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은 교단 가족 치유 프로그램

가족의 해체는 많은 사회적 문제나 범죄를 양산하며 사회 근간의 위기 요인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가치와 정신을 복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획을 마련한다. 가족 치유를 위한 교단적인 노력과 함께 가족교화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이웃종교들의 가족 치유 사례 등을 알아본다.(편집자)
▲ 행복한가족캠프의 회화는 부부로 함께 살지만 어려웠던 진솔한 대화를 위한 시간이다.

부모 중심의 치유
9년째 이어온 '행복한 가족캠프'
'더 좋은 아빠되기 운동'의 확산

교립 원창학원
자녀들이 직접 이끄는
'가족 공동 마음 챙기기'


우리 교단의 가족치유는 어떤 모습일까. 손꼽히는 대표 브랜드는 비영리단체 '행복한가족'과 원광대학교 마음공부연구소가 함께 하는 '행복한 가족캠프'다. 16일~17일로 89차를 진행한 가족캠프는 원기92년 시작돼 햇수로 9년에 이르며, 회당 40명 정도의 출석인원으로 수료인원 3500여 명에 이른다.

교단 가족치유프로그램

'첫날엔 어리둥절하다 둘쨋날 펑펑 울고 만다'는 캠프는 1박2일 코스로 서울과 익산의 훈련원에서 주로 열렸지만, 개교당이나 기관에서도 진행돼왔다. 권도갑 교무와 양경희교수를 중심으로, 그간 지도자로 성장한 20여 명의 강사들이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에는 참가비 20만원이 아깝지 않도록 연구하고 노력했다던 행복한 가족캠프는 높은 재참가율을 보이며 시민강좌는 물론, 서울시와 국회 등의 요청과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후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하다보니, 월1회인 캠프를 늘려달라는 요청도 대기자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16일~17일 서울 봉도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캠프는 '화, 분노의 마음치유'를 주제로 진행됐다. '화, 분노'는 가족치유를 넘어 모두에게 어렵고도 힘든 주제다. 권도갑 교무가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사람은 없다〉, 〈우리 시대의 마음공부〉와 최근 펴낸 〈당신은 나의 거울입니다〉를 통해 전한 메시지가 바로 '화를 책임지고 잘 내기'다. 가장 편한 존재가 가족이지만, 가장 화를 정당하게 잘 내야하는 대상도 바로 가족이라는 것이다.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며 긴장을 푸는 첫 날은 '부모님과의 만남', '아로마로 이완하기', '가족과 춤추기', '일기쓰기' 등의 과정을 수행한다. 특히 '부모님과의 만남'은 가정의 갈등을 진단하는 과정으로, 참가자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시간이다.

자신이 부모와 겪었던 문제들이 그대로 자녀들에게 답습되는 경우가 많은데, 흔히 우리는 부모에 대해서는 미화하거나 덮어놓곤 한다. '내가 본 아버지의 문제점'과 '나의 문제점'을 나란히 적어보며 부모에 대한 감정과 나의 현재를 솔직히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일기쓰기'는 일기법의 정수를 가족에 도입해, 가장 크게 와닿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김해나 창원 등 멀리서 참석한 비교도 참가자들은 "일기를 통해 내 마음들이 제대로 보이고, 무엇이 잘못되고 잘됐는지 정리된다"며 앞으로도 일기쓰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일기는 둘째날 함께 속깊은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데 활용된다. 경청과 공감의 시간을 통해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감상담 나누기가 완성된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사실은 아버지를 미워했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며 눈물을 쏟는 목사, 별거했던 남편에게 '당신은 나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 무뚝뚝한 사람이 '나도 사랑해, 보고싶어'라고 답장을 보내왔다고 고백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는 함께 울고 웃었다. 내 이야기가 아닌데도 순하게 치유되는 이러한 힘이 바로 행복한 가족캠프가 감동과 따뜻함으로 세상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이유다.
▲ 경인교구 청운회의 '더 좋은 아빠되기 운동' 발표대회에서 동수원교당 배성원 교도가 우수상을 수상, 사례를 발표했다.

경기인천교구 청운회 모범사례

교단의 가족치유 프로그램으로는 경기인천교구 청운회의 '더 좋은 아빠되기 운동'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1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4회 실천사례 발표대회는 특히 수원과 경기도 일대 관공서와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더 좋은 아빠 되기 운동'은 개인적인 수행과 실천차원 위주인 유무념공부를 관계로 확장시킨 의의를 지닌다. 흔히 서먹해지기 쉬운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노력으로 결실을 맺고 있으며, 올해는 편지쓰기도 실천방안으로 더해 좀 더 진솔하고 감동어린 발표가 됐다.

원기97년 당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명예총재로 '더 좋은 아빠되기 운동'이 출범한 후, 5월에는 실천사례 발표대회, 7월에는 1박2일의 가족초대캠프를 개최해오고 있다. 유무념 기재를 넘어 '더 좋은 아빠'를 위한 TFT를 발족, 연마를 해나가는 것이 큰 힘이다. 이 자리에서 조제민 경인교구 교의회 의장은 "대부분 아빠는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에 쫓기다보니. 더 좋은 아빠되기란 무엇인지 고민과 갈등을 마주하는 상황이 많다"고 밝혀 우리 사회 아빠들의 속깊은 이야기로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 날 우수상에는 동수원교당 배성원 교도, 장려상에는 분당교당 전종오 교도와 수원교당 이인전·정인성 교도, 입선작에는 안산교당 백법원 교도와 동안양교당 문성룡 교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올해 '더 좋은 아빠되기 운동'의 대상을 조부모로까지 넓혀 공모한 결과 안양교당 김경훈 교도가 손녀 사랑의 의미와 노력을 전해 특별상을 수상했다. 가족의 형태와 양육자들이 변화함에 따라, 향후 '더 좋은 아빠되기 운동'은 더 다양한 사례를 발굴할 전망이다. 경인교구 청운회는 원불교청운회와 함께 이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로 해 기대를 모았다.

'행복한 가족캠프'와 '더 좋은 아빠되기 운동'이 부모 중심의 치유라면, 교립 원창학원의 '가족 공동 마음챙기기'는 자녀가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원광고등학교에서 올해 시작한 '가족 공동 마음챙기기'는 가정에서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는 유무념으로, 가족이 공동으로 정한 실천사항에 대해 매일 잘함(○), 보통(△), 못함(X)으로 표기하며 한달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미 귀공자귀공주 프로그램으로 유무념에 익숙한 학생들은 "가족들에게 마음 챙기기를 알려주고, 이야기하며 대화가 늘어났다"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가족치유 프로그램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원불교상담연구회와 둥근마음상담연구소는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하는 가족상담에 있어 전국에서 손꼽힌다. 전북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5월15일~6월5일 금요일마다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교육을 실시하며,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5월 30일 '좋은 부모되기 교육'을 열고 상시로 가족상담실을 운영한다. 비영리단체 '행복한가족'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용산의 대우아이빌 사무실에서 마음공부와 가족치유를 함께 하는 '하이원공부방'의 문을 누구에게나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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