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은 기도생활이 생명과 같은 것'

신앙은 수행 그 자체, 일상이 수행
자신을 낮추는, 하심 공부 매진

그가 운영하고 있는 한의원 정원에 들어서자 소나무가 제 모양을 온전하게 뽐내고 있다. 꽃나무들도, 정원 한쪽 정갈하게 심어진 야채들도, 부지런한 주인장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진다. 둘러 심어진 대추나무는 자연스레 울타리가 되어준다. 크고 달기로 소문난 이 집 대추나무 열매는 약재로도 쓰이고, 교도들에게도 나눠줄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군산교당 여산 윤문한(61·如山 尹文漢) 교도. 학생회 시절부터 원우회 활동을 통해 탄탄하게 신앙심을 다져온 그다. 군산지구장학회장(전신 원우장학회)을 맡고 있는 그는 50여 년이 넘게 장학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교도회장을 맡아 교당과 교도들의 세정을 꼼꼼하게 살펴주는, 그야말로 '준비된 교도회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행이란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악업을 선업으로, 유심에서 무심으로 돌아가는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성불과, 남을 이롭게 하는 제중, 이를 통해 분별심에서 보리심을 찾아가는 것, 이 공부를 쉽게 전하는 내용이다. 그에게 수행은 명확하다. 그만큼 그의 신앙이 명확하다는 얘기다.

그의 하루는 오전 4시30분에 시작된다. 몸과 마음을 정계하고, 오전5시 심고와 좌선을 통해 기운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지키는 공부를 한다. '하고 하고 또 하며 조금씩 마음의 힘을 갖추고 신앙의 힘을 길러가는 것'이 그가 일상에서 하는 수행이다.

"저는 신앙인은 기도생활이 생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참다운 기도생활을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냉혹하리만큼 정직해야 하지요. 그래야 진정한 기도와 참회를 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그가, 정작 자신에게는 철저하리만큼 빈틈없는 기도생활을 한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그의 아내 송방은 교도(은타원·여성회장)는 그의 곁에서 묵묵히 교당 일을 의논하고 협력해 주는 든든한 동반자다.

"제가 하고 있는 유념조항은 교도님들과 함께 하고 있는 공동유념 조항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입니다. 그리고 개인유념조항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데, 환자를 대하는 직업이라 상대를 편하게 대하고 내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 공부를 잘 하기 위해 '환자불공과 하심하기'로 정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치료할 때에도 그는 유념조항에 기반해, 사은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며 환자들을 대한다. '나'라는 상을 버리고, 사은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이것이 원불교인의 신앙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공부는 교당에서 6년째 운영하고 있는 마음공부모임에서 다져진다.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마음공부방은 마음의 원리를 바탕해 11과목 훈련으로, 심성개발 프로그램으로 마음을 열고, 성가와 명상, 염불십송으로 자성의 정을 세우며, 정전 교리공부와 정기일기 발표, 문답감정회화, 정전 감사노트 작성 등을 통해 사리연구와 작업취사 공부를 문답 받는다.

일상에서 빈틈없이 다지는 그의 삼대력 공부가, 다시 한 번 교당에서 탄탄하게 검증받는 것이다. 그가 교도회장을 맡은 올해부터는 매달 한 번씩 묵언 108배 절 수행을 교도들 자체적으로 시작해 정진하고 있다.

법 동지들과 교감을 나누는 일, 이 또한 그의 일상에서 중요한 수행 조목이 된다. "도반 상호간 존중하고 세정을 이해하며 각자가 소유한 불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도님들과 그룹 간 대화의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하지요." 그래서 그의 집 정원은 언제든 교도들과의 만남의 장소가 된다. 조촐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식사도 하고, 차 한잔을 나누면서 마음을 이해하고, 살피며, 나누는 일은 그의 부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상의 불공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부터는 원만한 신앙수행을 위해 심신 간, 사리 간 '여유'란 단어를 화두삼고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의 여유가 아닌, 몸과 마음의 여유, 일과 이치 간 여유를 통해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도록 더 유념공부해야죠." 일상이 공부인 그가, 자신을 또 한번 공부 길로 채찍질한다.

그가 공부 길에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에 제행무상 제법무아(諸行無常 諸法無我) 법문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마음공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마음공부의 끝에는 '나'라는 아상(我相)이 있습니다. 결국 '나'라는 실체를 정복하지 못하면 모두가 허사가 되고 맙니다."

"'모든 것은 내 자신이 만든다'라는 말이 있지요. 이것이 바로 인과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망아(忘我), 무아(無我)를 해야 비로소 공부했다고 할 수 있지요."

상선약수(上善若水), 물 같이 자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공부. 그는 이 공부를 '하고 하고 또 하며' 흔들림 없는 신앙의 힘을 키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그가 향한 곳은 수요마음공부방. 도반들의 은은한 법향이 전해지는 곳이다. 일상이 수행인 그의 법향 또한 은은하고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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