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밀양'이 한참 세간의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어린 아들과 단란하게 살고 있던 주인공은 어느 날 아들이 유괴를 당해 세상의 하나뿐인 소중한 자식을 잃고 만다.

아들을 잃은 그는 분노와 괴로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종교를 만나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얻고 문득 그 유괴범을 용서해야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교도소를 찾아갔다. 하지만 유괴범 역시 같은 신앙을 통해 자신은 용서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는 내용이다. 타인을 용서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한다는 거룩한 선행이 실제 현실에서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과 종교적 가르침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다.

5.18을 맞아 사)평화의 친구들은 5월 평화교육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고, 호남평화인권사랑방 정의행 의장에게 당시 상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수많은 젊은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 속에서 쟁취한 '대통력 직선제,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제5공화국 권력비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이뤄냈다고 했지만, 김영삼·김대중 정권의 특별사면으로 그들이 풀려나게 된 일에 대해서는 대단한 유감을 표했다.

화합이라는 의미로 그들을 용서하기로 했다지만, 아직도 그 당시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많은 피해자인 광주시민들 입장에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며 '화합'을 큰 미덕으로 삼고 있는 원불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화합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아무리 큰 잘못과 범죄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일단은 용서하고 보는 것이 맞은 일일까?

독일 메르켈 총리는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2차 세계대전 무명용사비에 헌화하며 "옛 소련군의 희생 덕분에 독일이 나치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밝히며, "우리 독일인들은 나치 시대에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해 올바르고 세심하게 알고 있어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화합해야 할 같은 민족이 저지른 잘못일지라도 분명한 잘못과 죄에 대한 각성은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그는 밝히고 있는 것이다.

스승들께서는 지묵경전보다 현실경전을 잘 읽으라 하셨다. 이 뜻을 새겨보면 '단편적 생각'에 빠지지 말고 '살아있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종교적 가르침이 '용서와 화합'인 것은 변함없으나 현실에서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는 아무래도 '세계적 현실경전'을 통해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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