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문학연구소 학술대회
마음공부방법론 크로스오버

▲ 마음인문학연구소 이기흥 HK교수.
현대인의 마음공부는
개인의 치유를 넘어 타자와의 공존으로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종교학·뇌과학·심리학 등 다각적 시각에서 바라본 마음공부방법론에 대해 국내학술대회를 열었다. 4월24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 제3회의실에서 열린 '마음공부방법론 크로스오버' 학술대회는 교단 외에도 이웃종교, 명상치료 관계자들에게 흥미로운 발표장이 되었다.

이날 '통합적 마음공부론으로서의 정·중·동 마음공부론'이란 주제로 발표한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이기흥 HK연구교수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마음공부방법론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마음치유나 마음공부론은 개인이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치료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새롭게 선호되고 있는 마음공부의 특징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대상을 대하는 태도나 세계와의 의식적 합일 또는 통합을 지향한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에 대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마음병들이 개인의 의식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인문환경이다"고 주장하며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사회적 실존을 위한 능력을 구비해야 하는데 그것은 공감과 공존의 능력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한 관점 돌리기' 마음공부법이다.

그는 이 해법을 '인칭대명사의 용법'에서 찾았다. 그는 "인칭대명사에 대한 관심은 분류법에만 있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도 내재해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1인칭은 '나' 중심의 관점이라면 2인칭은 나와 상황을 공유하는 상대방 중심의 관점이며, 3인칭은 상황 중립적인 대상 중심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4인칭은 자신을 최대한 낮추면서 상대방을 높이는 상대방 중심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의 관점들이 취사선택된다고 보았다.

그는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칭관점을 돌아가면서 체화하는 훈련을 쌓게 되면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 관점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타자의 처지와 관점을 존중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능력이 쌓이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지 않고 타자와 공존 및 공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식의 관점돌리기는 공존적 삶이 개인의 수준을 넘어 사회적 집단이나 문화적 가치의 형태로 발전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또한 그는 "개인의 행불행은 개인의 사적 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적 행위를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가, 혹은 은혜쌓기 공부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며 앞으로의 마음공부는 사적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 차원으로 넘어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가 제시하는 정중동(靜中動)의 마음공부론은 요란한 마음을 조용하게 잠재우고, 중용의 도를 추구하는 사고를 기르며, 사회문화적 교양을 쌓는 활동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동양사상임과 동시에 불교의 정혜계(定慧戒) 마음공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현실 그리고 이상·가치 간의 유기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유연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데서 본 연구가 출발한다"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편향적인 생각이나 태도를 그와 반대되는 쪽의 생각이나 태도로 보강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것은 '나' 중심의 사고에서 '역지사지'를 실천하는 행동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가 말한 '정-중-동 마음공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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