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모든 생물이 기지개를 펴고 활동을 시작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방학동안 키도 한 뼘씩은 더 크고 하는 짓도 제법 의젓해진 아이들. 이맘때 교당에서는 진급법회를 보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중학교로, 고등학교로, 또 졸업하는 아이들을 축하해주고 함께 기도해 준다.

오늘은 진급의 의미를 살펴보자. 진급(進級)은 나아갈 진에 등급 급이다. 계급, 등급, 학년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의무교육이 확대되어 최소한 유급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한 우리들에게도 진급하는 것이 있을까? 직장에서의 승진,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 이것도 진급은 진급이겠다.

외적 진급보다 더 중요한 내적 진급이 있다. 우리 마음속 진급이다. 현실 경계 속에서 부처의 심법으로 자비를 행하면 진급의 삶이요. 탐·진·치 삼독심에 끌리어 살면 중생의 삶으로 강급하는 것이다. 강급은 진급의 반대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육도(천상·인도·수라·축생·아귀·지옥)를 자신의 업에 따라 돌고 돈다고 한다. 즉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사용하는 심신작용을 통해 진급도 강급도 결정되는 것이다.

각자의 마음 단계와 수준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대종사께서는 우리들이 삼독심과 두터운 업에 끌려 강급하지 않도록 법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셨다. 바로 법위 등급이다.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의 6단계로 되어 있는 법위 등급은 중생세계부터 부처까지의 공부 단계를 나눈 것으로 수행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이요, 이정표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의 3급과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의 3위로 이뤄져 있다.

항마위부터는 초성(初聖)의 경지로 중생계를 벗어나 불보살의 세계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그렇기에 계문도 법마상전급까지만 있고 이후엔 심계로써 지키도록 하셨다.

나이 드신 남자 교도님을 ~산님, 여자 교도님을 ~타원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법마상전급에 도달 한 분에게는 법호를 수여한다. 이후 항마위에 승급하면 정사(正師)로 호칭한다. 대중을 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스승의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현재 3년에 한 번씩 전 교도 공부성적 법위사정을 한다. 법회와 훈련출석, 보은헌공, 입교연원 등 교도의 사종의무 이행 성적을 합산하여 점검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평가에 신경 쓰기보단 스스로 자신의 공부단계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아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부처와 중생을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바라보자. 잘못 딛어 떨어졌다고 아파하지 말자. 툭툭 털고 다시 올라가자.

<김제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