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작업 논의만 무성
속도감 있는 결단력 필요

지도체제, 교화단 중심으로
종법사 권한 분산, 권위 강화
중앙교의회 사무처 신설

공화제 기반 분권 형태 실효성 있나

지난해 10월 열린 교헌개정특별위원회 특별위원·전문위원 연석회의에서 위원들은 교단 지도체제를 공화제 기반의 분권형태로 방향을 잡았다. 현 체제 유지보다는 분권이 가미된 지도체제로 선회한 것이다. 종법사와 교정원장의 분권화로 종법사의 신앙적 권위를 세우고, 제도적으로는 공화제적 분권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분권의 핵심은 교정원장 선출권이다. 중앙교의회에서 선출하든지 아니면 수위단회에서 선출하든지 종법사가 지명하는 현 체제를 극복해 보자는 뜻이 강했다. 전문위원들 중에 '현재처럼 조직이 방대할 때는 적절한 분권이 필요하다', '이 시대는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이끌 수 없다', '만사종통이 교단의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 등의 의견을 내며 분권화의 방향을 지지했다. 과도하게 부여된 종법사의 권한을 분산하자는 데에는 어느 정도 생각을 같이 한 것이다.

이처럼 분권의 방향으로 속도감 있는 교헌개정을 기대했지만 현재는 논의 자체가 생동감을 잃고 추진력도 너무 약해 올해 안에 초안이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계획대로라면 9월에 교헌개정의 초안이 나와서, 공청회를 거쳐 11월 중앙교의회에 안을 상정하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헌개정 속도라면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지도체제를보면, 재가 출가교도들의 저단 교화단을 바탕으로 항단 중심의 중앙교의회, 각단회 중심의 수위단회로 완성돼 가고 있다.

새로운 지도체제- 종법사

책임행정 구현, 이단치교 실현, 재가교도 교정참여 확대, 교구자치제 완성을 목표한 새로운 지도체제는 종법사, 수위단회, 중앙교의회, 교정원, 감찰원의 역할 및 기능의 재분할을 통해 이뤄진다.

2월 교헌개정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보면, 종법사의 지위는 법주로서 교단를 대표하고 전 교도의 신앙과 수행을 지도한다.

기능은 최상위 교화단의 단장으로서 주재(主宰)한다. 수위단회 의결을 거쳐 교서를 편정한다. 수위단회 의결을 거쳐 출가위 이상의 법위를 승강한다. 법의 정한 바에 따라 인사를 임면한다. 수위단회의 의결을 거쳐 영전을 수여하고 사면과 복권을 명하며, 법의 정한 바에 따라 상벌을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피선자격은 원정사 이상, 선출 및 추대는 수위단회에서 선출하여 중앙교의회에서 추대한다.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수위단회 및 중앙교의회

수위단회의 지위는 최상위 교화단, 기능은 종법사 선출에 관한 사항, 교화단에 관한 사항, 교헌개정에 관한 사항, 교서 편정에 관한 사항, 법위승강에 관한 사항, 교리, 교단법의 최종해석 및 판정에 관한 사항, 교단법이 정한 주요 인사 임면에 관한 사항, 국외 총부에 관한 사항이다. 여기에 '종법사가 제안한 중요사항'이 추가됐다. 기존 수위단회가 가지고 있던 '중요정책에 관한 사항'이 사실상 존치한 것으로 이 사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수위단회의 위상과 정체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름만 변경해 존치시켰다고 볼 수 있다. 중요정책에 관한 사항을 기존대로 수위단회에 존치해야 한다는 특별위원들은 '수위단회에서 중요정책을 논의하고 심의할 근거가 없다면 수위단회 위상은 어떻게 되나', '교법제정권이 중앙교의회 간 만큼 정책심의권은 수위단회가 가져가야 한다' 등의 반발에 부딪혀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결정은 안됐지만 조직제도분과에서 올라온 수위단회 구성을 보면 출가 남녀 각 9명, 재가 남녀 9명으로 돼 있다.

