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종교인으로 인정받는 기회, 가족교화

가족의 해체는 많은 사회적 문제나 범죄를 양산하며 사회 근간의 위기 요인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가치와 정신을 복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획을 마련했다. 가족 치유를 위한 교단적인 노력과 함께 가족교화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이웃종교들의 가족 치유 사례 등을 알아봤다.(편집자)

▲ 지난해 6월 동수원교당 은혜단 가족들이 용인 농촌 테마파크에서 봄 나들이를 즐겼다.

새 시대 새 불법을 만난 재가 출가교도들은 파란고해에 빠진 일체중생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 중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가족 구성원을 교단으로 이끌어 신앙과 수행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은 공부인으로서 더할 나위없는 기쁜 일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가족을 교화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교화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족교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가족, 받들고 모셔야 할 불공의 대상자

〈대종경〉 법문에 '남을 가르치는 방법은 먼저 내가 실행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교단 발전에 합력하고, 자신의 신앙 수행은 철저하지만, 가까운 인연인 가족과 주변사람에게 종교인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교도들이 있다. 교당과 교화현장에서는 교도로서 모범적인 면을 보이지만, 정작 가족과 일터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이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그로 인해 상대방을 아프게 할 수 있다고 돌이켜보거나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아무리 교법을 전하려고 해도 그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 인정하거나 따르지 않고, 교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한다.

배우자가 교당 임원인 A교도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함께 교당에 다니고 있지만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한때는 교단에 대한 호감이 있었지만, 상대 배우자가 집에서 가족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니 더욱 교단과 멀어지는 느낌이다"며 "자녀들 또한 교당과 집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에 실망하고 교단에 대한 반발심이 크고, 함께 교당 가자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앙생활을 하는 교도가 신앙을 갖지 않은 일반인보다 나은 점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지만,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온 법호인 이상의 교도들도 자녀교화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경우, 자녀들이 부모 집에 오는 날이면 그날은 당연한 듯 법회를 빠진다. 자녀들에게 되도록 법회 없는 날 오라고 말을 하거나, 그날만이라도 자녀를 교당으로 이끌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타종교 신앙을 가진 며느리가 들어와도 크게 고민하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고부가 함께 교당을 같이 다니는 경우에도 서로 불편해한다. 공부인으로서 대화를 편하게 해야 하는데 할 말이 있어도 서로 말을 못하는 상황이다. 며느리들은 교당과 집에서 너무 다른 시어머니의 모습에 실망하고, 차라리 시어머니와 다른 교당에 다니고 싶어 한다.

법호를 심사할 때도 가족교화와 주위 인연교화를 어떻게 했는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다. 자기 혼자만 열심히 교당생활을 했다고 법호를 수여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교당 심홍진 교무는 "부모가 신앙생활을 하면 가정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신앙과 공부한 만큼 인격과 생활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자녀가 부모님이 교당을 다니면서 확실히 전보다는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고 존경심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울산 울기등대에서 울산교당 이진원·이도관·이형원·김원향 교도.

존중과 배려로 이뤄진 일원가족

울산교당 이진원·김원향 교도는 20대인 두 아들과 법회에 참석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일찍부터 자녀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이들 부부는 2006~2011년까지 매주 가족회의를 1회씩 개최하며 가족 간 소통의 기회를 가졌다. 법회 참석은 물론 교단의 가족캠프,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자녀와 참가하며 자녀들로 하여금 교단의 공부 분위기를 익히게 했다. 이 교도 또한 남편과 아버지로서 부인과 아들들에게 모범을 보이도록 늘 최선을 다했다. 부모의 신앙을 자녀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 교도의 차남 이도관 교도(20)는 "부모님 신앙생활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교당을 다니게 됐고, 현재 원불교대학생동아리 활동과 교도생활에 만족한다"며 "중고교 시절에도 교무님이 잘 챙겨 주셨고 교당의 여러 활동도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초량교당 서원자 교도는 시어머니 박여진 교도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사소한 것에 서로 마음 상할 수 있는데 늘 배려해 주고 며느리로서 배울 수 있는 행동만 보여주니 같은 교도로서 존경심이 든다"며 "기도생활에 솔선수범은 물론 나쁜 점은 절대 얘기 안하시고 좋은 점만 얘기하시는 등, 며느리 입장에서 살피고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참 공부인이다" 고 전했다. 서 교도의 20대 두 자녀는 현재 예비교무다.

동수원교당 은혜단은 일원가족으로 이뤄졌다. 총 13가족 중 매주 7~8가족이 나와 교당에 활력을 주고 있다. 부모가 교도인 청년들이 결혼하면서 각자의 배우자를 입교시켜 현재의 은혜단으로 발전했다. 자녀들 평균 나이 1~5세인 이들은 함께 법회, 교화단회를 통한 교리공부를 하면서 교법은 물론 자녀교육과 살림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물론 은혜단이 있기까지 교당 내 교도들의 많은 후원과 협조가 있었다.

동수원교당 박근영 교무는 일원가정의 장점에 대해 "부부 간에 대화도 늘어나고, 교법 공부를 통해 가정사 경계를 잘 넘기는 지혜를 얻는다"며 "아이들 또한 부모의 신앙생활을 통해 저절로 공부를 같이 하게 되고, 각자 배우자에게 불공을 하기에 서로 공부가 발전하고, 일반교도들도 이들의 신앙생활에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정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교당의 일부 부모들은 자녀교화에 적극적이지 않는 모양새다. 종교생활은 인력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부모로서 자녀들이 어린시절부터 바른 신앙생활을 갖도록 철저하고 세밀하게 노력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빠르게 변하는 사회 조건도 가족 교화를 방해하는 요소다. 학생들은 학업에, 직장인은 직장일로 한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요일만이라도 가정 내 가족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다. 그 사이 시간을 내 교당 법회에 출석하는 종교생활까지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일원가족초청법회를 열어 음악회와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해 호응을 얻는 교당과 가족교화의 소중함을 인식해 다방면으로 불공을 하는 부모 교도들도 늘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가족교화는 신앙 수행하는 종교인으로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과제임을 인식한 것이다. 가까운 인연인 가족구성원에게 필요하고 맞는 불공법을 연구한 뒤 끊임없는 정성을 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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