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숨결 〈정전〉

공정한 마음 이면에는 세상을 위한 방향으로
책임지고 품어서 키워주는 마음 담겨있다

천지는 지극히 공정하여 살인자이든 도둑이든 자연을 훼손한 사람일지라도 땅에 곡식의 씨를 심으면 그대로 그 곡식이 나오도록 돕는다.

팥씨를 심으면 팥을 맺고 콩씨를 심으면 콩을 맺게 한다. 너는 천지를 훼손하고 못 돼먹었다며 곡식의 씨를 심었어도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거나 팥을 심었는데도 콩을 맺게 하는 것처럼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 농사 짓는 법을 알아서 성심성의껏 농사일을 하기만 하면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른다. 천지가 이처럼 절대적으로 공정하기 때문에 많은 생물이 의지해서 살아간다.

지난날의 잘못된 일을 지금에 끌고와서 적용하거나 현재 하나의 일에 잘못한 것을 전체로 확장하여 판단하는 것처럼 천지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세상 만물이 천지에 기대어 살아가지 못한다. 사람도 살다 보면 잘잘못이 있기 마련인데 너는 전에 이것을 잘못했고 너는 저것을 잘못했으니 안 된다고 하면 세상에 살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공정한 도는 인간에게 있어서 부모와 지도자의 덕목이다. 지도자가 공정하지 못하면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생활에서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이면 예의 없는 면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공부 잘한다고 봐주거나 그에 걸맞지 않다고 더욱 혹독하게 꾸짓게 되면 그 아이는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아가 다른 사람과 형평성에 어긋나면 그 신뢰의 간격은 더더욱 멀어지고 만다. 올바른 지도자는 대상 속에 들어온 사람을 사회와 세상에 하나의 특성과 조화를 이루는지 큰 관점에서 보고 다시 소급하여 객관화적이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의 본의와 성장에 기반을 두고 현재의 이 일을 바라볼 수 있어야 믿고 기다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의 길을 터준다. 나아가 자기를 위한 사람이 아닌 세상을 위한 사람으로 클 수 있도록 항상 길을 열어서 돕는다.

사람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에도 공정한 마음을 갖는 사람은 자기가 선호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선호하는 사람이 같은 일을 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균형감 있는 생각으로 처리를 한다.

인사를 담당한 사람이 인사를 단행할 때 누구나 선호하는 곳에 필요한 인성과 실력을 지닌 사람이 있지만 자신이 그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보낼 수 있을까. 또한 상장을 주어야 하는데 나의 입장과 자주 반대에 섰던 사람일지라도 상장의 조건에 해당이 된다면 이 또한 공평하게 줄 수 있을까. 나아가 자기의 지도 권속에 있는 사람이 평소에 맘에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잘못해서 곤경에 처해 있을 경우 자기의 일신을 위해 발뺌하여 책임을 전가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내 책임으로 품어서 돕는다면 이런 사람은 천지와 같은 사람이자 대인이다.

이렇듯 공정한 마음의 이면에는 그 사람과 세상을 위한 방향으로 책임지고 품어서 키워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성주삼동연수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