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는 배움으로
집착은 알아차림으로 내려놓기

▲ 마음인문학연구소가 '우리시대의 마음병'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진수 교무는 무지, 욕심 ,습관에 의한 마음병에 대해 발표했다.
마음인문학연구소가 '우리시대 마음병'을 주제로 20일, 원광대학교 교학대학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마음인문학연구소 한창민 교무(소장)는 기조발표를 통해 "현대사회의 마음병은 세 가지 원인으로 집약된다"며 "공동체의 붕괴, 구조화된 계급사회, 민주화의 붕괴다"며 이로 인한 사회현상이 개인에게 영향을 주어 빚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러한 사회 조정력의 상실은 개인에게 조급증과 민감성을 자극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자폐증을 낳게 했다"며 현대인들의 마음병에 대한 원인을 내다봤다.

그는 아울러 마음인문학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만든 거대한 구조가 사회 진보를 주도해 온 것은 사실이나, 그 결과가 빚은 현대인들의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다"며 "마음인문학연구소가 사회 구조를 바꿀 힘은 없지만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마음공부로 치유하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해가겠다"는 포부로 대회의 뜻을 전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원광대학교 인문한국(HK)연구교수 7명이 발표에 나서 마음병을 일으키는 원인과 양태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제시해 주었다. 본지는 장진수 교무(교수)의 '지(知)·정(情)·의(意)의 관점에서 본 마음병: 무지·욕심·습관'과 최정화 교수의 '현대인의 마음병, 불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장진수 교무는 현대인의 '마음병'을 지-정-의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이는 붓다의 계·정·혜와 소태산대종사의 수양·연구·취사의 삼학 접근법에 따른다. 이에 앞서 그는 마음병을 알기 위해서는 마음을 알아야 하지만 이는 언어로서 정의내리기도 어렵고, 설사 깨쳐 알았다 할지라도 그것을 잘 전달하기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음의 병을 언급할 때는 마음 그 자체가 아닌 그 마음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고통의 원인에 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선 지(知)의 측면에서 본 '무지의 병'에 대해 "잘못된 인식 혹은 잘못된 인지로 인해 발생하는 마음병이다"며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연기된 존재로서 조건에 따라 변하는 무상한 존재이다. 때문에 본래 나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허망분별을 일으켜서 나라고 집착하고 아만과 아애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이 무지의 '분별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요구되는 생활상식에서부터 전문지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소태산대종사가 천만 사리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데 걸림 없이 아는 지혜의 힘을 갖추라는 뜻도 근본무명으로부터 벗어나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情)의 측면에서 본 '욕심의 병'에 대해 "어떤 감정이든 거기에는 욕망이 깔려 있다. 그 욕심이 없다면 감정을 일으킬 이유가 없게 된다"며 "그 욕심이 뜻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감정이 뒤따르게 돼 괴로움을 가져 온다"고 말했다. 때문에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알아차리고 내려놓음으로써 더 이상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욕심을 조절한다 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욕심을 조절할 마음의 자주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意)의 측면에서 본 '습관의 병'에 대해 "어떤 습관이라도 한 번에 생기는 경우는 없다. 여러 번 반복을 통해 학습되고, 굳어진 행동의 결과다"며 "이 또한 마음의 의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반드시 마음의 의지에 따라 고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를 마음병의 한 측면으로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괴로움이란 것이 지-정-의 세 가지 측면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생사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위열반의 해탈에 드는 것이다"며 고락이라도 정당한 고락은 자아실현과 행복의 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번뇌 즉 보리'에서 알 수 있듯이 다가오는 괴로움의 무상함을 알고 보면 어떠한 경우에도 그 괴로움에 빠질 염려가 없다며 "그 순간 늘 깨어있고 스스로 육근동작을 알아차리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