 다가온다. 나는 벌써부터 어떤 법문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나는 달력이 오면 절대 미리 넘겨보지 않는다. 새로운 달에 맞이하는 새로운 법문이 주는 반가움과 설렘이 나를 공부하게 하고 나를 변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원기100년, 12장의 달력이 마지막 한 장을 남기고 있을 때쯤, 나는 진급하고 은혜 가득한 한 해가 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단순히 원불교를 알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 일이 법문을 봉독하면서 행복을 알게 했고, 생활 속의 유념 공부로 표준을 삼으니 내가 변화되었다.

달력에 적힌 법문으로 유무념을 삼아 공부한 지 올해로 3년째이다.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이 공부로 영생을 밝히는 마음의 길라잡이가 되도록 항상 함께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원기100년을 맞이해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공부가 있다. 지금까지는 100년성업에 동참하는 기도와 인터넷 법문사경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손 글씨 사경을 하기로 했다. 사경을 할 때에도 먼저 손을 씻고, 사경 기원문을 올려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한 다음 사경에 들어갔다.

사경 범위에 있어서도 예전에는 정전에서 교사까지만 했다면 원기100년을 맞은 올해는 〈원불교전서〉 한 권을 빠짐없이 다 사경하기로 했다. 그것이 대종사님과 선진님들께서 펴내 주신 〈원불교전서〉에 대한 은혜에 보은하는 길이고, 삼세의 업장을 녹이는 길인 것 같다.

<경기인천교구 수원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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