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위민크로DMZ(Women Cross DMZ)한국위원회'에서는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5월24일 국제여성평화운동가들과 시민이 함께하는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 횡단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리고 다음 날 '2015국제여성평화회의(이하 회의)'를 개최했다. 필자는 '평화를 위한 여성성직자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양일간 참석했다.

그 중 5월25일 참석했던 회의에 바탕해 여성과 평화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날 회의는 국제여성인사 30명을 포함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진행됐다. 오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축사와 유승희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등의 환영사가 있었고 국제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의 기조발제가 이어졌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우리 여성 지도자들이 DMZ종단 평화걷기대회를 한 것은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것이다"며 "비록 판문점은 아니지만 경의선 육로를 통해 DMZ를 걸어서 종단한 것은 여성의 인권을 위해 이뤄낸 것이고 민간 외교를 통해서 북한의 여성과 만나고 화해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았다는 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대회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진 오후에는 각국의 갈등과 분쟁을 끝내기 위한 여성운동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 평화운동가로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메어리드 코리건(Mairead Corrigan, 1976년)과 리마 보위(Leymah Roberta Gbowee, 2011년)가 '우리는 왜 평화를 원하는가'에 대해 발제를 하고, 코드핑크(Code Pink)의 공동창립자인 조디 에반스(Jodie Evans)가 '여성과 평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또한 필리핀, 일본에서의 여성운동과 여성인권변호사의 한반도평화에 대한 담론 등이 이어졌다. 그중에 기지촌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전체적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필자는 초등학교 이후 교단 밖의 여성 집단에 참여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20년쯤 되는 출가생활도 '원불교'라는 익숙한 환경 안의 여성들과 비교적 편안한 관계 속에 있었다. '여성'이라는 특권(?)으로 울타리를 넘었고, 이번 회의에 참석하여 결코 편안할 수 없는 여성의 문제, 그리고 그것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논하는 세계 각국의 여성운동가들과 한국의 일반 여성들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종교와 지역을 넘어 평화를 이끈 주체로서의 여성을 강조했고 가치의 중심에 '여성성'을 두었다. 회의 내내 이러한 논의가 이어졌고 필자의 뇌리에는 '소태산의 여성개벽'이 중심으로 모아졌다.

대종사께서 일원상의 진리를 근간으로 어그러진 세상을 바로 잡는 법, 즉 교리의 체계를 세웠다. 그 중 사요의 자력양성과 지자본위에서 남녀의 평등과 여성본위(여성 위치의 제자리 찾기)에 대해 타당성과 방법을 역설하였다. 정신의 개벽 그 안에 여성의 개벽까지 주창한 것이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대종사께서 100년 전 말씀한 것과 다른 바가 아니었다. 우리 안에 이미 세계를 살릴 생명수가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왜 그들을 통해서 확인했을까. 국제적 움직임으로 각성해야 할까. 깨어있지 못함이 원인인 것 같다. 깨어있지 못하니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평화·화해·조화·용서·공감·소통이라는 여성성으로 대종사께서 만들어준 날개 옷을 하루 속히 펼쳐야 하겠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이번 회의는 여성들의 평화를 위한 몸짓언어 '춤'이라 여겨진다. 이제 동양, 한국, 원불교 여성들의 멋진 춤사위로 세계를 향해 응답할 차례인 것 같다.

이번 대회의 아쉬운 점은 회의 일자가 석존성탄절이라 불교계의 참석이 전무했다는 것과 이러한 여성대회일수록 남성의 참석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여성성은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따뜻한 근원적 마음임을 강조하고 싶다.

한 가지 더, 이번 회의 참석은 전적으로 선진 여성교역자의 터 닦음으로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후진인 우리가 더욱 분발하여 여성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이바지할 것을 호소한다.

<수학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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