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으로 가족 케어

가족의 해체는 많은 사회적 문제나 범죄를 양산하며 사회 근간의 위기 요인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가치와 정신을 복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획을 마련한다. 가족 치유를 위한 교단적인 노력과 함께 가족교화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이웃종교들의 가족 치유 사례 등을 알아본다.(편집자)
▲ 동산가족센터는 부부갈등을 가족문제의 큰 원인으로 꼽고 부부학교를 통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산가족센터 www.dsfamily.or.kr)

가족문제가 사회문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되면서 이제는 그 치료 및 치유방법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상담소는 물론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치유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사)크리스찬 치유상담연구원 동산가족센터

사)크리스찬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인 정태기 목사는 "부모들의 다툼 속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불안감의 강도는 전쟁터에서 옆 전우가 폭격을 당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정도의 수치로 미국 연구결과 밝혀졌다"며 가족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부부관계로 손꼽았다.

부부사이 갈등은 자녀의 장래는 물론 후손들까지 끝없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정 총장은 "미국이 진행한 연구에 264년 전 조나단 부부가 11명의 자녀를 낳고 서로를 위하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9대까지 내려온 현재까지 그 자손들 모두 부부간에 화목할 뿐만 아니라, 1명의 부통령과 장차관이 수십명, 의사, 교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며 "반면 스미스 부부는 똑같이 자녀를 낳았지만 매일 부부싸움으로 보냈다. 그 후손들은 결혼했지만 늘 불행했고, 조사된 바 129명이 교수형, 1/3 후손들은 객지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계에서 조나단 부부는 자신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을 뿐인데 수많은 미국시민에게 도움을 주었고, 스미스 부부는 자신들만 못살았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미국시민들을 괴롭히며 살았다고 평가했다"며 부부관계야말로 건강한 가족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같은 법인인 동산가족센터는 부부관계의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부부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부학교 초급·중급·고급과정, 신혼부부학교, 위기부부학교, 결혼예비학교, 다문화부부학교, 재혼가정세우기 등 가족의 중심인 부부간 치유를 목적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부부학교는 4~5쌍의 부부가 함께 모여 서운했던 감정들을 배우자에게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쌍방간에 쌓였던 앙금과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고 부부간 불만과 오해를 해소하여 치유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런 과정을 12회 격주로 운영하고 더 깊은 문제를 가진 부부는 중급과정을 받게 된다. 중급은 과거 상처와 어릴적 내면 문제 등을 찾아 집중 치유하는 단계다. 대부분 이 과정에서 부부관계가 치유되지만 더 심한 경우는 고급과정까지 밟게 된다.

백유현 센터장은 "이런 과정에서 부부는 행복이란 자녀도 배우자도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찾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며 "부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부부학교는 그 문제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그 가운데 파생되는 세부적인 상황에 따라 전문상담가가 개입해 반드시 치유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부학교는 종교에 의미를 두지 않고 건강한 치유 자체에 목적을 둔다. 이미 다양한 종교인들이 부부학교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회복해왔다.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도 가족치유 상담공부를 원하는 어느 누구라도 배울 수 있도록 문이 활짝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원네스 깨어남 명상과 가족세우기

원네스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혜산스님은 가족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내면정화가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어머니 태중, 전생, 조상의 카르마(원네스 성자 바가반의 가르침) 등으로 모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무의식적으로 내재돼 이어오는 전생의 카르마, 이 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태중에서 받게 된 부모의 아픔과 고통, 나와 연결되어 내려오는 조상들의 업 등이 지금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원네스(Oneness)'는 공(空)인 동시에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자신이 어렵고 가족과 불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내면이 막히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치유도 먼저 자기 정화 즉 내면치유가 우선이다.

'깨어남 명상'은 개인의 정화(개인적인 삶의 관계 치유)로 이뤄지고 있다. 기본 중급 상급으로 나눠진 이 과정은 쿤달리니, 춤 명상부터 기도, 알아차림, 감정수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세우기'는 심리극 형태를 통해서 내면세계 속에 있는 가족 관계를 드러내 객관적으로 보여주게 한다.

우리가 보통 머릿속에서 인식하고 있는 가족, 옳고 그름이라는 양심의 틀에 묶여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부모 자녀 관계만 생각하지만 사실 내면은 그렇지 않다. 그 무의식 속에는 내가 저장해 놓은 뒤틀린 진짜 가족관계를 인식하게 하고 꺼내놓게 만드는 것이 가족세우기다. 세션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내면 속 잘못된 가족 구성원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어떻게 가족관계가 편안해질 수 있는지 알아차리도록 도와주면서 가족관계 의 치유가 일어난다.

혜산스님은 "가족관계에서 트마우마가 많으면 더 이상 가족이라는 느낌을 느낄 수 없게 되고, 나도 모르게 감각들을 차단해버리게 되어 가족이 함께 살면서도 느낌없는 시체처럼 살게 된다"며 "가족세우기는 그러한 삶에 큰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또 가족 체계 안에서 내 자리가 어디이며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 원네스명상센터는 깨어남 명상과 심리극을 통한 가족세우기로 가족치유에 나서고 있다.(카페주소 cafe.naver.com/healingonenessfamily)

가족치료를 위한 제언

30여 년 동안 가족문제만을 연구해온 서울가정문제상담소(www.homeclinic.org) 김미영 소장은 가족간 다음과 같은 치유법을 제시한다.

매일 아니면 주 1~2회라도 가족이 함께 집에서 밥을 먹을 것, 부부가 일주일 2~3번 정도 산책할 것, 가정 일에 아이들까지 함께 역할 분담할 것, 잘못이 없어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대화를 시작할 것, 상대를 질타하기 이전에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부탁하는 '나 전달법'을 사용할 것, 가족이라 해서 지나치게 개입 또는 간섭하지 않고 서로 독립적이면서 상호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는 '따로 또 같이'식의 관계를 유지할 것, 상대방 분석보다 자기 이해를 먼저 할 것 등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사람이 성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 가정이다. 그 가정에서 가족 개개인에게 성장하는 동력이 가족 안에서 일어난다"며 "부부도 그렇지만 부모와 자녀 간에도 서로 동반자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 자녀가 잘 되거나 행복하면 부모도 그러하고, 부모가 잘 되고 행복하면 자녀가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은 플러스적인 영향도 마이너스적인 영향도 가장 크게 미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발생된 문제는 가족안에서 충분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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