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와 원칙 즉 이념,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미국은 그 이면에 아이러니한 역사적 사실이 공존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미합중국의 역사는 유럽에서 이주한 청교도들의 투쟁과 정복에서 시작되었다. 백인들은 아메리칸 인디언들과의 유혈 전쟁으로 자신들의 영토를 인디언들로부터 쟁취하였고 그 후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제한된 곳에 격리시켰다. 또한 남부지역의 대농장 지주들은 흑인 노동력을 노예로 사오기 시작하였다. 흑인들의 인권은 소유할 수 있는 재산으로 간주되었기에, 서글프게도 흑인들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이처럼 건국초기부터 미국이라는 토양에서 쌓아온 공업(共業)은 건국 후에도 계속되었다. 미국이 세계의 최강대국이 되면서 미국의 부와 소비를 유지시키기 위해 크고 작은 전쟁들을 야기시켜 오면서 공업의 눈덩이는 계속 커지게 되었다. 미국 내의 양심을 가진 지성들은 자신들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공업의 후예라는 사실에 부끄러워하고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이 공업의 눈덩이는 여전히 커져가고 있으며 한 개인의 반성과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과거와 역사적 현실 속에서 고뇌는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공업의 형성과정에서 기독교는 두 개의 얼굴로 나타났다. 특히, 노예제도와 관련해서 목사들은 정치와 유착하여 노예제도를 지지하는 보수적 역할을 하였다. 사회의 시스템, 즉 사회악에 대한 저항에 한 개인이나 단체의 힘은 미약했기에, 교회라는 커뮤니티 안에서도 양심과 봉사를 강조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노예정책을 유지시키는 데 일조해 온 것이다. 기독교, 특히 천주교의 고해성사라는 의례는 원죄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들의 악과 악행을 관리하는 중요한 제어장치라고 본다. 교회 밖에서 지은 잘못들을 교회에 와서 고해성사하고 이를 통해 교회 안에서 죄의 사함을 구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의례는 죄에서 해방이라는 엄청난 착각을 불러 일으켰고, 성속의 철저한 분리로 소극적 구원에 만족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목사들이 노예해방의 선봉에 서서 기존의 경제, 정치 체제를 비판하고 변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하나님은 상반되는 두 기도를 접수해야만 했다.  

불교의 인과적인 관점으로 접근해볼 때 미국사회는 2세기 반 동안 쌓아온 공업과 그에 따르는 죄업과 죄고를 현재 어렵게 감당해가고 있다고 본다. 인종간의 갈등, 여전히 백인우월주의 의식이 팽배하고 흑인들은 과거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차별, 불평등이라는 역사적 사슬을 단절시킬 수 없기에 때론 폭력에 의지하게 되고 폭력은 또다른 폭력으로 번져가서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양심있는 지성들은 미국이 이러한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 개개인에게 생명, 자유, 행복추구의 동등한 권리가 보장된 미국사회를 염원하고 있다고 본다. 어떻게 이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일제식민, 6.25라는 한민족 간의 피흘림, 군부 구테타로 인하여 한국인들의 가슴에 새겨진 한과 분노의 응어리가 바위처럼 단단하여 그 누구도 이 원한을 풀어 줄 수 없는 현실의 아픔 속에서 원불교의 스승, 대산종사는 '대참회, 대해원, 대사면'의 길로 우리 모두를 진정한 해방의 세계로 안내했고, 한국인들이 지어온 공업의 실마리를 풀도록 기원했다. 필자는 이참과 사참의 메시지를 미국의 상황은 물론 21세기에 두드러진 아랍권과 아프리카권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의 내적 외적 투쟁의 상황에 맞추어 제안해보고 싶다. 각자 각자가 죄악과 죄업이 공한 본래 마음을 반조하고 그 마음을 계발하고 그 마음이 부활되기까지 진정한 이참공부가 필요한 때이다. 2세기 반 동안 미국이 쌓아온 뿌리깊은 공업이라지만 그 뿌리를 캐보자면 마음의 무명에서 시작한 탐심과 이기심의 소치이니, 마음이 깨어 무명이 사라지고 탐심과 이기심의 굴레를 벗어날 경우 희망이라는 싹이 발아되지 않을까?  

개개인의 깨어있는 마음에서 불평등한 제도를 직관하고 죄고를 생산하는 정책에서 복락을 생산하는 제도로의 개선, 즉 범사회적인 사참공부가 필요하다. 원불교의 가르침, 이참·사참를 통해 2세기 반 동안 쌓아온 미국의 공업과 그에 따른 죄업을 깊이 참회하고 해원상생의 정신으로 대사면을 실천한다면 진급하는 미국사회가 건설될 것이며, 또한 미국의 기여로 인하여 세계 평화 건설이 촉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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