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한 정성은 감동으로 이어져
환우보호사 제도, 차세대 교화 성장 가능

장기 투병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가족의 큰 고통이 되며, 종종 가정경제 파탄까지도 초래한다. 통계를 보면 암 치료비의 65% 이상이 임종하기 1개월 전후의 처치료비로 탕진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받다가 마지막 생을 다한다.

얼마 전 종영한 TV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두부공장장 아버지의 3개월 시한부 인생은 호스피스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통제로 고통을 견디며, 가족들을 비통에 빠트리기 싫어 숨기려 하는 아버지의 슬픔, 아버지의 마지막 원을 이루어 주고자 했던 가족 간의 배려는 눈물겨운 사랑의 절정이었다. 생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나하나 실행해 가는 아버지의 의지를 보며, 그러한 숨 막히는 상황에서 숨통을 터준 역할자가 있었음을 기억하자.

인과보응의 진리를 믿고, 불생불멸의 진리를 신앙하고 있는 원불교인이라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겠는가! 치료보다는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처방으로 편안하게 고통 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일. 얼마 남지 않은 생존 기간에 하고 싶은 일 또는 만나고 싶은 사람과 화해하고 마음껏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수준에 맞게 본인의 건강상태를 설명해 주고, 환자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을 여행하듯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며, 여생을 정신·육신·물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안내해 주는 일이 원불교 호스피스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의사, 간호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 영양사가 한 팀이 되어 협력해 가고 있다. 호스피스 대상자에게는 더욱더 인간다운 여건을 만들어 주어, 여생을 값지고 멋지게,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마음에 빠져있는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하고, 슬픔을 같이 해서 남아 있는 이들까지 스스로 생사 해탈을 준비해 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외롭고 지루한 투병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그 분의 삶 이야기를 경청하며 인생의 보감을 삼기도 하고, 그 분의 약력을 작성함으로써 가족의 내력을 알아 가족 간 대화도 도와야 한다. 그렇게 가족의 고충도 들어주고 간병하는 가족에게 일주일에 2~3시간 정기적으로 여가시간도 제공해 줘야 한다. 이렇게 할 때에 그 정성이 환우의 2~3세대에 감응을 주어 가족교화에 큰 힘이 된다.

또한 가족과 함께 대화하며 약력을 작성하고, 장례식과 천도재식을 미리 의논하는 동안 가족들과 신뢰가 쌓여 심리적인 안정을 주게 된다.

사실 열반 직전에는 가족들과 장례절차를 의논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절차다. 이 일에 누가 먼저 손을 내밀 것인가. 보은봉공 품앗이 제도가 앞으로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환우에게는 평소에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불러주고 시낭송, 교전봉독뿐 아니라 색종이 접기와 그림 그리기를 하며 대화를 하면 좋다. 화분을 기르게 되면 계절에 대한 화두도 생긴다. 인생의 동반자를 잃은, 외롭고 우울한 가족들의 심정을 서로 나누고 의지할 수 있게 마음의 상처를 감싸주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35년 전, 나의 어머니가 혼자 귀국을 하다 건강이 몹시 나빠져 동경에 내려 영양제를 맞은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 곁에서 하룻밤을 꼬박 지켜주던 이름 모를 유학생이 있었다. 나는 그 유학생을 위해 지금도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평생을 준비한 생사관이 고통으로 인해 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당혹감으로 표류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 그것이 환우보호사들의 역할이다. 만일 환우보호사 제도가 정착되면 원불교호스피스의 활동이 가족교화와 차세대교화로 크게 성장해 교화대불공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교구마다 환우보호사 사업을 활성화하고 재가 봉공회를 제도화해 가야 한다.

<가락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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