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숨결 〈정전〉
이를 표준삼아 끝까지 놓지 않고 적공해가야
사람은 천지 자연의 개체 중 하나다. 동물로서의 역할이 있지만 영적으로는 천지 자연을 활용하여 숨을 불어 넣는 존재이기도 하다. 천지의 도로써 사는 사람은 천지와 같은 인격의 존재로서 삶 하나하나가 천지와 통한다.
천지의 도를 대종사는 지극히 밝은 도, 지극히 정성한 도, 지극히 정성한 도, 순리 자연한 도, 광대 무량한 도, 영원 불멸한 도, 길흉 없는 도, 응용 무념한 도 이렇게 여덟 가지로 보았다.
수행자가 여래가 되려고 하는 것도 천지와 같은 인격을 얻기 위함이다. 천지는 곧 진리이기 때문에 천지의 인격은 곧 진리의 인격이 되고 진리의 인격을 여래라고 부른다. 천지에 진리가 순연하게 내재해 있으나 천지를 움직이며 천지를 먹여 살린다. 이 천지 8도는 천지의 인격 즉 여래의 경지를 가늠잡아 놓은 격이라 수행의 표준을 잡아서 하기에 수월하다. 필자 곁에서 정전 공부를 가르쳐 준 스승이 법타원 김이현, 교산 이성택, 전산 김주원 종사이다. 이 가운데 김 전산은 독선생으로 〈정전대의〉를 침 튀겨 가며 가르쳐 줄 때 이 천지 8도를 인격의 표준으로 삼으라고 법의 불을 짚여 놓아서 지금 껏 이 가슴속에서 식지 않은 채 담겨 있다.
대종사는 천지의 지극히 밝은 도를 체받아서 천만 사리를 걸림 없이 알라고 했다.
어느 한 스승은 여러 제자 가운데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굼뜬 한 제자를 예뻐했다. 하루는 스승이 제자들에게 담력을 실험하겠다며 살아있는 새가 들어 있는 새장 하나씩을 주고 해지기 전까지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죽여오라고 했다. 한 제자들은 창고 안, 동굴 깊은 곳, 숲 속 등에서 각각 죽여 왔다. 그런데 유독 어리숙한 이 제자는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땅거미지는 어둠 속에서 손에 새장을 든듯이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제자였는데 손에 쥔 새장에는 새가 아직 살아 움직였다. 스승은 안도의 숨을 내 쉬며 "왜 그 새 한 마리를 죽여오지 못했냐?"고 하니 제자는 "창고에 가도, 동굴에 가도, 숲 속 깊은 곳에 가도, 그 외의 다른 어느 곳에 가도 진리는 늘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여 오지 못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스승은 "이런 아이를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크게 웃어 젖혔다.
천지는 사람이 자기 몸의 구석진 곳에 개미가 기어다녀도 아는 것처럼 다 안다. 뿐만 아니라 천지가 천지의 살림을 하는 데 조금의 오차도 없다. 이렇듯 천지 같은 앎이 있으려면 우선 천지 같은 마음이 되어 천지를 품고 천지와 같은 살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연마해 가야 한다. 이 마음을 마음 깊은 곳에서 놓지 않고 적공하면 언젠가는 천지와 같은 지혜가 솟는다. 그 강령으로 대종사는 천조의 대소유무의 이치에 따라 인간의 시비이해를 건설할 수 있도록 밝혀 놓았다. 이것만 삶 속에서 터득해 가면 천지와 같은 밝음을 얻을 수 있다. 이 밝음은 비움에 바탕 할수록 더욱 선명하다.
<성주삼동연수원>
길도훈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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