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정식법강항마위 재가 승급인 훈련에 참석하고자 익산 중앙중도훈련원으로 가는 발길이 무거웠다. 그러나 이내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면서 가지고 있던 부담감과 피곤함을 잠시 잊었다.

더구나 5월이다 보니 훈련원에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향기로운 풀냄새와 싱그러운 공기가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고, 훈련원 입구 '대적공도량'이라 새겨진 대산종사의 글은 벌써 반쯤 나를 정화시켰다.

훈련 일정은 일반 훈련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결제식, 단별회화, 레크리에이션, 감상담 발표, 해제식 등으로 이뤄졌다. 준비해간 법복과 법락은 결제식 때나 입을 줄 알았는데 식사하고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착용한 채 훈련에 임했다. 겉모습은 그야말로 영락없는 법사였다. 의복 따라 마음 행동이 달라진다는 말을 실감했다.

중앙중도훈련원 성도종 원장님은 결제법문을 통해 "더 높은 등급으로 오르기 위한 디딤돌을 힘차게 밟아가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과 함께 "현재 내가 어떤 등급에 속해 있는 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사(正師)는 본인 제도를 마치고 다른 사람을 제도하는 스승이 되는 길이다"며 자기 등불이 밝아야 남도 밝힐 수 있다는 말씀도 덧붙여 주었다.

저녁 성찰의 시간에는 108배를 하며 여느 때와는 달리 내 마음을 다 잡으며 업장을 녹이듯 허리를 아래로 더 아래로 굽혔다. 이어진 승급인 서원기도시간에는 일렬로 서서 대각전으로 입장하는데 김홍선 교화부원장님이 행여 누가 다칠까 봐 계단 옆에 서서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손을 잡아 부축해 주고 촛불을 가운데 원탁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둥그런 원탁에 촛불을 놓고 심고를 올린 뒤 자리에 앉았다. 불단 위에서 아물거리는 300여 개의 꽃불을 숨죽여 보고 있는데 '아, 여기가 극락이고, 우담화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내가 앉은 이 자리가 우담화 피는 극락이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했다.

대종사께서 이 회상을 열어준 은혜가 아니었다면, 철없이 방황할 때부터 아낌없이 지도해 준 교무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하나, 가장 견고하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 또한 물이다'라고 했다. 이번 훈련은 나에게는 모두 감동이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 섬세하게 배려하고 알차게 준비해준 교정원 교화훈련부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북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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