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병원 / 베트남 해외의료봉사단

▲ 12일~18일 베트남 북동부 싸푸앙자오에서 원광대병원 26명의 봉사단원이 해외의료봉사를 펼쳤다.
제생의세의 설립 정신을 지켜오고 있는 원광대학교병원(병원장 최두영)이 14번째 해외의료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원광대 의대병원, 치과병원, RIS 사업단,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치의학과 등 5개 진료과 의사 8명을 비롯 총 26명의 봉사단원으로 구성된 베트남 의료봉사단(단장 박성훈 교수)은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열대 몬순의 나라 베트남 타이응우옌에서 의료봉사 및 보건 교육 활동을 펼쳤다.

국경없는 인술로 민간외교 및 유대관계를 구축하고 돌아온 베트남 해외의료봉사단, 약 700여 명의 현지인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그들의 6박7일간의 발자취를 현지 취재했다.

베트남 싸프엉자오에 가다

동트기 전의 어둑한 시간, 원광대 해외의료봉사단은 남들보다 좀 더 일찍 하루를 맞이했다. 12일 새벽3시, 원광대학교를 출발해 오전7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봉사단은 각종 약품과 수술도구 및 의료장비를 꼼꼼히 체크한 뒤 출국수속을 마쳤다. 봉사단을 태운 아시아나727편은 오전9시4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현지시간 12시35분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3시간 동안 베트남 세관의 각종 의약품과 의료장비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봉사단을 하노이교당 한화중 교무와 한국·베트남 다문화 가족모임인 한베가족협회 여성회장 팜 트니아(Pham Thi Nah)씨가 반갑게 맞아줬다.

여섯 시간의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도 잠시, 단원들은 다시 두 시간의 차량이동 끝에 타이응우옌에 도착했다. 베트남 타이응우옌은 베트남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면적 177.1㎢, 2010년 기준 33만명의 거주지다. 2013년 11월23일 원광대학교 RIS사업단은 베트남 타이응우옌 의과대학을 찾아 학 반 비인(Hac Van Ving) 연구관리 및 국제 협력부 단장과 쩐 반 뚜안(Tran Van Tuan) 약학대학장 등을 만나 양교간 교류·협력에 대한 뜻을 나눈 바 있다. 양국간 총 2차의 교류 끝에 처음으로 베트남 해외 의료봉사가 진행되게 된 것이다. 호텔에 들려 잠시 짐을 풀은 봉사단원들은 다시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미니버스로 2시간 여의 비포장 도로를 달린 봉사단은 이번 의료봉사 활동지인 베트남 북동부 타이응우옌성 싸프엉자오에 도착했다.

싸프엉자오는 의료, 교통, 교육 등 사회 인프라 자원이 낙후된 지역으로 기본적인 의료 혜택도 접하기 어려운 오지다. 활동무대인 싸푸앙자오의 폐 보건소 건물에서 의료봉사팀은 혼자서는 들기 힘든 무거운 장비들을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각종 벌레들과 거미줄, 바닥이 무너져 내린 곳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준비해온 장비들을 열심히 세팅한 봉사단은 오후10시 접수와 초진, 소아과, 재활의학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치과, 약국 등 8개의 진료실을 갖춘 뒤 첫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 18일 베트남 흐멍족 여성이 남아를 순산했다.

생명의 탄생, 마음 울리는 봉사

13일 새벽6시 호텔을 출발해 오전8시30분 싸푸앙자오 의료봉사 활동지에 도착, 오전9시부터 의료봉사활동이 시작됐다. 봉사단이 도착하기도 전에 진료를 받고자 하는 현지인들로 접수처는 장사진을 이뤘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위해 26명의 봉사단원들은 진료부, 투약부, 간호부, 안내부 총 4개의 부서로 나뉘어 봉사를 진행했다.

원광대 의과대학 원불교학생회(원의회)는 접수처에서 환자의 증상에 따른 초진과 차트를 완성시켰고, 의과 특수검사항목인 심장 초음파·복부 초음파·유방 초음파·갑상선 초음파·근육관절, 산부인과 초음파와 본 검사 항목인 Vital sign-혈압·체온·맥박수·호흡수 체크, 재활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치의학과로 발빠르게 안내, 진료를 받도록 했다.

의료봉사 중 가장 붐볐던 진료과는 총 193건의 진료를 한 재활의학과였다. 한국과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베트남은 기계화가 덜 된 까닭에 대부분의 농민들이 손으로 모내기를 한다. 40도까지 올라가는 날씨 속에서 베트남 농민들은 10월말~12월말 사이를 제외하고 3모작을 하기 때문에 재활의학과를 찾은 환자들은 대부분 허리와 무릎관절의 통증을 호소했다. 재활의학과 팀은 환자들에게 적절한 약물치료와 체조를 전수, 치료를 도왔다. 이번 의료활동에서는 치과진료도 인기가 많았다. 치과를 찾은 총 165명의 환자들은 태어나서 한번도 치료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초음파를 보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소아과 역시 아이들의 건강을 체크하려는 이들로 발딛을 틈이 없었다.

또한 이번 의료봉사는 총 14건의 원광대병원 해외의료봉사활동 역사상 처음으로 새 생명이 탄생해 의미가 컸다. 의료봉사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오지에 살고 있는 흐멍족(묘족) 여성이 의료봉사활동 장소를 찾아왔으며, 30여분의 진통 끝에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남자아이를 순산했다.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로 태아의 건강을 장담하지 못하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었지만, 산부인과 팀원들의 노력으로 과다출혈이나 신생아 문제가 발생되지 않고 소중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의료봉사단장인 원광대학교 박성훈 교수(구이교당 교도회장)는 "대한민국과 많은 인연이 있는 베트남에서 처음 의료봉사를 시작하게 되어 감격스럽다"며 "이번 의료봉사는 베트남 타이응우옌 의약대학과 한베가족, 하노이교당의 도움이 컸다. 교류회의 진전과 일회성 봉사가 아닌 지속적인 의료봉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의료협력·문화교류 기반 마련

하노이공항 입국수속부터 출국수속까지 봉사단을 물심양면 도운 단체가 있다. 한베가족협회이다. 한베가족협회는 세계 최초의 한국-다문화가족 단체로, 하노이교당 한화중 교무와 인연으로 봉사단원의 1:1 동시통역을 맡았다.

2013년 원광대학교 RIS사업단과 첫 소통의 장을 가졌던 타이응우옌 의과대학은 이번 의료 봉사 활동에 학생을 파견하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했다. 16일에는 타이응우옌 쩐 반 뚜안(Tran Van Tuan)과 국제부 팀장이 참여한 가운데 인적 교류 및 향후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12월 타이응우옌 총장과 의약대학 학장을 초청, 원광대학교와 MOU를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1996년 연변 하계의료봉사를 시작으로 2014년 네팔 의료봉사활동, 2015년 베트남 의료봉사활동 등 총 14건의 해외의료봉사활동 및 총 27건의 국내 의료봉사활동(1986~2014)을 이어온 원광대학병원은 MOU 체결 예정에 힘입어 2016년 1월7일 베트남 타이응우옌으로 두 번째 의료봉사를 떠날 예정이다.

일회성 행사를 넘어 숭고한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실천하고 돌아온 26명의 베트남 해외의료봉사단, 아시아 오지를 찾아 소중한 의술을 펼친 그들의 굵은 땀방울에서, 국제보건의료 향상과 의료협력, 문화교류의 교두보 역할에 대한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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