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교화, 시대와 호흡하는 정책 절실
한국사회 청년들은 지금 방황 중이다. 이들에게 '종교'란 스펙이 아닌 탓에 관심조차 없다. 학업과 취업에 쫓겨 연예와 결혼도 뒷전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요즘 청년들. 지금 그들에게는 '마음의 위안'이 필요하다. 이젠 종교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원불교청년회는 청년·대학생·군종·사이버·NGO 교화의 다양성이 잠재된 집합체다. 원불교청년회(이하 원청)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원기100년. 각 교구마다 청년교화를 다시 살려보자는 열의가 뜨겁지만, 교화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해법은 없을까.
원청 30주년 이후, 희미해진 교화정책
청년교화 부흥기로 기억되던 시기는 교세가 급격히 확장되었던 원기50~70년대였다. 원기49년(1964) 7월7일에 원불교청년회가 창립됐으니, 출발부터 반응이 좋았다. 그 이면에는 각 교구와 교당별로 주임교무·부교무, 재가 출가교도 할 것 없이 청년회 활동에 관심과 참여가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활동들이 청년회보(현 원불교신문으로 변천)를 통해 공유가 되고, '교서보내기, 배지달기, 어린이교화 지원'이란 청년 3대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도 한몫 했다. 또한 원불교반백년기념대회(원기56년)라는 뚜렷한 목표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당시 원청은 '자신에게 믿음을, 이웃에게 은혜를, 민족에게 화합을, 인류에게 희망을'이란 네 가지 이념을 내세워 재가 출가교도들의 합력으로 교화성장세를 이어 갔다.
하지만 이후 10년은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때마침 한국사회는 1980~1990년대를 지내면서 민주화와 산업혁명으로 격동의 시대를 보내야 했고, 교단 청년들 역시 혼란한 시국에 빠져 있었다. 원청은 30주년을 맞아 서울 88체육관에서 기념대회(원기79년)를 열어 다시 한 번 청년교도 불리기 운동을 전개했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활화산같이 타오를 것 같았던 청년교화가 미지근해지면서 핵심 사업도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원불교청소년회관' 건립기금을 조성하자는 운동은 좀처럼 열기가 붙지 않았고, 성금 모으기도 유야무야 흔적 없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청년교화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원불교청소년회관'은 어떤 형태로든 교단이 다시금 돌아봐야 할 사업임은 틀림없다. 당시 청년회는 원불교청소년회관을 설립해 사회교육, 시민운동을 통한 간접교화와 교리학교, 청년교도훈련, 청소년지도자육성, 국제교류사업 등을 전개하려 했다. 기독교의 YMCA나 YWCA처럼 시민활동 등도 염두에 뒀다. 미래 인류사회를 향도하는 산실이 되게 하자는 목적에서 알 수 있듯이 대사회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원청이 주체가 되어 일반·학생·어린이와 함께 돼지저금통을 한 마리씩 키우자는 구체적인 행동도 함께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 돌이켜봐도 변화는 줄지언정 목적이나 방향에 있어서는 손색없는 사업이다.
중앙교구 김원용 청소년교화담당 지도교무(낭산교당)는 "당시 청년회가 걸어온 길은 숫자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원청 20주년 행사에는 3천여 명이 운집했고, 40주년 기념 영산성지 법인기도에는 1천여 명이 참석해 대회를 치렀다"며 "원광학원, 원창학원이 포진되어 있는 교화텃밭(중앙교구)에 지금이라도 '청소년비전센터'를 추진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교단의 관심과 의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교구는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지도자양성과정을 통해 역량을 키워왔다"며 "이제는 지역 특성에 맞는 모델교당, 스타교무를 양성할 때다"고 말했다.
익산시대에서 서울시대로
원청이 익산시대를 접고 서울시대로 방향을 전환한 데에는 교화형태를 외연 넓히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이 있었다. 환경변화는 시의적절한 반면 콘텐츠와 인적 인프라 준비부족, 중앙과 교구·교당과의 연계성에 빈틈이 생기면서 중앙의 일관된 정책과 구심점을 조금씩 잃기 시작했다.
