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10년 수명연장, 명백한 위법

원기100년, 서기2015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노후원전'의 존폐여부를 다루는 일은 국가존망이 걸린 일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가존망과 나의 생존권이 걸린 일이 지난 2월27일 오전 1시30분, 새벽을 틈타 결정돼버렸다. 7인의 원자력안전위원(이하 원안위)에 의해서 말이다. 야당 추천 몫으로 활동한 2명의 원안위원은 충분한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표결만 강행하려는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강력히 반발을 하며,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뒤였다. 회의장 밖에는 하루 종일 광화문 골바람을 맞아가며 원안위 회의장 안팎을 서성였던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새벽을 맞이하던 참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규제기관


최근 우리 사회는 지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지난 2012년 12월 설계수명 30년을 끝내고 가동을 멈춘 월성1호기의 수명을 '연장'시킬 것인가? '폐쇄'시킬 것인가? 를 결정하는 원안위 회의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09년 수명연장 신청서를 제출했고 원자력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이 안건을 상정해 1월15일 첫 회의를 열어 수명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10시간 동안의 첫날 회의에서는 스트레스테스트 검증 결과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했고, 정작 수명연장안에 대한 검토는 시작도 못했다. 두 번째 회의인 2월12일 13시간 마라톤회의에서는 스트레스 테스트 1분야인 지질지진분야만 마쳤을 뿐이었다.

민간안전검증단은 논문으로까지 보고된 62개의 활성단층을 찾아냈지만 이에 대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 회의가 열린 2월26일 35차 회의에서 안전의 문제 특히, 'R-7'의 기준적용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파행적으로 '수명연장'을 표결처리해 버렸다.

정전사고를 대비한 설비가 확보되지 않은 월성1호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월성1호기는 캐나다의 캔두형 원전이다. 원자력안전법에 의하면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국내외의 최신기술기준을 활용해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월성1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는 최신기술적용이 생략됐다. 월성1호기보다 늦게 설계·건설된 월성2·3·4호기에는 캐나다의 최신기술기준인 'R-7'이 적용됐다. 월성1호기는 'R-7' 기준이 만들어진 1991년 이전에 건설된 탓에 이 기술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R-7' 관련 설비는 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능 물질의 원자로 건물 밖 누출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월성1호기는 이런 설비를 추가해야 한다. 'R-7'을 월성1호기에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업자인 한수원 말만 믿고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이들 설비 없이도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월성1호기는 2015년에 새로 나온 기술기준도 아닌, 월성2·3·4호기에 적용된 24년 전 기술기준도 만족하지 못하고 10년 수명연장 심사를 통과했다. 명백한 원자력법 위반이다.

▲ 우리나라는 대형 원전사고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국제기준상 사고등급 6등급에 해당하는 방사능물질이 유출돼 왔다.

위원자격과 주민수용성 위반 논란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무리수는 위법성에도 있다. 1월27일 새벽 표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조성경(명지대교수) 위원의 자격논란이다. 조성경 위원은 2011년 11월까지 한수원의 신규원전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0조 결격사유에 의하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사실이 25일 신문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환경운동연합과 월성지역주민들은 긴급하게 서울행정법원에 '임명무효 확인 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을 했으나 원안위는 위원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표결을 강력하게 이끌었던 조성경위원의 새벽 귀가차량은 경찰차였다.

또한 '원자력안전법 103조 주민의견수렴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이 법에 의하면 월성1호기는 2007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9년에 제출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효력을 잃게 되므로 공청회 등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다시 작성해야 한다. 쟁점이 되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데 원안위는 사무처의 유권해석에만 의존하는 우를 범한 셈이다.

▲ 원불교 환경연대는 월성1호기 즉각 폐쇄와 국민의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월성원전의 방사능물질, 삼중수소의 공격

월성1·2·3·4호기는 중수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쓰고 있는데 중수로 원자로는 경수로보다 삼중수소 배출량이 30배이고, 핵폐기물 배출량은 5배에 달한다. '삼중수소는 방사능 물질로 원전에서 대량 생성된다. 삼중수소는 감마선, 알파선, 베타선 중에 베타선을 내뿜는 방사능 물질인데.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반감기가 12.3년이다.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이 정도가 걸리니까, 완전히 위험성이 없어지려면 20배의 시간이 걸린다.

삼중수소는 사고가 나지 않아도 원전에서 늘 나오고 있다. 원전 운전 중 발생한 방사성 기체를 주기적으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방사능물질이 버려지고 세탁, 배수 등을 통한 액체폐기물에도 방사능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2012년에 나온 〈국내 원전의 방사능 유출물 배출 현황과 특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자료를 보면, 21기(당시 기준, 현재는 23기)의 원전에서 나오는 연간 방사능 유출량이 547테라베크렐(1테라는 1조)에 달한다고 한다. 2001년에서 2010년까지 10년 동안 배출된 양은 4283 테라베크렐인데 5000 테라베크렐 이상이 유출되면 국제기준으로 사고등급 6등급에 해당한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는 7등급으로 노심이 녹아내리고 원자로가 폭발하고, 방사능이 누출되는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사고였다.

우리나라는 대형 원전사고가 안 일어났다고 하지만, 국제기준상 사고등급 6등급에 해당하는 방사능물질이 유출되어 온 것이다. 이 또한 10년 동안의 수치일 뿐이니 1978년 고리1호기가 가동되기 시작한 이후에 얼마나 많은 방사능 물질이 기체와 액체 형태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유출된 방사능 물질 중 86%는 월성원전에서 나왔다.

세계는 핵발전을 벗어나 조금 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나아가려 온갖 역량을 쏟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한민국 원전 시계만 1986년의 체르노빌사고 이전을 가리키고 있다. 벌써 아이를 키우는 부모, 일반시민들을 중심으로 경주수학여행과 경주여행 보이콧이라는 시민권리 행사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원전은 안전이 최고의 가치여야 한다.

"만물과 내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깨우쳐 알게 하옵시고…" 기도가 절로 터져 나온다.

<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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