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도서관, 아이옷 나눔…지금은 공유육아 시대

▲ 아이누리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 '쏘서'를 골라보는 아기와 엄마.
이제 육아도 공유다. 맞벌이는 필수에 집값이 천정부지다 보니 둘째를 낳으면 이른바 '애국자'로까지 불리는 한국 사회, 잠시 쓰고마는 육아용품이며 교육과 노하우를 엄마들은 공유하기 시작했다. '영원한 내 것'보다는 나눠 쓰는 개념이 커지고, 비슷한 월령의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 새로운 공동체도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공유와 양보 개념 배워

부모들이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이 장난감을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다. 아이는 금세 자라고, 이내 싫증을 내며 다른 장난감을 찾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이 바로 '장난감도서관'이다. 전국 시군구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장난감도서관의 선봉에는 경북 경주의 '아이누리장난감도서관'이 있다.

'아이낳고 살기 좋은 도시'를 지향하며 경주시가 원기96년 설립한 장난감도서관의 회원은 5월 기준 5900가정. '경주시내 대부분의 가정이 이용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부모나 조부모 등 양육자가 경주시민이면 무료로 장난감을 빌릴 수 있다. 주말은 발딛을 틈이 없고, 평일에도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부모와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총 5000여 점 정도의 장난감 보유, 가장 바쁜 토요일은 400명, 1달 평균 2000여 점의 장난감이 오간다.

장난감도서관의 이용은 일반 도서관과 같다. 3개까지의 장난감을 골라 21일동안 갖고 놀다 반납하는 것. 다만 연체시엔 연체료가 있고, 반납 전에 물이나 티슈로 한번 닦아줘야 한다. 도서관에서는 이 장난감을 반납받아, 오염물제거와 알코올소독, 자외선소독의 과정을 거쳐 깨끗한 비닐에 재포장해 다른 가정에 대여하고 있다.

배윤정 관장은 취임 3년차로, 실제로 장난감도서관 이용자였던 6세와 4세 아이의 엄마다. 그는 "큰아이 태어나고 바로 도서관이 생겼으니, 두 아이 모두 대부분의 장난감을 여기서 빌려 놀았다"며 "경제적인 장점은 물론, 아이들이 공유와 양보의 개념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유' 인식이 희박했던 초기에는 어려움도 겪었다. 한둘 뿐인 아이들에게 "누가 쓰던 걸 받아쓴다"는 걸 꺼려했다는 것. 때문에 배 관장은 무엇보다도 위생을 철저히 하되, 충분히 검증된 정품으로만 장난감을 구입했다. 도서관의 좋은 뜻에 공감해 "아이들이 쓰던 걸 기증하겠다"고 한 제안도 완곡히 거절했다. "좋은 제품을 구입해 나눠 쓴다는 생각이 일반화되길 바랬다"는 한결같은 기준 덕분이다.

그 결과, 경주 '아이누리장난감도서관'은 경북의 이웃도시뿐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가 속속 견학을 오는 장난감도서관의 롤모델로 우뚝섰다.

▲ 단체나 신청자들은 장난감도서관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집 연계로 쉬운 아이옷 나눔

장난감도 같이 쓰는 공유육아, 그렇다면 작아져 영영 입지 못하는 아이 옷은 어떨까. 온라인 육아카페나 알음알음 지인들 사이에 해오던 '나눔'이 우리 일상에 가까이 왔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옷을 들고 나오는 '아이옷 나눔장터'는 석촌호수, 광명시, 인천 송도 등에서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시는 아예 아이옷 공유사업을 거주자 주차장, 집과 함께 전 자치구로 확대하는 '공유서울 2기' 정책을 4월 발표했다.

아이옷 공유 전문 사이트 '키플(www.kiple.net)'은 서울시와 함께 6개 자치구 230개 어린이집과 연계, 8만여 건의 아이옷을 공유했다.

인터넷이나 장터가 번거로운 학부모들에게 의류 수거용 봉투를 보내 어린이집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다. 아이 등원 때 차에 딸려 보내면 되는 쉬운 공유법 덕분에, 키플과 서울시의 아이옷 공유사업은 날개를 달고 있다.

이 밖에도 자신의 집 일부를 동네 놀이터로 만든 엄마, 돌아가면서 자신의 전문 분야로 자녀들을 교육하는 부모 모임 등도 공유 육아를 잘 활용한 예다. 최근 "아이 데리고 카페가기 눈치보인다"는 불편함을 함께 토로하던 온라인 지역맘카페 '동작맘모여라'는 아예 아이들이 떠들고 놀아도 되는 카페 'cafe in D'를 차렸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사업 지원도 받았지만, 엄마들의 출자와 재능기부, 협찬도 큰 몫을 했다.

▲ 작아진 아이옷을 정리해 이웃과 나눈다.

아이 한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

아예 사는 터전까지도 공유육아에 맞춘 육아공동체도 다양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1호 설립으로 시작된 서울 성미산 마을은 성산동과 서교동을 중심으로 1천여 명의 주인들이 공동육아로 살아가는 공동체다. 부모가 조합원이자 교사인 어린이집은 물론 12년제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조합 카페 등도 열어 전국 육아공동체의 롤모델이 됐다. 성미산마을에서 가능성을 본 부모들이 속속 육아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서울시는 물론 경기도도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처럼 공유육아에 나선 부모들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는다. 또 하나의 장점은 많아야 둘인 아이들에게 또래와 함께 나눠 쓰는 '사회화'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육아에 대한 엄마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내 아이만 잘 크면 된다는 인식을 넘어, 모든 아이들이 함께 잘 자라주어야만 결국 내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공동체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공유경제 중에서도 특히 공동육아에 있어 상부상조와 품앗이, 타자녀교육 정신이 강조되는 이유다. 육아는 경쟁이 아닌 합력이며, '아이 한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와 가치가 바로 이 공유육아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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