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기 발표, 언제나 문답감정

▲ 교도들이 지하에 꾸민 청소년방, 법회시간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형님, 이번 잔치 땐 뭐 발표하실 거예요? 힌트 좀 얻읍시다."

법회가 끝나자마자 곳곳에서 잔치 이야기로 소근댄다. 잔치는 분명 잔치인데, '발표'하는 잔치란다. 서울교구 돈암교당의 대표 브랜드 '마음공부법잔치'를 앞둔 교도들의 설렘이자 긴장이다. 점심 공양마저도 공부며 일기얘기 삼매인 교도들, 원기100년을 맞아 부쩍 물오른 공부심에 돈암교당이 들썩댄다.

아무리 기획이 좋고 의미가 있다한들 꾸준히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도들이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발표는 더 그렇다. 그러나 돈암교당은 교도들이 직접 연단에 오르는 마음공부법잔치를 7년이나 꾸준히 해왔다. 봄과 가을 매년 두 차례, 교도들은 강연과 신앙수행담,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 발표로 내공을 쌓아왔다.

▲ 김도연 교무는 결석·잠자는 교도들에게 매주 회보를 발송하는 총무분과와 교화방안을 논의한다.

마음공부법잔치 8년째

"첫해에는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 차이도 몰라 헤맸다"는 교도들은 법잔치 전날 밤을 새워도 백지였던 일화며, 앞에서 말하는 일이 서툴러 한참을 더듬었던 이야기를 추억한다. 그렇게 7년 동안 100명이 훌쩍 넘는 교도들이 연단에 올라 공부를 감정받았다. 8년째인 올해, 그 실력 제대로 겨루고 분발할 월1회 법잔치로 신발끈을 다시 한번 동여맸다. 3월부터 매월 셋째주는 법회 자체가 마음공부법잔치로, 의두요목 강연 1명, 신앙수행담 2명,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 각 1명이 연단에 오른다. 미리 원고를 작성해 김도연 교무의 정돈된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도 세월을 거듭해온 취사의 결과다.

돈암교당이 이런 역사를 쌓고 있는 데는 역시 8년째를 맞는 공부방이 큰 몫을 담당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10시까지 열린 '노루목 마음공부방'에 이어 목요일 오전 10시30분~12시 '구간도실 마음공부방'이 진행돼 온 것이다. 마음공부방은 정전에 대한 강의도 강의지만, 마음공부 일기발표와 감정이 주를 이룬다. 그것도 김도연 교무만이 아닌, 교도들 서로서로 감정하는 법도 체득한다. 교도들은 도란도란 속내도 밝히고 경계도 풀어내며 서로를 격려하고 지도한다.

김도연 교무는 "교단에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도 일기를 제대로 쓰는 분들은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법잔치와 마음공부방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는 일기쓰기와 문답감정을 위해 마음공부방 외에도 크고 작은 기회로 교도들을 지도해왔다. '개인에게는 개인지도, 그룹에게는 그룹지도'를 아끼지 않으며, 교무가 역할하는 가장 귀한 자리라고 굳게 믿는다. 스승의 의지와 제자들의 깨달음으로, 돈암교당은 법회로 신앙을, 공부와 문답감정으로 수행해 가는 영육쌍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공부 바탕 위에 은혜잔치, 장학사업

공부가 바탕되니 뭐든 똑소리나게 야무진 돈암교당. '원불교 다니니 삶이 달라지고 세상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 크고 작은 행사에도 합력이 잘된다. 6월 추모의 달에는 소태산대종사에 대한 작품을 한데 모아 감상하는 '대종사 찬송대회'를 열어 스승을 향한 그리움을 나눈다. 최근에는 교도들이 성가나 성극 등을 직접 무대에 올리는 '깔깔대소회'로 참여를 확대시켰다.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은혜잔치도 돈암교당 연례행사다. 동선동주민센터와 불과 몇 미터 거리라 매년 4월이면 불우이웃 명단을 받아 교당 앞마당에서 은혜의 쌀 전달식을 연다. 지난해에도 동장까지 참여해, 100가정에 10kg씩 총 1톤의 쌀을 전달했다.

4년째 펼치고 있는 장학사업은 교도들의 대학진학 자녀들에게 연 1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제까지 15명이 지원받았으며, 이를 위해 교도들이 가정의 애경사 등으로 희사할 때 장학기금에 협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을 응원도 하고, 학생과 청년교화를 일으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 30~50대 젊은 교도가 절반에 이르는 돈암교당은 일상 속에서 수행하는 공감대가 두텁다.

30~50대 교도가 절반, 어린이집 활기

장학사업이 큰 호응을 얻는 이유는 돈암교당이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젊은 교당'이기 때문이다. 30~50대 젊은 교도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로, 많은 교당들에서 부러워할 정도다. 그러나 돈암교당이 위치한 지역은 노년층과 인근 대학 자취생들이 많다는 지역적 한계가 뚜렷한 곳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현재다.

부부는 배우자와 자녀를, 법사 법호인들은 자녀나 손주들을 교당으로 불러오도록 늘 가족교화를 최우선 비전으로 실천해왔다. 가족교화에 대한 선진들의 그 일념청정이 학생·청년회를 거치며 이탈 가능성이 높은 젊은 교도들을 교당으로 다시 불러왔다.

어릴 때부터 형제자매처럼 지내온 자녀들은 이제 교당의 어엿한 주인으로 진급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다시 불러온 옛 인연들도 하나둘 교당으로 향한다. 그 덕에 돈암교당은 부모가 여럿이요, 자식이 많은 듯 옛 대가족 분위기도 물씬 서려있다. 올해 돈암 교도들은 교화슬로건을 '가족교화 행복가정'으로 직접 뽑았다. 새로 걸린 교화단 편성표에는 아예 교화대상인 가족의 이름을 함께 올려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교화하기로 했다.

원기90년대 서서히 영글어온 돈암교당, 7년의 내공 위에 꽃피어 열매 맺을 때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한동안 비어있었던 지하와 1층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오가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원기97년 2월 재개원한 1층 '한울안어린이집'에서 봄새싹 같은 파릇파릇한 기운을, 이듬해 재탄생한 지하 '희망숲'에서는 청소년들의 활기가 전해져온다. 돈암교당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마음공부를 지도하며 어린이 인성교육에도 힘을 보태고 있으며, 지하에는 피아노와 키보드, 탁구대와 음향기기까지 갖춰 부담없이 청소년들이 오가게 했다.

'공부 잘하는 교당'으로 손에 꼽히는 서울교구 돈암교당. 공부로 교화로 자신성업봉찬에 목마른 이 때, 돈암교당의 꾸준한 노력의 세월은 큰 귀감이 된다. 선진들의 정성과 후진들의 분발이 조화롭게 포진한 위에 그간 공부로 무장해온 서울교구 돈암교당. 법잔치, 은혜잔치를 넘어 교화잔치 바람을 일으킬 날이 머지 않았다. 그동안 다부지게 준비 해온 돈암교당의 진급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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