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 보는 유물

▲ 지팡이(1930년, 크기 90cm).
이 지팡이는 소태산 대종사가 금강산 산행 시 사용했던 것이다. 몇몇의 초기 교단 사진 속에서 소태산 대종사의 지팡이 수용상태를 확연하게 확인해 볼 수 있는 귀한 유물이다.

〈대종경 선외록〉에 의하면 대종사는 평발이기 때문에 먼 곳을 걸어 다닐 때면 힘들어 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금강산 산행 시에 소태산 대종사가 비교적 젊은 연세이지만 안전장비로도 사용했고, 실제로 발이 빨리 피곤해지므로 지팡이가 필요했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가 있겠다.

이 지팡이는 대종사가 보통의 오른손잡이가 아니라 왼손 사용한 분 또는 양손 사용한 분으로 추측할 때 증명시켜준 유물이기도 하다.

한 예로 석굴암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 속 소태산 대종사는 왼손에 지팡이를 잡고 몸을 의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의 추측을 좀 더 확신에 가깝게 다가가게 한 유물이다.

필자는 '유물로 찾아뵙는 대종사님'이라는 타이틀로 교당 순회강의를 하면서 소태산 대종사는 왼손을 주로 사용한 분이라고 결론 지으며 밝힌 바가 있다. 그것은 법상을 보수하기 위해 닦고 사진 찍는 과정에서 법장을 두드린 곳의 흔적이 한쪽 즉 오른쪽만 아니라, 왼쪽에도 나타나 있어서 의문을 풀어가는 작업을 하였다. 즉 이 법상에는 몇 분이 앉으셨을까? 막연한 호기심에 당시 어른들에게 여쭈었더니, 3분의 종법사만 사용하였다는 아주 명쾌한 답을 들었다. 필자는 곧장 3분 종법사 직계 가족들에게 여쭈었더니 소태산 대종사 셋째 아들인 경산 박광진 정사가 "내가 어릴 때 대종사님은 무거운 가방을 들때와 비빔밥을 비빌 때 왼손으로 하셔서 따라 해본 적이 있다"고 증언해 주었다.

우리는 소태산 대종사를 새 부처님 주세불로 모시면서 한편으로 평범한 성자라고 하였다. 신기한 자취나 흔적을 구하고 특별한 신화 속의 대종사 모습으로 부각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으로 대각을 하고 희로애락을 대중과 함께하면서 새 회상을 건설하고 가르쳐 왔던 소태산 대종사의 일대기를 통해서 붙여진 칭호일 것이다.

우리는 지팡이나 법상 하나를 통해서도 소태산 대종사의 전혀 몰랐던, 인각적인 면모를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를 친견하고 시봉하였던 선진이 직접 저술하였던 〈대종경 선외록〉을 통해서 고증되었던 대종사의 신체적 특징인 평발, 지팡이라는 유물과 그 사진을 통해서 소태산 대종사는 왼손을 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가 있었고, 범산 이공전 원로에 의하면 서류 결제와 글씨를 쓸 때는 오른손도 사용하여 양손을 다 사용한 분인 것을 거듭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의 우뇌와 좌뇌의 오묘한 조화 속에 지구상의 가장 합리적인 교단이 창립된 것이란 자부심이 솟아오르곤 한다.

<원불교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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