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숨결 〈정전〉

원만구족은 근본마음으로 비어있지만 세상 품어
지공무사, 드러났지만 더불어 함께 이뤄가는 것


'이 원상(眞理)은 육근을 사용할 때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것이로다.'

육근을 진리로 사용할 때는 빈 마음을 토대로 두루 위하며, 마음 씀씀이가 이기적이지 않는 조화와 균형으로 은혜를 나타낸다.

원만구족은 근본마음으로 비어 있으나 그 비움은 세상을 품고 있다. 아직 발현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공무사는 나타난 것으로써 지향점을 갖는데 혼자가 아닌 다른 존재와 더불어서 함께 이루어간다. 즉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함은 내재된 성품에서 면밀하게 깨어나 세상의 어울림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가는 삶을 말한다.

한 도반이 수행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수행자와 담소를 나누고 싶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이야기는 도반이 먼저 묻고 수행자가 답했다.

"저 사람이 밉지 않은데도 자기도 모르게 눈을 흘겨보았네. 그 모습을 본 사람이 기분 나쁘다고 하는 거야. 흘겨보는 사람과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누구 잘못일까?" "사심 없이 어쩌다 흘긴 듯이 볼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관념에 사로잡힌 모습 아니겠어. 흘겨보는 것도 하나의 모습에 불과한데 말이야."

"사심 없다지만 흘겨보는 것을 일반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좋은 모습은 아니겠지."

"도(道)가 일반인을 넘어선 특정한 사람들만이 소통하는 유희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해?"

"보편적이지 않다면 생각을 달리해 봐야겠지. 본질적인 면에서 잘못인지 아니면 본질에서부터 나오는 과정에서의 문제인지를 말이야."

"미운 마음으로 흘겨본 것이 아니라고 했기에 본질에서의 문제는 아니지. 원만구족함에 미흡하지는 않네. 하지만 흘겨보는 모습은 오해를 살만 한 일이야."

"사심 없는 빈 마음이 되었다면 낼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충고를 받아들일 때도 필요하지. 흘겨보는 모습을 본 사람이 기분 나쁘다면 '미운 마음이 들어서 흘겨본 것이 아니예요.'라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오해 살 수 있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는 게 빈 마음을 바탕 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것이 지공무사에 입각해서 더불어 함께하는 것에 자존심을 놓은 마음이라 여기네."

"맞는 말이나 세상에는 오해 살 수 있는 모습이 아주 많지. 그때마다 그 사람을 붙잡고 시비 나누면서 어떻게 사나. '그냥 그렇구나'하며 사는 삶이 편안하지 않을까?"

"자신은 빈 마음으로 보편성에 기반하여 살아가고, 남을 볼 때는 행동 이면의 세정을 헤아려서 더불어 살아가면 더 좋을 듯싶네 그려."

자신에게 있어서 빈 마음이 원만구족한 마음이고 보편성에 기반한 모습이 지공무사다.

사람을 대할 때는 관념을 놓는 것이 원만구족이고 그 세정을 헤아려 사는 삶이 지공무사가 된다.

<성주삼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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