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급 교무훈련 '선배와의 만남' 시간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그 시간을 후배 교무들에게 모범이 되고, 성공사례가 있는 교무가 가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가서 성공담으로 자신감을 주고, 성공 노하우를 전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성공한 교화사례가 특별히 있지 않았다. 교화현장 근무를 오래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5급 교무시절에 어린이, 학생, 청년교화에 좌절할 때가 많았다. 교화에 실패자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교화가 내 길이 아닌가 회의도 했고, 그런 내 자신에게 죄의식을 느낄 때도 있었다.

나는 이번 '선배와의 만남' 시간에 가서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성공한 교화사례가 없다. 실패할 때도 있었다. 그냥 나를 보여주러 갔다. 나와 비슷한 경험으로 괴로울 때, 난경을 당할 때의 분은 서로 위로하고, 지지해주자고 했다.

'내가 그런 실패한 사람, 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이 그럴 때구나.' 그래서 그런 내 마음들을 공부삼아 보자고 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다. 포기다. 갈등, 원망, 화, 짜증의 일어나는 마음은 없애야 할 문제라기 보다는 단지 마음의 작용일 뿐이다.

'오히려 그 순간에 그럴 수도 있지, 그럴 때도 있지'하며 그때의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고, 공감해주는 신뢰와 믿음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면 자신 안에 부정적 감정도 내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고, 다른 사람의 부정적 감정도 어느 때의 내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은혜로 연결된다.

그와 동시에 대종사께서 밝혀주신 〈정전〉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 공부로, 심고와 기도장의 방법으로 응용하고 마음공부 삼아본다.

'통만법 명일심' 공부는 실패든, 포기든 그 순간 각자의 마음을 공부하는 '공부거리'로, '공부찬스'로 세워주고, 돌려주는 것이다. 정말 큰 문제는 동지와 스승의 문답 감정 해오가 없는 '도가의 고아'가 되는 것이다.

5급 교무들 앞에서 교무 경력 17년차가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17년차라는 세월 뒤로 숨지 않았다. 나에게는 현재 이게 살아있는 생활이고, 생생한 공부 자료이다. 요즘 청소년, 청년들을 보면 종교생활을 무겁게 안본다.

과거의 신앙과 수행이 아사법생(我死法生)으로 내가 죽어 법을 살린다는 논리였다면, 지금은 그렇게 권위주의적으로만 하면 자신의 에너지도 죽이고 법도 죽는 아사법사(我死法死)가 되고 만다. 후천개벽 시대의 교화는 자리이타로 자신도 살리고 법도 살려내는 '쿨한 아생법생(我生法生)'이다. 나와 함께 응용의 시대, 문답감정해오의 재미를 함께 느껴보자.

대종사의 〈정전〉을 응용하여 개인, 가정, 국가, 세계를 살려내는 시대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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