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서울에서 신촌교당 학생회를 다닐 때였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교당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간사언니가 뛰어나와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마다 교당에 온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교당에 갈 때면 마음이 한번씩 멈추어졌던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출가해서 교역자 생활 30년 만에 서울로 부임을 하게 되었다. 학생회 후배가 인사차 교당에 들러서 했던 "교당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성과 같아요. 친구 따라 우연히 교회를 갔을 때 언제든지 편하게 오고갈 수 있는 게 참 좋아보였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학생회 시절 열심히 신앙하던 그 후배가 교당 문이 닫혀 마음대로 다닐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런데도 난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 점이 아쉬운데 막상 교당에 나와 보니 여자 교무가 생활하는 현실에서는 교당 개방이 쉽지 않은 것 같아"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40여 년 전 가졌던 문제점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었구나'하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여자교무'라는 사실이 그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꼈다.

이 후배와의 만남은 서울교화를 처음 시작한 나에게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편안하게 교당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인가?" 하는 화두를 갖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당 앞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가져다 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거기에 제가 가도 되는 건가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잖아요" 했던 사장님의 말을 듣게 됐다. 또 아침 산책길에 만난 어느 주민의 "원불교요? 난 거기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라는 말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송천교당의 48년 역사 속에서, 이곳에 교당을 신축한 지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100명이 넘는 교도들이 드나드는 1급지 교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마치 원불교가 지역의 '낯선 외딴 섬'처럼 느껴지나 보다.

교당 주차장과 화장실 개방

현관 정원 꾸며 환한 교당 분위기

원불교 호감도 높여


그래서 우선 지역주민에게 원불교를 알리되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단계로 교당 앞에 주차금지를 위해 쳐져 있던 철조망을 걷고 주차장을 개방했다. 옆집 주민이 교당 앞에 주차하는 일로 인해 교도들과 몇 년째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대신 주차장을 개방하되, 그 분에게 주차관리를 부탁하는 것으로 우린 상생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주차장을 개방했을 때 겪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에 있는 창고나 보일러실에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간혹 청소년들의 비행장소가 되기도 했다는 전임자들의 얘기에 따른 조치였다.

그리고 교당 건물 주변으로 CCTV를 설치함으로써 안전장치도 설치했다.
그리고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도 개방했다. 길 가다 급한 용무가 생겼을 때 힘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급할 때 도움 받고 나면 좋은 생각을 갖기 마련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2단계는 교당 현관 앞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었다. 예쁜 꽃들이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환한 마음을 갖게 하고 때로는 좋은 향기를 전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무거운 교당 이미지를 밝고 환한 분위기로 만들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원불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일이 생각되어 조금 더 친근하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교화를 하고 있다.

<송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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