이 시기 원청은 사단법인 '평화의친구들'을 설립해 국제긴급구호활동, 평화와 통일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하며 활동을 개시했다. 청년회 산하 단체인 평화의친구들은 국제적인 평화운동과 구호활동에 앞장서면서 나름 이미지를 쌓아갔다. 원청 소속 원불교인권위원회가 추가로 설립되면서 21세기가 요청하는 단체로 한걸음 나아가게 된다. 원청 서울시대는 결국 평화, 통일, 환경, 인권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사업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사회활동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교정원의 직제개편 소용돌이에 빠진다. 청소년전담교무제 폐지로 청년회와 대학생연합회가 함께 교화훈련부 산하 청소년국에 통합되면서다. 이후 원청은 독립성과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왔고, 그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물론 이전 15년은 단순히 시간적 개념으로 교화의 성패를 규정지을 수는 없다. 원청이 지난 15년 동안 끊임없는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가고자 했으나, 한국사회의 청년들은 학업과 취업, 결혼과 스펙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교화침체라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청년들에게 스펙 쌓기를 강요하고, 원청은 그런 시대에 밀려 계속 궤도 수정 중이다. 이에 청소년국 중앙청년회 담당 우정화 교무는 "청년교화 침체의 제1원인은 방치된 인재양성에 있다. 사실 중앙청년회의 정책은 없다. 교구청년회, 교당청년회가 살아나면 자연히 중앙청년회도 살아난다. 이제는 보여 주기식 정책수립보다는 청년들의 욕구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청년교화연구소' 역할을 더 확대해 가야 할 때다"고 피력했다.
다행히 최근 교구와 교당에서 작은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콩나물 물주기 같던 군종교화도 점차 새싹이 돋는 중이다. 이들이 찾은 해법은 '보다 작게' '보다 가까이' 청년들에게 다가가기였다. 그 현장의 소리를 짧게나마 담아본다.
변화하는 청년교화 현장
서울교구는 올해 10명 미만의 소규모 교당청년회 지원에 나섰다. 소규모 교당들끼리 연합해서 법회를 볼 수 있게 돕는 교화현장 지원사업이다. 지난해 감로교화재단의 교화사업공모에 당선돼 추진 중이다.
양명일 서울교구 사무국장은 "이제는 청년교화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소규모 청년회 지원과 함께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 교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비록 청년들에게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앞서 걸어온 선배로서 길을 안내하는 교화사업이다"고 뜻을 밝혔다. 서울교구가 선도적으로 멘토 교화 샘플링을 만들어 확산시키겠다는 각오다.
학사교화를 이끌고 있는 안암교당 김제원 교무는 마음공부학사 건립을 목표로 현재는 전세 두 채를 얻어 남녀 각각 5명씩 수용해 교화하고 있다. 이들은 일과준수와 공동체생활을 기본으로 한다. 이외에도 신림학사, 신촌학사, 정릉학사 등이 청년 밀착교화를 담당하고 있다.
김 교무는 원음방송 원청50주년 특별대담에서 "(안암교당) 마음공부 학사는 청년교화의 어장이다. 하지만 개 교당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서원을 세웠기에 하고 있지만 보통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며 "이미 학사를 통해 매년 예비교무들도 배출됐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기에 원불교가 도움이 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세상의 동량이 되어 교단의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직접 하지 못할 때는 꼭 필요한 곳에, 잘하고 있는 곳에 후원하는 것도 큰 인재사업이다"고 주장했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은 군 교화는 최근 전역한 장병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김홍기 군종교구 사무국장은 "1년에 15만 명이 원불교 법회를 다녀간다. 그들은 암묵적인 우리의 지지자이다. 그래서 군 교화는 묘목사업이다"며 "10년, 20년, 30년 후 교화를 생각하며 투자하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인성교육(유무념 공부, 일기법)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 3천여 개 부대 중에 원불교가 활동하는 곳은 30곳이다. 이 중에 교육훈련부대에는 거의 군 교화가 열리고 있다. 군종교구는 장병들의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교화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강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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