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다에서 봄을 만나다

몸보다 마음이 한 발 앞서 봄 마중에 나섰다. 긴 겨울, 혹독한 세파를 견뎌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들의 가슴에도 한 발 앞서 봄소식이 희망으로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바람 담아 둘레길에서 전하는 봄소식을 3월 4주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 내소사와 함께 변산의 아름다운 절로 이름난 개암사. 대웅보전 주위의 울금바위와 주변산세가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부안·변산마실길, 총 14코스
내륙코스와 해안코스로 나뉘어
생태, 건강, 유적 함께 체험 가능

8~9코스, 잘 알려지지 않은
소태산대종사 행적지 숨어 있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의 3월이다.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이렇게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야외로 향한다. 벌써 남녘에서는 매화와 동백꽃 소식이 들려오고 야외활동과 여행 계획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에는 익산성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변산 마실길을 본사 최지현 기자, 이은혜 디자이너와 함께 나섰다. 2011년 국토부의 '해안 누리길'과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5대 명품길'로 선정되기도 한 변산마실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원불교 유적지도 있어 스승님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보는 시간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변산 마실길은 크게 해안코스와 내륙코스로 나뉘며 총 14코스로 이뤄져 이곳을 전부 살펴보려면 넉넉하게 몇 일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기행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8~9코스 구간을 줄포교당 이도전 교무와 동행하며 걸었다.

부안자연생태공원

먼저 부안자연생태공원부터 들어섰다. 생태공원박물관은 아이들이 부안 갯벌생태계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도록 여러 모형과 체험시설을 갖춰 놓았다.

환경부장관에게 받은 '자연생태복원우수마을'이라는 팻말이 보이지만 박물관 주변은 아직 마을 조성 중인지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저 멀리 보이는 갯벌 내음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충분했다.

한쪽에서는 정월대보름날을 맞아 열린 전북 부안 줄포연날리기 대회를 알리는 대형 가오리연이 띄워져 있었다. 아직은 추운 기운이 없지 않지만 따스한 봄을 맞이하려는 듯 연은 높이 솟아올랐다.

40여 년 전에는 줄포항구라는 이름을 실감케하는 고깃배가 넘나들며 해산물 시장이 활발했던 곳인데 지금은 수심이 낮아지면서 육지로 변해버린 지역이 됐다. 그 역사적 사진들은 현재 박물관에서 그대로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어 변해버린 갯벌 지역이 그 당시 서민들의 생활 터전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챌 수 있었다.

개암사와 9코스 반계선비길

내소사와 함께 변산의 아름다운 절로 이름난 개암사. 가파른 절 계단을 오르며 절 마당에 올라서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 착지하는 체조선수처럼 대웅보전 처마가 정중앙으로 보였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말 그대로 웅장함을 주어 탄성이 절로 난다. 개암사 대웅보전 뒤 울금바위와 주변 산세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그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다.

도로 주변에 적당한 간격으로 늘어서있는 벚꽃나무들은 아직 충분한 봄 기운을 받지는 못했지만 가지마다 붉은 꽃봉우리를 서서히 모아가는 듯 보였다.

개암사는 변산마실길 제9코스 반계선비길 시작점이기도 하다. 개암사 절 오르는 계단 앞에 서있는 팻말이 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사실 9코스는 내륙코스 중에서도 마실길이라기보다는 등산로에 가깝다.

주 등산로는 의상봉 주변과 쌍선봉, 망포대, 신선대(봉), 관음봉을 이어간 능선과 계곡길이 대표적인데 이 두 축에서 동쪽으로 떨어진 위치에 있는 고찰 개암사 뒷산 우금바위에서 사창재, 감불재를 지나 우동마을로 연결된 나지막한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연결된 코스이다. 등산로를 마치고서 이동할 교통편이 불편하므로 일행 중 한 사람은 별도로 기사역할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종곡마을과 소태산대종사

여기는 변산마실길과는 크게 연관 있지는 않지만, 9코스 끝자락 우동리당산에서 14코스 시작점 선계폭포 들어가기 전 잘 알려지지 않은 원불교 유적지가 있다.

이미 변산은 원불교 5대 성지 가운데 하나로 소태산대종사가 5년간 기거하며 교법을 제정한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영광과 변산을 오가며 생활한 소태산대종사의 행로를 짚어줄 '종곡마을'은 교사에 특별히 관심있는 사람만이 아는 유적지다.

그 당시 소태산대종사는 영광에서 바닷길로 곰소항에 도착해 변산으로 들어가기 전 지금의 종곡마을(부안군 보안면 신복리)에 묶고 쉬어갈 집을 한 채 구입했다. 영광에서 출발해 곰소항까지 오면 하루가 꼬박 걸리고 다시 실상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쉬어갈 거처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행한 줄포교당 이도전 교무는 "성주에서 영광으로 이사한 송벽조 선진을 환고향시키겠다고 왔던 이춘풍 선진이 소태산대종사와 황홀한 만남에 오히려 제자가 되었는데(〈대종경〉변의품20), 경상도에서 영광으로 이사하려던 이춘풍 가족을 이곳으로 오게 하여 거처를 관리하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은 지난해 추수하고 남은 볏짚이 쌓여있지만 터는 전북교구 부안지구에서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 웅장하게 보이는 바위는 세 부처님이 앉아있다는 삼불바위.

선계폭포, 청자박물관

우동리 우동제 상류 50여미터 높이의 절벽에 있는 선계폭포는 비가 내려야만 구경할 수 있는 '비와야' 폭포다.

우신마을에서 북쪽으로 1km 지점에 선계안 분지가 있는데 비가 오면 분지에 물이 고여 선계바위 위로 떨어져 폭포를 이룬다고 하니 이를 선계폭포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른 봄에다 가물어서인지 폭포는 볼 수 없었다. 그냥 저 멀리서 바위에 세로로 패어 있는 흔적을 물줄기로 가늠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한편 변산 마실길에는 소개되지 않지만 자동차로 선계폭포를 지나다 보면 개인사찰로 안내돼 있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들어가보면 웅장한 모습의 세 쌍둥이 바위가 눈앞에 펼쳐진다. 세 부처님이 앉아계신다고 해서 삼불바위라고 하는데 가운데 바위 아래에는 원효대사가 앉아서 수행했다는 동굴이 있다. 그곳에서 수도하면 성불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변산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할 곳! 부안청자박물관. 부안이 고려시대 도자기 고향이었다는 이야기에 새삼 놀라웠다. 서남해안 일대 가마터가 발굴되고 높은 기술을 요하는 청자기를 생산했던 곳으로 12~13세기에 크게 번성했다.

여행객은 줄포교당에 한번 들려보길 권한다. 드러나지 않은 곳곳의 숨은 명소를 따뜻한 차와 함께 이도전 교무에게 안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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