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반대말, 희망
'의기소침해 하지 말라'

▲ 최정화 교수가 '현대인의 마음병: 불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현대인의 마음병: 불안'을 주제로 마음인문학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최정화 교수는 우리시대의 마음병 중 가장 흔하면서 동시에 가장 심각한 병으로 '불안'을 꼽았다.

그는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불안의 근원적인 형태를 네 종류로 설명한 심리분석가 프리츠 리만의 이론을 통해 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을 하고, 이후 불안과 관련된 고대의 현인 세네카의 행복담론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먼저 그는 불안을 사전적 의미로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마음, 분위기 등이 술렁거리어 뒤숭숭한 마음이다'이라 정의했다. 이런 불안 증세는 '소화 장애나 불면증' 같은 증상을 나타내지만 현대인들은 그것들에 익숙해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츠 리만은 이러한 불안을 네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보았다"며 "자기 헌신에 대한 불안, 자기 되기에 대한 불안, 변화에 대한 불안, 필연성에 대한 불안이 그것이다. 네 가지 성향들은 두 개씩 짝지어 볼 때, 서로 모순되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맞지향'이라 불린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첫 번째와 두 번째 불안에 대해 "서로 상반되지만 인간은 스스로이고자 하는 개성화의 특징이 있는 반면, 어디에 소속되어 자신을 잃고 헌신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헌신에 대한 불안이 지나친 사람은 분열적 인성이 되기 쉽고, 공격적이어서 주위 사람들과 파트너, 팀워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아웃사이더형이다"고 했다. 반면 이러한 사람이 각 분야에서 독창적인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유형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지나치다 보면 침울한 인성이 되기 쉬운 유형이다"며 "겸손하고 자기 희생적이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나는 안 된다'는 깊은 체념감에 빠져서 인생에 대한 피로감과 관심 없음으로 귀결 될 수 있는 유형이다"며 성직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유형에 대해서 그는 "변화에 대한 불안을 가진 세 번째 유형은 심하면 강박증상과 강박행동을 일으킨다"며 "이는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가능성에 대해 미리 짐작하고 숙고하는 것은 좋으나, 자칫 과거에 고착되어 유동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네 번째 타입은 "필연성에 대한 불안으로 긍정적으로 표출되면 모험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여 늘 활력적이고 유연하며 재미있지만, 부정적으로 표출되면 참을성이 없고 히스테리적 유형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츠 리만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불안에 속수무책으로 놓였던 사람이 성장 이후 비슷한 일이 일어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며 네 가지 유형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또한 그는 "자기 헌신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에 개성적인 자아가 되고, 자기 자신이 되기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고, 변화에 대한 불안이 있기에 인생을 계획하고 지속시킬 수 있고, 지속성(필연성)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삶을 산다"고 정리했다. 치우지지 않고 마음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리만이 밝힌 불안에 대한 치유법으로 개인의 마음속 무언가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는 스스로에 대한 더 커다란 틀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불안은 변화에 대한 내면의 아우성이라는 것이 그의 답이다.

또한 불안에 대한 처방을 고대 심리치료사 세네카에게서 찾았다. 그것은 '마음의 평정'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자신의 상태를 즐겁게 바라보되 이러한 즐거움을 중단시키지도 말고, 들뜨지도 말며, 의기소침해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불안의 반대말은 희망이다"고 강조했다. "희망 또한 불안과 마찬가지로 막연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힘은 크다"며 "인간이 겪는 수없는 고통 속에서도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다.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는 것은 힘든 오늘보다는 내일이 낫다는 희망 때문이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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