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 말씀하시기를 "한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한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나나니, 그러므로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 되나니라." 대종사는 "사람의 성품이 정한즉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동한즉 능히 선하고 능히 악하다" 하였다. 그래서 부처님의 법은 무유정법이다. 정한바 법이 없는 것이다.

원래 선한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고 악한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나 능히 선할 수도 있고 악해질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없는 마음 바탕을 가지고 나와서 배경과 환경조건, 인연 관계 속에서 나라고 하는 하나의 틀이 형성되어가며 습관에 따라 선악의 인품이 결정된다. 선의 종자를 뿌릴지 악의 종자를 뿌릴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선악을 초월한 심경이 제일 큰 선이다. 선이 좋다고 하여 선에 매이면 큰 선을 행하지 못한다. 선과 악을 초월한 자리를 지선(至善)이라 하였다.

지선 자리에서 나온 선이라야 두루 원만하게 전체를 살리는 절대적인 선이 된다. 그러나 지선자리에 들지 못하였을 때는 심신작용으로 나투어지는 선악을 구분해서 악은 놓고 선을 키우는 것 또한 없지 못할 공부이다.

지금은 아직 겨울 기운이 성성하지만 봄에 파종하기 전에 먹어야 할 상추, 근대, 오이 등 몇 가지 채소 씨앗을 사다가 하우스 안에 심었다. 겨우내 하우스 안에서는 따스한 봄날 같아서인지 풀이 새파랗게 올라와 있다. 천지는 정말 너른 품이다. 무엇이든지 다 받아주고 다 길러준다. 잡초든 채소든 곡식이든 원하는대로 다 장양시켜 준다. 

내 눈에는 그것이 제거해야 하는 잡초지만 천지에게는 그 또한 무심히 원하는대로 하나도 버리지 않고 키워주는 천지의 분신이다. 마치 잘난 자식이든 못난 자식이든 똑같이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같다.

마음만 먹으면 이렇듯 귀를 기울여 주고 정성을 보이면 그만큼 밀어주는 것이 천지이다. 그러한 천지가 품부해 준 마음바탕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여기에 선업을 지을 것인지 악업을 지을 것인지는 각자에게 맡겼다. 그러니 내가 조물주가 되는 것이다.

정산종사는 "장마 지고 개는 것은 하늘에 맡겼노라" 하시고, "심고 가꾸기는 사람에게 달렸다" 하였다(〈법어〉근실편22장).

범부중생은 모두 각자가 보물 하나씩을 가지고 나왔는데 써 먹을 줄 모르고 등에 금을 지고 얻어먹는 꼴이 되었다.

대산종사는 세계평화를 위한 삼대제언으로 심전계발 훈련을 말씀하셨다. 밭에서 온갖 식물이 나듯이 인간의 마음에서도 능히 선악의 싹이 나는 이 심전을 잘 가꾸고 활용하는 것이 자기구원, 세계구원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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