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대종사의 깨달음의 기쁨에 산하대지가 방실 방실 꽃망울이 터트렸다. 깊은 슬픔과 아픔이 공존하는 진도 팽목항 주변에도 천지 만물이 봄을 맞았다. 세상에 펼쳐지는 4월의 봄은 목련꽃처럼 화려하기만 하다. 그러나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단어는 '아픔'이다.

아픔을 동반하지 않은 기쁨이 존재할까. 소태산대종사도 깨달음 이전에 긴 병마와의 씨름이 있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한겨울 추위를 견뎌 내야하는 인고의 시간 역시 아픔이다. 아픔을 잘 수용하고 이겨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가치'를 알 때 그 힘이 더 단단해 지는 것이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그 아픔을 함께했다. 시민들은 팽목항을 찾았고, 퇴근 후 각 지역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온전한 인양'을 위해 정부를 향해 몸과 마음을 다해 싸웠다. 4.16연대가 결성됐고, 교단에서도 자발적 모임인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이 만들어져 밴드활동 중이다. 이들은 9일 '세월호 기억순례'를 통해 천도재와 아울러 팽목항까지 도보로 순례했다. 16일 팽목항에서 위령재를 광주전남교구와 함께 올린 후 행사를 마무리했다. 참으로 의미있는 자발적 행사였다.

소태산대종사의 깨달음의 기쁨이 배가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웃과의 나눔 활동이다. 자발적으로 나눔을 펼칠 때 '모두가 은혜입니다'라는 대각개교절 주제가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법을 나누고, 은혜를 나누자. 나눔의 손길이 빈번한 곳에는 아픔이 치유된다. 치유의 기운이 돌 때 희망을 품게 되고 모두가 은혜로 승화 될 것이다.

경산종법사는 12일 '해원상생의 길'이란 법문으로 '새만금 희생영령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우리가 실천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즉 생명을 사랑하고 청정일념을 길들일 것, 화합으로 나아가고 선행을 쌓을 것, 달게 받고 갚지 말 것을 주문했다. 법잔치로 각종 사건과 사고 희생자들을 치유한 것이다. 더불어 전국 곳곳에서 김치 나눔과 대각국수, 자원봉사의 손길로 나눔의 꽃이 활짝폈다. 나눔은 치유의 길로 직결된 다. 그러나 자연의 반응을 살피니 꼭 은혜롭기만 한 것도 아니다. 황사비가 내리고, 미세먼지 날리는 날도 많아지면서 농도도 높아만 간다. 자연 재해가 어디 이뿐인가. 4월에 강원도에 내리는 눈은 또 어떤가. 일조량이 짧아져 산간 지방에 비닐하우스 설치가 많아졌다. 자연에도 치유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원불교 100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가 세상을 희망의 길로 적극 안내할 때임을 직감하는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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