중앙교의회의 지위는 교단 최고의결기구로, 기능은 교단법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 예산 결산에 관한 사항, 교정원장이 제안하는 중요의결사항이다. 구성을 보면 출가교화단 각항 단원, 재가교화단 각항 단원, 직능, 연령 등 분야별 대표 등 총 300명 이내로 한다고 돼 있다.

교정원장 선출문제

책임행정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이 교정원장 선출의 문제다. 강해윤 특별위원(조직제도분과)은 "이미 교정원장 선임에 대한 것은 1, 2안으로 제안했다"며 "1안은 수위단회 선거로 뽑아 종법사가 임명하는 방식, 2안은 수위단회 복수 추천(2~3명)-중앙교의회 선출-종법사 임명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강 특별위원은 "교헌개정에서 조직제도분과가 중요하다.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면 대중들은 교헌개정특위를 불신할 것이다. 더불어 재가교도들의 반발도 나타날 것이다"며 "행정의 총책임자를 종법사로 할지, 교정원장으로 할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기존 체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종법사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분과 박정원 특별위원(분과장)도 "특별위원들은 종법사의 권위를 진정으로 세우는 길을 모색해 왔다"며 "분권이라는 용어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정서적인 전환이 쉽지 않다. 종법사가 교정원장과 감찰원장을 임명하지만 과정은 다르게 할 것이다. 교정원장을 중앙교의회에 뽑겠다는 생각은 다소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원불, 교법제정권, 출가자 결혼

'본교는 석가모니불을 연원불로 한다'는 교헌조항은 오랜 진통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존치됐다. 김성대 교헌개정특위 부위원장은 "과연 불교의 그늘 밑에서 2세기를 맞아야 하는가. 소태산대종사를 교조로 확실히 모시고 가는 것이 맞다"며 "그렇게 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독자성을 선언하기에는 힘이 부족한 것 같다"고 소회를 말한 바 있다. 이밖에도 '교단 형성, 교조, 지도체제 등이 다르기 때문에 불교라 할 수 없다', '교전에 연원불 법문이 있는데 또 넣어야 하나' 등의 의견이 개진됐지만 조항 존치가 결정됐다.

수위단회가 가지고 있던 교법제정 및 개정권이 새로운 중앙교의회로 이관됐다. 향후 교단법이 교헌-교법-교령-교규-교구조례로 정리되면서 교법(현 교규 해당)의 제정권과 개정권을 중앙교의회가 가지게 된 것이다. 교헌이 교단의 이념적인 분야를 담당한다면 교법은 교단법 운용의 실제적인 영향을 주는 분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교의회로 이관한 것은 재가교도들의 교단 참여 문호를 적극적으로 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전무출신 결혼문제는 교헌상으로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위법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현행 전무출신 조항 2항 '전무출신으로 평생을 독신으로 공헌하는 이를 정남정녀라 한다'는 '전무출신의 결혼은 자유의사에 맡기고 평생을 독신으로 공헌하는 이를 정남정녀라 한다'로 수정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교헌개정 속도, 거북이(?)

올해 11월 중앙교의회에 교헌개정안 초안을 상정할 예정이지만 쉽지 않다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백광문 교헌특위 사무처장은 "아직 교단 지도체제도 완결이 안됐다"며 "3월20일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는데 교단 사정으로 4월로 연기됐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안에 초안 완성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백 사무처장은 "논의만 무성하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앞으로 사안별 공청회는 없을 것이다. 대신 교헌개정안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재는 특별위원 매달 1회 회의, 전문위원 매달 1회 회의, 의견조율을 위해 특별위원 전문위원 연석회의를 비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강해윤 특별위원도 "교헌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내용도 부실하고 시간도 촉박하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신속하게 개정작업을 하기로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예상 외로 과정이 느리다. 위원들간 의견교환으로 생각의 편차가 많이 좁아진 상태다. 개인적인 의견은 많지만 양보할 것은 과감히 물러서겠다"고 신속한 개정작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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