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경원 교도 / 안암교당
여자 마음공부학사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안암교당에서 대학생·청년들을 위해 작은 생활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스무 살, 경상남도 김해에서 서울로 상경해 모든 것이 낯설었을 때, 나의 첫 번째 보금자리가 된 곳이 바로 마음공부학사이다.

나는 좌선과 헌배,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실 처음엔 아침 잠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내가 여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일찍 일어나려면 그만큼 일찍 자야 하는데 이는 평소 내 생활방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졸기도 하고, 좌선 후 다시 낮잠을 잔 적도 많았다. 그런데 '제대로 해보리라!' 결심하고 노력해보니 내 몸과 마음, 생활 전반에 커다란 변화들이 생겼다.

평소에 나는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되고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픈 적도 많았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일찍 자면서 자연스레 일찍 일어날 수 있었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밤에 무언가를 먹지 않게 되니 몸도 가벼워졌다.

시간이 없는 날에는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을 한 후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습관도 생겼다. 물론 피곤할 때에는 여전히 졸기도 하지만, 선과 헌배를 통해 하루의 시작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의 자유가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학사에 살면서 참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규칙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시간을 내 것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자취하는 친구들보다 시간적 여유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됐다. 학사의 규정이 어떠한 통제나 구속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진급과 행복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렇듯 내가 학사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무님의 지도와 학사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언니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현재 학사에는 나와 언니 3명이 살고 있다. 가족 외에 다른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이 처음이기에 긴장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나는 3명의 친언니를 얻은 것 같다. 아침이 되면 서로 깨워주고 아플 때는 마음을 다해 챙겨준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고 마음에 요란한 일이 생기면 교법으로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고향 집이 멀어서 가족이 보고 싶을 때가 참 많은데, 언니들도 모두 지방에서 올라와 이런 마음을 잘 위로해 준다.

내 생일이었던 날, 스무 살을 맞아 언니들이 축하해줬던 기억이 난다. 케이크와 선물, 직접 쓴 정성스런 손 편지도 주었다. 김제원 교무님도 "울 막내딸 경원이 축하해. 사은님 감사합니다"하고 축하 문자를 보내줬다. 나는 참 좋은 인연 복을 타고났나 보다. 때로 여러 일들을 함께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 속 경계를 우리 교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언니들을 보면서 참 많이 배운다.

학기 초에 조별과제와 학과 행사, 교당 법회 등 여러 개가 겹쳐 굉장히 힘들었던 때가 있다. 그때 언니들이 "경원아 힘든 경계 속에서 배우는 게 분명 있을 거야"라고 위로해줘 잘 견딜 수 있었다. 학사생들끼리 "공부하는 셈 치고 한번 해봐"라는 말을 자주한다. 모든 것을 공부의 기회로 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언니들을 보며 반성도 많이 했다.

만약 학사에 살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나의 습관을 변화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이제 학사는 나에게 단순히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를 이끌어줄 교무님이 있고, 함께 공부할 언니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앞으로 이러한 원불교 학사가 많이 지어져 청년들의 주거 문제도 해결하고 동시에 마음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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