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법대로 사는 것이 바로 신앙수행이지요"

온전한 삶 그 자체가 신앙 수행
원로단 단장으로 교화단 운영 모범

'뼛속까지 사무치는 추위를' 견뎌낸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코 끝에 와 닿는다. 봄 가뭄에 버썩 마른 마음까지 달래주니 그저 반갑고 고맙다.

봄의 초입, 경산 오권문(敬山 吳權文· 오정도 교무 부친)교도의 집을 찾았다. 단출하지만 정갈하고 흐트러짐 없는 그의 집. 사는 이의 성품을 말해주는 듯, 매화향 만큼 그윽한 삶의 향이 전해진다.

"어려서부터 원불교 가풍에서 자랐어요. 일원상서원문, 일상수행의 요법, 반야심경을 늘 듣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암송했던 기억이 나요."

원기32년, 그는 모친 박부국 순교의 연원으로 입교했다. 그의 부친 또한 대종사 법하에서 동하선 3개월 선을 났다. 그에게 원불교는 그렇게 가족 안에 하나였고, 전체였다.

"결혼 이후,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했어요. 마령교당에서 백일기도 정진을 했지요. 매일 새벽, 집에서 교당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기도정성을 드렸어요." 당시 공무원이었던 그는 출장 업무로 단 3일을 참석치 못하고 백일기도회향식을 마쳤다.

"백일기도 중에 기운이 쌓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밝아진 마음을 교무님과 일문일답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마음속에 큰 힘을 얻었지요." 기도정진의 힘을 깨닫던 순간이었고, 그의 신심이 굳어진 반석 같은 시간이었다.

그의 하루는 어김없이 오전4시45분에 시작된다. 15분의 심신재계 후 오전5시 아침심고를 모신다. 심고 후에는 오전6시까지 좌선과 기도, 독경에 일심정성을 드린다.

오전9시30분, 법문사경을 하는 시간이다. 그는 인터넷 법문사경 최고령자로, 사경 회원 사이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 두 번의 법문사경을 마쳤고, 올해로 세 번째 법문사경을 진행 중이다. 법문사경을 마무리하면, 오전12시까지 인터넷 법문듣기로 다시 한번 마음에 법문을 새긴다.

점심 식사 후에는 오후2시에서~ 5시까지 뒷산에 오른다. 심신 간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서 일상의 유·무념 사항을 점검하며 의두를 정진하는 행선의 시간이기도 하다.

오후9시30분, 그는 저녁심고를 한다. 그리고 그날의 일기를 쓰며 법문으로 하루를 대조한다. 이렇게 그의 일과는 한 번도 변함이 없었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30여 년이다.

"종법사께서 교법대로 살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교법대로 사는 것이 바로 신앙수행이지요. 교법 안에서 일상을 성실하게, 꾸준히 사는 것이 신앙인의 수행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수행은 언젠가의 지향점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실천해야 할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어떤 특정한 수행법, 그 자체에 수행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늘 '지금 이 자리'에서, 현재의 나를 점검하고 성찰하며 성실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 성실한 일상들이, 내 삶의 변화와 성숙을 이루어 내는 일이 수행인 것이다.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늘 깨어있는 온전한 삶, 그것이 그에게는 신앙이고 수행이다.

"식사를 며칠 동안 못하실 만큼 편찮아서,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아침 심고와 기도 정진을 잊는 일이 없다"고 그를 내조하는 황타원 손기태 교도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손 교도 또한 일원상서원문을 하루에 백독씩 암송할 정도로 마음을 체 잡으며 일상의 수행심을 놓치 않고 있다.

그는 인후교당 창립당시부터 단장을 맡아 오고 있다. 83세 이상 법위에 오른 교도들로 구성된 원로단에서 그는 30년 동안 단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원로단이 교화단 운영의 모범을 보이는 데에는 그의 지도력이 한 몫을 한다.

"교단에서 2만교화단을 양성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4대정진법이 있지요.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매달 4대정진법을 화두삼고 단원들과 회화를 해요." 그는 이번 달은 기도정진을 화두삼아 '기도와 심고의 의미와 실행'에 대해 회화를 했다고 전했다. 단원들과 서로 풀리지 않는 화두를 질의응답 하고, 회화를 통해 풀리지 않는 의심 건은 교무에게 해오를 얻는다.

그는 "심고나 기도는 사심 없이 일심으로 자기 본성을 찾는 것이다"고 말한다. '자성'을 바라보는 시간이 '기도'라는 것이다. 바람이나 소원성취를 위한 기도가 아닌 '착 없는 마음으로' 본래의 자성 자리를 찾는 심고와 기도시간. 그 또한 이런 깨달음으로 일상에서의 심고와 기도정진을 한 번도 거스르지 않았을 터이다.

"원불교만큼 진리적인 종교, 진리적인 법문이 없다"고 단언하는 그. 그가 작은 바람을 전했다. 원불교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는 매뉴얼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늘 깨어있는 정진심으로 온전한 삶을 살고 있는 그의 바람은 원불교를 널리 알려, 오직 일원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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