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0일, 원불교사회복지연구소 주최로 아주 뜻있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가톨릭과 불교의 사회복지현황과 발전전략에 대해 각 종단의 사회복지계 대표들로부터 듣고 우리 교단의 원불교 100년대 이후의 사회복지의 방향과 발전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불교는 우리 교단보다는 뒤늦게 사회복지현장에 뛰어들었지만, 나름대로 많은 노력과 벤치마킹을 통해서 최근에는 숫자면에서 거의 세 배(2012년 기준 1,065개)에 육박하는 성고를 보였다. 천주교의 경우는 네 배(2012년 기준 1,302개)를 훨씬 웃도는 숫자였다. 불교는 노인복지, 아동복지, 지역사회복지, 장애인복지 순으로 시설이 많고, 천주교는 아동청소년복지, 장애인복지, 노인복지, 지역복지 순으로 많다.

중요한 것은 불교의 경우는 거의 모든 시설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을 하거나 위탁을 받은 시설이지만, 천주교의 경우는 국고보조금 없이 자체 재원으로 운영하는 시설이 무려 1/3(2011년 기준 369개)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의 총 예산규모가 한 해 얼마나 되고,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2008년 기준으로 7,644억 3천만원 정도 되고, 그 재원은 순수하게 자선주일헌금과 사순절헌금, 그리고 후원금으로 마련된다고 했다. 참으로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천주교는 역사적으로 소외된 분야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의 전통유지와 확대로, 정부나 일반 민간부분에서 하기 어려운 나환자, 결핵환자, 노숙인, 에이즈환자, 호스피스 등의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선도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선택의 전통을 계속 유지 정착시키는 데 역할을 다 해 온 것이다.

현재,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의 정의에 근거해 교단에서 설립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재단법인 원불교를 포함해 15개 법인 총 325개다.

이 가운데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를 포함한 아동복지시설이 155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장기요양시설과 노인복지관, 병원이 포함된 노인복지시설이 114개로 뒤를 잇고, 장애인복지시설(26개), 지역복지시설(17개), 기타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이러한 시설 가운데 우리 교단에서 순수하게 국고보조금 없이 자부담으로 운영된 곳이 거의 없고, 대다수 시설이 정부나 지자체, 또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순수하게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원불교사회복지를 행할 수 없고 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수시로 바뀌는 정부정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원불교 100년 이후에는 오롯하게 원불교 교단과 교도들에 의해서 조성된 재원으로 정부나 민간부분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원불교사회복지이념에 바탕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가야 한다. 원불교에서만 할 수 있는 유일한 원불교사회복지 모형을 발굴하여 그 사업을 시범적으로라도 독자적인 시설을 하나 설립해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원불교 100년의 상징성을 띤 고유의 특화된 원불교사회복지시설을 말이다.

우리 자체적인 힘과 능력으로 실시한 원불교사회복지라야 정부와 일반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민간사회복지 내지는 종교사회복지의 선구자적인 롤모델이 되리라 확신한다.

<임피교당·보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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