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교도 / 분당교당
나라가 조용할 때가 없다. 뜻하지 않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나라가 온통 초비상 상황이다.
최근 들어 더욱 나라가 끝없는 재앙의 늪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사이언스(Science)'지는 최근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다룬 그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우리정부의 소통 부재의 간극이 불신과 공포를 더욱 증폭시키고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일한 정부의 상황인식과 무정견한 초기대응의 적폐를 그대로 지적해준 날카로운 '시선' 앞에서 우리는 실로 할 말을 잃는다.

유비무환(有備無患). 귀에 익은 말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 새삼스럽게 그 오랜 '유비무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게 어쩐지 생경스럽기만 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난날 줄기차게 유비무환을 외치며 밤낮없이 국가안보를, 민생경제를, 국토건설을, 국민교육과 정신개조를 위해, '새벽종'을 울리며 분투했던 기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역력하건만 말이다.

우리는 그때 하나같이 유비무환의 명제 앞에 올인 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새삼스럽게 그때의 빛바랜 유비무환의 망령(?)을 불러내어 또다시 국민적 소통을 논하고 새로운 각성과 분발을 운위해야 하다니… 세월을 거꾸로 사는 것 같아 저어해진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유비무환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유비무환의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금 우리 국가갱생의 좌우명을 삼아 새로운 '국민교육과 국가개조'를 이야기 하여야 한다.

모름지기, 민주국가의 정부는 국민을 섬겨야 하고 또 국민들은 국가의 권위와 명예 그리고 국가활동을 존중하고 성실하게 옹호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가 서로의 책무를 다하고, 또 서로를 존중하고 보호할 때에 건강하고 아름다운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도 먼저 '소통'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나라밖의 시선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소통의 부재' 앞에서 정부도 국민도 자유롭지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아직도 진정한 이해와 소통에 목마르다. 소통이 신뢰를, 신뢰가 곧 이해와 협력을 낳는 것이건만 우리는 아직도 서로 마음의 벽에 가리어 소통과 화합을 멀리 한 채, 그것도 바로 적전(敵前)에서 대립과 갈등의 늪을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뢰와 소통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 믿고 소통할 수 있는 진실과 정직성이다.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곧 아름다운 상생과 협력, 조화의 꽃을 피운다.

그러나 요즘 우리사회는 소통과 공감 어쩌고 하는 소리에는 어느새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통의 부재는 쓸 데 없는 오해와 불신을 낳고 총화와 합력을 해친다. 그리고 모든 일을 그르친다.

그간 우리는 진정한 소통과 협력을 잊고 살아왔다. 서로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보다는, 서로 자기반성과 성찰 그리고 변화와 혁신에 앞서기보다는 오로지 상대를 내려다보고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비난과 훈계를 일삼아 온 게 사실이다.

이제 그러한 불통과 단절의 관계는 안 된다. 모름지기 서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솔직한 정부와 정직한 국민이 되어야 한다.

무릇, 세상의 일에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언제고 생긴다. 때문에 우리는 미리 그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여야 한다.

이제 독불장군은 안 된다. 모두가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소통과 공감, 광명한 협력의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

듣지 않고 말만 내세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먼저 자신의 진상을 돌아보고 상대를 그리고 전체를 포용하는 진중한 자기절제와 유비무환의 포용력이다.

유비무환!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진지하게 아름다운 '접속과 소통'을 통해 서로의 지혜와 힘을 모으는 '유비(有備)'로 상생과 공영, '무환(無患)'의 큰 길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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