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도 꽃샘추위가 한창이지만 훈련원 가족들은 나무와 야채 심기가 한창이다.

하우스안과 텃밭에 가지가지 나무와 야채를 심기 위하여 거름과 퇴비를 뿌리고, 경운기로 경작하고, 그리고 땅을 고른다. 여러 가지 식물을 심기 전에 해야 되는 밑작업이 만만치 않다.

기름지게 땅을 잘 고른 다음에야 제대로 어떤 식물이든지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수확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것보다 그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까지 먼저 해야하는 과정이 힘들고 필수 작업이다.

심고 거두기 전에 보이지 않게 해야 되는 과정이 마치 우리 마음공부와 다르지 않다. 우리 마음 가지가지에 사심과 잡념이 자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깊은 지혜가 생길수 있으며 나아가 육근를 통하여 원만구족한 취사로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크게 비어야 지혜광명이 크게 솟는다. 크게 비우는 데에도 지혜가 밑받침 되어야 하고, 큰 지혜를 얻고자 할때는 큰 정(定)력이 있어서 서로 서로 수양, 연구, 취사가 병진되어야 한다. 비우고 비우면 그 비우는 순간에 지혜광명이 열리게 된다.

살아있는 땅을 잘 골라 놓으면 그 위에 무엇이든지 심고 기를 수 있듯이 마음을 잘 골라서 성성적적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만지만덕으로 가는 길이다.

마음을 비우지 않고 사심과 잡념이 동하고 있는 가운데 발현되는 단촉하고 편협한 지혜는 오히려 자타를 해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마음이 요란하게 동하고 있는 자체가 자리타해(自利他害)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고요히 비어 있는 상태라야 지혜가 열리고 나아가 자리이타 내지는 이타적 대승행이 자연스럽게 나투어 지는 것이다.

큰 재주가 있는 사람은 남의 재주를 자기 재주 삼을 줄 아는 사람이다. 남의 재주를 내재주 삼으려면 덕이 있어야 한다.

덕은 포용력과 상(相)없는 무념에서 기인한다. 일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덕이 있어야 그 재주도 산다. 가정, 사회, 세계를 살리려 하여도 결국은 덕을 갖춘 사람에게 기운이 응해지고 중심축을 돌릴수 있는 재주가 주어지게 된다.

정산종사께서는 '덕(德)자를 큰 덕이라 하였으니 무슨 뜻인가? 이 덕은 개인주의나 가족주의를 떠나 일체 생령을 한 몸으로 알고 포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목구비와 수족은 다 각각 재주가 있어서 활동하나 몸에 의지해야 사는 것이요, 설혹 이 가운데 하나 둘이 없어져도 살 수 있으나 몸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이목구비는 재주와 같고 몸은 덕과 같은 것이니 이 말을 두고두고 명심하여 큰 덕을 갖춘 인물이 되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셨다.(〈한울안한이치〉 법문과 일화, 마음공부12절)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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