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돌보며 처처불상 사사불공 체득

간호는 돌봄이다
환자를 부처 모시듯 불공하는 마음으로

직업을 묻는 말에 '교수보다는 간호사다'라고 말하는 경남 양산 영산대학교 간호학과 김소희 교수(47·법명 선미). 병원실습현장과 교육현장을 오가는 그를 교수실에서 만났다.

수요가 높아 간호학을 선택하고,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은 많지만, 병원 현장에는 간호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3교대 근무 등 환자를 돌보는 업무가 힘들어 간호사란 직업자체를 중간에 그만두는 장롱 면허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인간존중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심어줘야 하는 것이 교수로서 가장 큰 숙제입니다. 지식적인 것보다 10년간 간호사로 일하면서 가진 생각과 임상사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 학창시절에는 간호학 전공이 불만스러웠다. 졸업 전까지 계속 공부해야 하는지를 고민했으나, 간호사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재미와 보람을 찾았다.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이 좋았던 그는 폐렴에 걸려 입원했을 때 간호사에 대한 느낌이 남달랐다. 가벼운 병에서부터 중한 병까지 통증이 있으면 누구나 견디기 어려워한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호사로 그가 가진 지식과 기술을 사용해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환자들이 고마워하니 보람이 컸다.

"학생들에게 자기 간호를 먼저 강조합니다. 자신의 몸이 약하거나 아프면 다른 사람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먼저 귀한 존재로 만들어야 남도 귀하게 여깁니다. 자기 스스로를 간호하는 법과 부모, 형제, 친구 등 가까운 사람부터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간호하라고 지도합니다."

'간호(Nursing, care)'의 의미는 돌봄이다. 사람을 간호한다는 것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모든 것이 부처이듯, 간호 역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가정간호사로 근무하던 시절, 그는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돌보며 인간의 무능함과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지만, 전문직으로 여성들의 경우 결혼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 직업이란 것이 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돈 벌 욕심으로 간호사를 선택하지 말라고 권한다. 남을 간호하거나 돕는 것이 정말 복 짓는 일이라고 지도하는 것이다.

"누구나 편하고 예쁜 일만 할 수는 없습니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이고, 신체적인 면에서 대소변을 꺼려서는 안됩니다. 배설을 못하는 환자에게 나오는 대소변은 사랑스런 것입니다. 치료를 포기한 사람도 간호할 것은 있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간호는 필요한 것입니다."

간호사란 남다른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란 의미다. 최근에는 간호학과 정원의 10%를 남학생이 차지한다. 여자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허물어지는 추세다. 간호가 의학의 보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와 간호는 보는 시각이 다르다. 병을 보기보다는 사람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기의 경우 치료보다는 간호를 해야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따뜻함보다는 지도자로서 잔소리를 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간호사는 단정한 외모는 물론 밝은 표정으로 생기와 에너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전공지식은 물론 정신적·영적인 부분까지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과연 내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인가 종종 되묻곤 합니다. 저도 자기케어가 잘 안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바루고자 하거든 먼저 나를 바루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배우라'는 대종경 법문 말씀이 가장 걸리기도 합니다."

아침 8시부터 밤9시까지 12시간 이상 집밖에 있는 그로서는 아이들 돌봄이 어렵다. 다행히 시어머니가 자녀를 돌봐줘 마음 놓고 근무하고 있는 것에 감사해하는 그다. 일원가정에서 자란 그는 유년시절부터 교단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때는 마포교당, 결혼 후에는 화명교당, 지금은 어머니(임지운 교도)와 여동생(김인선 교도)이 다니는 동래교당으로 적을 옮겼다. 9단 중앙인 그는 연원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당에 함께 가기 위한 2명을 정해놓고 불공을 드리고 있다. 그의 집무실 한 쪽 벽에는 원불교 팜플릿이 붙여져 있었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과 외부인에게 간접적으로 교단을 알리는 셈이다. 원불교를 소개하는 내용이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교단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고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대종사 말씀을 지식과 함께 전해주면서 종교가 있든 없든 원불교인을 닮아가는 간호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즉 자신을 돌아보고 가꿔서 주변과 많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내가 들려준 한마디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지닌 성숙한 간호사로 오래 근무하길 바랍니다."

바쁜 중에도 친절한 태도로 응대하는 그에게서 사람을 배려하는 간호사의 따뜻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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