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뤄지는 일
일반인 상식 설득 못하면
교화도 성공하기 힘들어

내가 속해 있는 교헌개정위원회 조직분과에서 감찰원의 독립성 재고에 관한 칼럼을 투고할 차례에 가장 먼저 한 일은 감찰원 관련 교헌과 규정들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교헌을 보니 '감찰원장은 종법사가 수위단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제72조) 감찰원장과 감찰위원 및 징계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제73조)'고 되어 있다.

아울러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니, 기본적인 대의는 갖추고 있되, 현대의 다양한 교단사업이나 교당의 행정, 회계에 관한 세밀한 조목들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종법사가 수위단회의 동의를 얻어 감찰원장을 임명한다는 조목에 비추어 감찰업무가 수위단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통상 임명의 절차가 어떠하든 간에 인물보다는 내부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에 의해 일처리 과정의 합리성 여부가 좌우된다는 점에 있다. 감찰원 독립성의 확보는 감사 사안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구성되는 감찰위원회나 징계위원회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거나, 교단 내 가족주의·온정주의 방식이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있을 것 같다.

규모가 작은 교단이다 보니, 크게는 전무출신 모두가 선후배이며, 감찰 대상자가 교당 근무 동료 혹은 절친한 교무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감찰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는 감찰위원회 및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때, 재가 교도 전문가(법률, 회계) 내지 교단과 관계없는 일반인 전문가를 영입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도에게도 일정 정도의 거리를 두고 교단의 일(혹은 권한)을 잘 맡기려 하지 않는 원불교의 특성상, 쉽게 외부 전문가를 감찰위원으로 영입하려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달리 생각해보면 일반 사회의 '상식'에 교단 내의 문제를 비춰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과거 예비교역자로 살았던 이와의 결혼금지 기한 규정으로 인해 교단의 귀한 인력을 가차 없이 내치는 식의 감찰이 외부인의 상식에는 어떻게 비칠지, 그리고 그에 연계된 원불교 인연들까지 등 돌리게 하는 것이 과연 교화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절대명제가 "교단의 모든 일은 교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찰이든 교정이든 교단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일반인의 상식을 설득시킬 수 없다면 그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교화도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걸핏하면 교단은 종교기관이라 일반 사회와는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엄연히 교단도 사회 안에 있는 것이고, 교단의 존재 이유인 교화 역시 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감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상식'이 통하는 감찰업무를 위해 재가 법률·회계 전문가와 함께 일반인 전문가가 최소 3인 이상 감찰위원으로 위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 재가·일반인 전문가 역시 평등한 결정권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며, 감찰업무가 끝난 이후의 사후처결과정까지 정기적으로 보고 받고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찰원의 공간적인 독립성까지 제안하고 싶다. 아무리 감찰업무의 재가·일반인 참여시스템을 갖춰도 전무출신들이 일정 지분 참여하게 되어 있는 이상 '어르신들의 조언'이 작용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차라리 감찰원 기구만이라도 따로 서울사무국 같은 곳으로 물리적으로 독립시킨다면 그러한 일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감찰원의 독립성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모종의 개입으로부터 적절하게 '거리두기'가 가장 시급한 듯 싶다.

<조직제도분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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