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요즘
종교 간 빗장열고 나아가야

요즘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하는 말을 많이 한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예전에는 종교가 사회를 걱정했는데 요즘은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는 말을 한다. 은혜와 사랑과 자비를 말하지만 종교만큼 배타적이고 종교의 신념으로 테러와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것을 보며 종교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열린 마음으로 종교인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나아가야 된다는 것을 알지만 종교들 간의 빗장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음을 본다.

휘경여고에 종교를 담당하는 교사로 근무하면서 아름다운 경험을 했다. 이웃 학교의 성직자들과 넘나들며 종교 교사들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 격려와 위로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좋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도 따스함이 전해진다.

휘경여고 근처에는 종교재단의 학교가 많다. 이들 학교는 종교를 담당하는 성직자들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를 넘나들며 공유할 일이 없지만 우연한 기회로 불교의 교법사와 신부, 목사 등 이웃학교의 종교담당 교사들과 소중한 만남의 시간들이 있었다.

어느 교무의 부탁으로 불교학교 학생들의 설문을 받아야 했다. 휘경여고 근처에 불교학교들이 있어서 나만 믿는다며 설문 부탁을 했다. 어떻게 접근을 해야 설문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종교를 담당하는 교법사께 전화로 부탁을 했다. 몇 번의 통화 끝에 동국대부속 고등학교 교법사가 흔쾌히 4개 학교의 불교재단 교법사들에게 부탁해서 잘 받아주겠다고 설문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고마웠다. 설문지 받는 것이 쉽지 않는 일이다. 그것도 학교가 각각 다른 4개 학교를 해 주신다니 더욱 고마웠다. 그 교법사는 정해진 날짜까지 설문지를 다 마무리해서 직접 가지고 왔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동대부고 학생법회 날 간식을 공양하고 싶은 마음이 나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만들어 우유와 함께 아침 법회시간에 먹을 수 있도록 법당에 배달하고 왔다. 교법사는 그것이 또 고마워서 휘경여고 축제에 동대부고 학생들의 바라춤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며 열심히 연습시켜서 휘경여고 축제에 무대를 빛내줬다. 뿌듯하고 고마웠다.

또 어느 날 인근 기독교 재단의 목사 두 분이 나를 찾아왔다. 목사는 우리 학교를 위한 기도를 정성스럽게 올린 후 학교에 방문한 목적을 이야기 했다. 그 학교 행사에 우리학교 학생을 출연시키고 싶은데 적당한 학생을 선발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원불교 학교에 다니는 기독교 학생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흔쾌히 수락을 했다. 우리 학생은 휘경여고의 마음공부 이야기를 마음껏했고 듣고 있던 학생들은 휘경여고를 많이 부러워했다고 한다. 행사를 마친 후에 목사는 휘경여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마음공부 관련 수업교재를 몇 권 달라고 하며 가지고 갔다. 우리 학교를 위해 기도하는 목사의 맑은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어느 날 천주교 학교에 근무하는 신부가 우리학교에 근무하는 천주교 신도 교사를 찾아왔다. 교사는 우리 학교에 원불교 교무가 계시다면서 신부를 모시고 내 방으로 데리고 왔다. 무척 반가웠다. 차 한 잔을 하면서 우리는 학교에서 종교를 담당하는 교사로서의 고락을 하염없이 나눴다. 여러 가지 고충을 주고받으며 공감과 위로의 시간이 됐다. 우리의 신세가 서로 다르지 않구나 하면서 신세한탄을 하며 신나게 웃었다. 신부는 축구를 좋아한다면서 그 학교 교사들과 휘경 교사들의 친선 축구경기를 추진해보자고 했다. 아직 축구경기는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다. 언젠가 휘경의 천연잔디 운동장에서 두 학교의 친선 축구경기가 꼭 이루어지기를 염원해 본다.

학교에서 종교를 담당하는 교사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넘나들면 그것이 최고의 종교교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다가서기 어렵고 민감한 종교문제를 종교재단의 학교에서부터 서로 넘나들고 경험하며 이웃종교를 품는 모델링이 되어본다면 어떨까.

<지평선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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