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롭게 하는 착한 아이디어들

▲ 켄튼 리의 '자라는 신발'은 매번 신발을 살 수 없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귀한 선물이 되고 있다. '자라는 신발'의 아이디어스케치와 완성품.
늘 흙먼지에 덮여, 상처가 나도 그대로 노출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맨발. 구호단체에서 신발을 전한대도 아이들은 금세 자라버리니 얼마 신지도 못한다. 케냐에 잠시 머물렀을 때 이 가엽고 아픈 맨발을 본 켄튼 리(Kenton Lee)는 생각했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처럼 신발도 자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신발'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발처럼 상처입은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아이디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이 바로 내 이웃이며, 내가 누리는 만큼 그들에게 돌려줘야 함을 아는 이들의 이야기는, 뉴스나 SNS를 통해 속속 전 세계로 전해지고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위생과 건강을 걱정한 켄튼은 '자라는 신발(The shoe that grows)'을 만들어냈다. 신발 앞과 옆, 뒤에 버클을 부착, 길이나 폭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지 버클 세 개지만, 켄튼은 이를 위해 수백 수천번의 스케치를 거듭해 결국 아이들이 최대 5년 동안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완성했다.

켄튼의 아이디어는 발명에만 그치지 않았다. 비영리단체 비커즈인터내셔널(because international)에서 이를 채택해 30달러(3만원대)에 판매하는데, 기부를 위해 100켤레를 구입할 경우 켤레당 8달러(8천원대)로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착한 아이디어의 원조 '탐스슈즈' 역시 어린이들의 맨발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다. 가볍고 심플한 실내화 같은 단화 '탐스슈즈'는 2006년 런칭을 할 때부터 아예 'One for one'이라는 획기적인 기부 방식을 내세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원포원'은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다른 한 켤레가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전해지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접하는 '원플러스원'을 기부로 바꾼 '원포원'은 기업의 윤리적 실천과 도덕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상품도 뜻도 좋은 탐스에 많은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 결과 2011년 안경 브랜드 '탐스 아이웨어'도 시작했다. 이 역시 내가 안경 하나를 사면 필요한 사람에게 안경을 주는 기부 방식이지만, 조금 더 진화해 무료 안과 치료나 수술을 해주기도 한다.

신발 이야기 하나 더 해보자. 낡아서 못 신는 신발을 휴지통 대신 땅에 묻으면 이내 새싹이 올라오고 나무로 자란다. 거짓말같기도, 동화같기도 한 이 신발은 네덜란드의 신발 회사 '오트 슈즈(OAT Shoes)'의 아이디어로, 신발 자체를 100%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했기에 가능하다. 거기에 출시할 때부터 속에 작은 씨앗을 숨겨놓았으니, 신발을 땅에 묻으면 씨앗이 발아하고, 운동화는 이내 썩어 나무의 영양분이 되는 것이다.

▲ '오트슈즈'의 다 신은 신발은 땅에 묻으면 속에 숨겨두었던 싹이 발아해 나무가 된다.

다람쥐 먹이가 되는 1회용 접시

이처럼 자연과 환경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착한 아이디어가 가장 활발한 무대다. 오트 슈즈처럼, 쓰고 난 제품을 버리는 대신 새롭게 의미를 입히는 아이디어들이 활발하다. 특히 1회용품 문제는 야외활동과 캠핑이 늘어나고 있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의 한 디자이너는 1회용 접시를 생분해되는 소재로 만들어 썩게 할 뿐 아니라, 여기에 견과류와 곡물 등을 붙여 새들이나 다람쥐들이 먹어 사라지게 제작했다. 환경에 무해할 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공감하고 서로 이로울 수 있도록 고안한, 친환경 이상의 아이디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녹말이쑤시개도 환경을 생각한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땅이라면 한두달, 물 속에서는 3시간이면 완전히 풀어 없어지는 이 녹말이쑤시개는 최근 억새로 업그레이드 되어 농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는 은혜롭고 따뜻한데다가, 무엇보다도 기발하고 재미있다.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어둠을 밝히는 전기를 연결한 '언차티드 플레이(Uncharted Play)' 역시 두 여대생들의 즐거운 상상에서 비롯됐다.

많은 나라들에서 전기 부족으로 불편을 넘어 위험에 놓인다. 아프리카의 경우 부족한 전기 대신 등유램프를 주로 쓰는데, 등유를 구입하는 비용이 월수입의 30%까지에 이르며, 매년 등유 관련 화재로 160만명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하버드의 제시카(Jessica O. Matthews)와 줄리아(Julia Silverman)는 아이들이 흔히 갖고 노는 축구에 착안, 축구공 전력기 'The Soccket'을 만들어냈다.

이 축구공으로 아이들이 30분을 놀면 3시간 빛을 밝힐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된다. 공 윗면의 구멍에 LED램프와 연결된 선을 꽂기만 하면 밤에도 안전하게 움직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낮에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밤에는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출시된지 4년만에 100만개가 넘게 개발도상국에 전해졌다.

▲ '언차티드 플레이'의 축구공 충전기.

기업들도 앞다투어 상용화

이 밖에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따뜻한 아이디어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호텔에서 한두 번 쓰고 버려지는 비누를 모아 가난한 나라들의 유아사망률을 낮추는 비누프로젝트, 어린이들이 수킬로를 걸어 물을 길어올 때를 위한 굴리는 수레, 스티로폼 대신 버섯포자를 이용해 완전 분해가 가능한 포장재 등 기업들도 이 아이디어들을 적극 상용화시키는 추세다.

불신과 탐욕이 넘쳐나고 저마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사는 세상같지만, 은혜를 낳고 짓는 사람들의 착한 마음들은 여전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기분 좋은 상상,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드는 아이디어. 발명가들은 흔히 '조금만 더 바라보고 약간만 더 생각하면 찾아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아이디어,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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