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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에서 만나는 봄소식 / 충남 보령 삽시도둘레길
둘레길에서 만나는 봄소식 / 충남 보령 삽시도둘레길
  • 이여원 기자
  • 승인 2015.03.06
  • 호수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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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보물 간직하고 있는 삽시도의 '봄'

몸보다 마음이 한 발 앞서 봄 마중에 나섰다. 긴 겨울, 혹독한 세파를 견뎌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들의 가슴에도 한 발 앞서 봄소식이 희망으로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바람 담아 둘레길에서 전하는 봄소식을 3월 4주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 황금곰솔로 향하는 산 중턱에서 바라본 아기자기한 삽시도 풍경.

몸과 마음, 시간이 쉬어가는 곳
바다 물들이는 황금 노을 장관
겨울바람 견디며 기다리는 봄소식


삽시도는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하루 2번 삽시도에서 떨어져 면(免)한다는 '면삽지'와 밀물 때는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되면 시원한 생수가 나온다는 '물망터', 솔방울을 맺지 못하는 외로운 소나무 '황금곰솔' 등이 그것이다. 이 3가지 보물을 안고 있는 삽시도의 봄소식을 기대하며 대천연안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삽시도는 대천항에서 하루 세 번의 배가 오간다. 그러나 오후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다. 여객터미널에서 오후 배 출항 결정이 늦어진다. 이대로라면 결항이 될 수도 있을 터.

삽시도 현지 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니, 현지에도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높아 아무래도 취재는 무리일 것 같다는 대답이다. 오후 배가 출항한다 하더라도 삽시도에서 육지로 나오는 배가 결항되면 꼼짝없이 섬에 묶여있을 수 밖에 없으니 마음이 순간 요동쳤다.

시간대별 날씨와 파도를 체크하며, 데스크와의 상의 끝에 일단 계획대로 취재하기로 결정. 파도가 잔잔해질 거란 기대를 싣고, 삽시도로 향하는 오후 배에 올랐다. 그렇게 삽시도의 봄맞이 기행이 시작됐다.

▲ 물때에 맞춰 두개의 선착장에서 배가 출항하는 삽시도.

정감 있는 어촌마을

삽시도 웃말 솔뚱선착장에 배가 닿았다. 삽시도는 물때에 맞춰 두 개의 선착장에서 배가 출항한다. 선착장을 나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아담한 삽시도 여객터미널이 보인다. 어촌 작은 마을의 풍경은 너무도 조용하고 한적했다. 오고가며 만나는 사람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 바닷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작은 섬이지만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삽시도에는 세 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거멀너머해수욕장은 선착장에서 초등학교와 발전소 앞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된다. 한산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백사장은 1.5km에 걸쳐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백사장은 의외로 단단하다.

거멀너머해수욕장 남쪽에 있는 길이 100m쯤의 갯바위지대를 통과하면 진너머해수욕장이 나온다. 진너머해수욕장은 마을의 당산너머에 있는 1km의 백사장으로 이루어진 아늑한 해수욕장이다. '당너머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이 해수욕장의 풍경, 분위기는 거멀너머해수욕장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백사장 뒤편의 소나무 숲에서 야영도 즐길 수 있다.

삽시도의 보물 면삽지는 진너머해수욕장 남쪽의 자그마한 무인도다. 밀물 때는 뚝 떨어져 혼자 있다가 썰물 때 좁은 모래톱을 통해 삽지도와 연결된다. 면삽지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는 작은 해식동굴이 자리하는데, 그 안에는 맑고 시원한 약수가 솟는 샘터가 있다. 물때가 맞아 면삽지에 닿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그러나 매서운 칼바람에 몸조차 가누기가 어렵다.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딛는다.

면삽지에서 다시 암석해안을 끼고 돌아가면 삽시도의 또 다른 보물인 물망터를 만난다. 밀물 때는 바다 속에 잠겼다가 썰물이 되어 윗물을 걷어내면 깨끗한 샘물이 솟아오르는 신비의 샘이다. 삽시도는 옛날부터 물맛 좋기로 소문난 섬이었다. 특히 음력 칠월칠석날에 여자들이 물망터 샘물을 마시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삽시도의 마지막 보물인 황금곰솔은 곰솔(해송)의 돌연변이종이란다. 우리나라에는 세 그루만 자생할 정도로 희귀한 소나무라고 한다. 길 찾기가 간단치 않았다. 오던 길을 다시 되 짚어, 자칫 지나치기 쉬운 길을 간신히 찾아 들어섰다. 실제로 본 황금곰솔은 황금색이 별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주민의 말로는 해질 무렵에 봐야 진짜 황금색을 띤다고 한다. 그래도 '세계적인 희귀 소나무여서 학술적으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안내판의 설명글을 읽고 나면, 그곳까지의 다리품이 헛되게 느껴지진 않는다.

넓은 백사장이 인상적인 밤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 길에 금송사가 있다. 금송사는 해송 숲에 자리한 자그마한 사찰이다. 삽시도에 숨은 비경인 황금곰솔을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 이곳 금송사 스님이라고 한다.

밤섬해수욕장은 '해류가 끝나는 곳'이라 하여 '수루미해수욕장'으로도 부른다. 이곳은 1km에 이르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지고 삽시도의 부속 섬인 불모도(佛母島)를 바라보고 있다. 밤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하루일정의 노곤함을 잊게 해준다.

▲ 동백꽃이 겨울 찬바람을 견디며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섬의 지형이 화살이 꽂힌 활(弓)의 모양과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 삽시도. 해안선을 따라 걷는 4시간여의 둘레길 여정이 마쳐졌다. 밤섬해수욕장에 자리한 펜션에 들어서니 지친 여행객을 맞이하는 동백꽃이 겨울 찬바람을 온 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봄소식을 기다리며 걸었던 삽시도 둘레길에 아직 겨울바람이 세찼다. 그러나 이 바람 견디고 나면, 삽시도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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