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숨결 〈정전〉

마음을 깨치면 12인연을 궁굴리고
마음이 어두우면 12인연에 끌려 가

생사가 계절의 변화처럼 돌고 도나 그 흐름이 같은 것이지 똑같지는 않다. 영혼은 멍하고 약해서 존재감이 없을 수는 있어도 죽지 않는다.

그 영혼이 영혼으로 존재하든 몸은 지닌 생물로 다시 태어나든 주체에 따라 다르다. 인과에 끌려다니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인과를 궁굴리는 존재가 있다. 인과에 끌리는 현상은 자연의 흐름이 비움으로 흐르는 이치와 같다. 대부분은 자신의 모자람을 따라 마음이 흐른다. 사람으로 살아갈 때의 패턴도 다르지 않다.

죄를 짓거나 삶을 선택할 때는 몰라서 그렇게 하기도 하고, 설사 알지라도 욕심과 습관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행하고 후회한다. 욕심과 습관도 자신의 모자란 모습에서 비롯된다. 그 사람의 세정을 몰라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사람을 만날 때 평소에 내 키가 작다 싶으면 키 큰 사람이 좋아 보여 그 외의 다른 부분은 평소에 생각했던 모든 것이 묻힌 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양극성에 의한 이끌림에 속절없이 끌려간다. 끌려서 선택한 모든 행동의 대부분은 나중에 후회를 낳는다.

그러나 진리에 철든 사람은 육도를 선택할 때 양극성에 의한 이끌림보다는 자신의 영성을 위한 길로 선택해 간다. 양극성에 따른 선택은 착심이기에 기운이 무겁고 어둡다. 그래서 멀리 못가지만 몰라서도 못간다. 잘 가야 인간 세상이고 영적으로 머문다고 하여도 수라정도다. 그러나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혼은 천상에 머무르다가 수행을 하기 위해 인간의 길을 선택한다. 물론 여행삼거나 해야 할 일을 위해 인간 세상으로 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함께 살아갈 사람을 선택할 때도 그 사람을 바라보기보다는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곳을 공유하며 함께 나아간다. 즉 그 사람을 소유하기보다는 존재로 바라보고 서로의 영성 성장과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마치 자연의 이치 가운데 비슷한 것이 붙어 상승작용하려는 원리처럼 된다.

업을 순서에 따라 받게 되는 열두 가지의 인연인 무명(無明-미혹으로), 행(行-움직임에), 식(識-의식이 따라가), 명색(名色-심신이 결합하여), 육입(六入-육근을 갖춤), 촉(觸-외부 접촉에), 수(受-감각작용으로), 애(愛-좋음을), 취(取-취득하며), 유(有-업이 형성됨), 생(生-업인으로 태어나), 노사(老死-삶의 고통으로 이어짐)가 있다. 무명에서 비롯되기에 마음을 깨치면 그에 따라 일어나는 모든 것도 사라진다.

대산종사는 "마음을 깨치면 12인연을 궁굴리고 다니고 마음이 어두우면 12인연에 끌려 가게 된다"고 했다. 즉 부처는 인과를 궁굴리고 중생은 인과에 끌려 다닌다.

이 모두가 모자람에 기반하는 것이라 끌려 살면 고통이 내재하나 반대로 궁굴려 사는 결정보는 자신 스스로가 진급과 행복을 설계하며 살아간다.

<성주삼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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