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추구 갈망하는 현지인에게
활불의 롤모델로 접근해야
개교의 동기, 미국사회에 맞게 재해석해 의미 부여

종교자유를 찾아 이주한 청교도의 정신을 건국의 뿌리로 삼아 출범한 미국은 수정헌법 제 1안에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선언했다. 즉 개인들에게 각자의 종교에 대한 신앙을 보장해주되, 어떤 특정 종교를 옹호하여 차별 대우함은 법으로 철저히 금지한 것이다.

이런 제도적 배경 하에서 미국의 종교적 지형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개신교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2차대전 이후에 이슬람·불교·힌두교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종교적 다원주의 양상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보수 대 진보의 양분화가 기독교는 물론 다른 종단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이념적으로 나뉜 종파간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종교와 종파들이 자기 주장만이 진리이고 우월하다고 고립하면서 갈등하고 분열하는 동안 도덕성 계발이나 인격 향상은 도외시 한 채 국가·사회에 불협화음을 조장하며 화목과 발전을 저해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기성종교와 종교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는 가운데 일반 사회정서는 종교적 교리와 규정을 상식으로 받아드리지 않게 됐다.

성직자의 부정과 제도화된 종교의 부패는 일반대중들의 종교에 대한 염증으로 이어져 영성이란 지극히 개인적 것이며, 그러한 영성의 추구는 성직자 없이도 가능하다는 탈종교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회들은 비워져 갔고, 종교의 교리 중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일부는 따르고 일부는 거부하는 신자들이 증가하였으며, 각 종교들의 교리와 의식 중에서 일부분만을 골라 자신들의 구미에 맞추어 진행하는 자칭 성직자들도 나타나게 됐다.

한편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미래는 물론 현재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은 감각적인 만족과 소비위주의 삶을 지향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물질 중심적 사고가 삶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인간의 존엄성이나 본질의 추구와는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

이처럼 불안하고 의지처가 부재한 시대에 놓인 상황에서 기독교의 교리와 신앙에는 부정적이지만 예전 기독교가 제공해왔던 소속의식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열망하고 있다.

즉 종교 교단에의 소속은 거부하나 영성계발을 통해 개개인이 도덕적 중심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수행 공동체를 추구하게 됐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낙원을 건설한다는 원불교 개교의 메시지가 미국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원불교 교리를 주입시켜서 원불교의 교도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미국 교화의 목표로 삼을 경우 종교를 떠나 영성추구를 갈망하는 탈종교라는 미국의 현황과는 상반되지 않을까.

대종사의 구도 중 난행 고행을 모두 강조할 필요는 없다지만, 구도의 열정과 질문들이 깨달음의 의단이 되었음은 영성추구의 살아있는 롤모델이라고 본다.

원불교 교전의 가르침과 교리가 영성추구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으려면 교리실천으로 변화되어 부처의 삶을 살아가는 활불의 롤모델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법의 사다리를 밟아서 중생에서 부처로의 대변혁을 이루기를 염원하며 정전의 마무리를 법위등급으로 밝혀준 대종사의 은혜와 법위의 양성화를 통하여 살아서 활동하는 부처로서 제생의세라는 대종사의 일대경륜을 실현하고자 했던 대산종사의 은혜가 이곳 미주에서의 영성추구에 빛이 되고 도움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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