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힘은 문화에 있고, 문화는 배경이 있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원불교 사료 정비 시급

원기100년을 맞이해 교단 내 모든 분야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내년에 있을 원불교100년성업 기념대회로 정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회 못지않게 중요한 성업이 있다. 지난 100년의 원불교 사료들을 세부적으로 정비하고, 재가 출가교도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이다. 이 일은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올 초 어느 원로교무의 방을 정리하면서 현재 상용하고 있는 〈대종경〉 이전의 〈대종경〉판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대종경〉묵지본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것을 발견한 후 1주일은 벅찬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마치 훈민정음 해례본을 가진 양 한동안 혼자 싱글벙글하며 늦은 시간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대종경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과 편찬에 참여한 인물들과 사연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어디를 가야 하고,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를 몰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러한 생각은 꼬리를 물고 현 대종사의 표준 영정의 원본은 어디에 있고, 표준 영정에 대한 뒷배경과 관련한 일화(이야기)는 무엇일까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가 몇 년도에 어디서 찍었고, 여러 영정 중에 왜 현재의 영정이 표준 영정으로 결정되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또한 대종사성탑도 제작과정과 현 위치에 있기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함께했을 것인데, 나는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 이에 대한 잘못은 일차적으로 원불교 사료에 대해 이제까지 무관심한 나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원불교 사료에 대한 정비작업이 그동안 등한시돼 왔다고 말하면 비약일까. 다행인 건 몇년 전부터 교정원이 기록물관리실을 두어 사료를 수합하여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잘 알다시피 종교의 힘은 문화에 있고, 그 문화는 그 각자의 배경이 있어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오랫동안 회자되어 유지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국가의 문화재로 등재되어 그 나라와 민족의 힘으로 작동한다.

원불교는 이제까지 양적 팽창과 교화 성장, 제체정비를 통해 지난 100년을 이끌어왔다. 100년은 단지 숫자만이 아닌 궤적이며 사연들의 집합체이다. 다시 말해 문화와 문화재로 표현되며, 이들은 저마다 배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야기로 표출될 때 그 안에 사람이 있고, 피와 땀이 있고, 그들의 수많은 노고는 역사가 된다.

이 역사를 후세들은 노래로 만들고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사료의 세부적 정비작업은 단순한 기록정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우리사회는 인문학 열풍을 타고 모든 것에 콘텐츠로써의 가치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으로 작업되어 새롭게 인식되어 가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좋은 문화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존재자체를 잃게 된다.

원불교도 마찬가지다. 현재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사료들에 대한 세부적인 정비작업들을 하지 않으면 소중한 유산이 어느 창고에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원불교만의 것으로 존재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현재 국가에서는 국가의 소중한 문화재를 국보와 보물로 보존하고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만약에 원불교에 존재하는 많은 사료들을 정비하여 각각에 번호를 매기고 그 내용을 정리하고 알린다면 어떨까. 이는 나 혼자만의 아이디어가 아닌 그동안 많은 교무들이 이야기해 온 당면과제다.

이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과 함께 실질적 해답을 내놓을 시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중앙남자원로수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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