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락페스티벌, 음악이 주는 자유와 여유

평범한 여름휴가보다는 조금 다른 '특별한' 휴가를 제안한다. 트렌드가 변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연령과 성별, 구성원에 따른 다채로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뜨거운 여름, 휴가의 달 7월에는 4가지 재미있는 휴가의 현장을 소개하고 간접 체험을 지향한다. (편집자 주)

▲ 레인보우 아일랜드에서는 스타쉐프 채낙영의 '쿠킹쇼'같은 트렌디한 이벤트에 관객들이 몰렸다.

오랜 가뭄을 가르는 시원한 비가 온 6월20일, 춘천의 남이섬 선착장은 울긋불긋 개성넘치는 복장들의 사람들로 붐볐다. 이틀 동안 캠핑과 함께 열리는 락페스티벌 '레인보우 아일랜드(이하 레인보우)'에 참가하기 위해 빗속을 뚫고 달려온 '락페족(族)'들은 섬에 닿기 전부터 들떠 있었다.

여름만을 기다리는 락페족들

음악으로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락페'라고 줄여 말하는 락페스티벌이 곳곳에서 열리며, 참가자들 연령도 20대 청년들에서 중년이나 가족들로 확대되고 있는 까닭이다. 대부분 캠핑과 같이 펼쳐지는 넓은 야외 공간에서의 며칠은, 락의 광팬이나 해당 뮤지션의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본격적인 락페는 7~8월에 집중되어 있으니, 레인보우는 테이프를 끊는 첫 주자격이다. 1박2일 남이섬 전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무대와 이벤트는 올해 5회 째로, 김창완밴드와 정기고, 빈지노,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메인 뮤지션으로 나섰다.

미국의 69년 우드스탁을 그 뿌리로 보는 야외 락페스티벌이 국내에서 시도된 건 1999년 인천에서였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나 일본의 후지락페에 견줄 수 있는 대한민국만의 락페를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계는 대단한 준비를 했으며, 최고의 뮤지션이던 딥 퍼플,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TM)등이 초청되고, 국내 팀으로는 김종서, 김경호, 윤도현밴드 등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야심차게 준비됐던 최초의 락페는 기록적인 폭우로 공연들이 취소되는 참사가 빚어지고 말았다. 이 씁쓸한 실패는, 2년 뒤 재도전에서도 예산부족과 티켓판매 부진이라는 고배로 연결됐다. 이후로도 2006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등장까지 몇 년을 고전해야 했던 락페들 중, 그나마 2000년 부산시와 지역 뮤지션들이 함께 한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은 애초부터 관람료를 무료로 한 해변의 음악 축제에 컨셉트를 두어,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이 즐기는 지역 페스티벌이 됐다.

다양한 이벤트로 가족단위 참가 늘어

이처럼 초창기엔 외국인이나 20대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락페는 참가자의 폭을 확대해 하나의 문화이자 여름휴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이섬의 레인보우 역시 뮤지션과 직접 만나고 즐기는 레크리에이션을 확대해 많은 가족팀들이 함께 했다.

오후1시부터 새벽1시까지 두 곳의 스테이지에서 번갈아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남이섬 곳곳에 펼쳐진 이벤트 무대에서는 김창완밴드의 '청춘들을 위한 축배연사' 선창, 에디킴과의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의 '철인 5종경기', 소심한 오빠들과의 '명랑 대운동회' 등이 진행됐다. 여러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프로모션도 성황을 이뤘으며, 먹거리를 파는 부스엔 늘 인파가 몰렸다.

락페가 트렌드를 읽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만큼, 최근 유행하는 모든 것들이 레인보우에 있었다. 요리하는 '쿡방'이 대세이다보니 스타쉐프 채낙영의 '침샘폭발 쿠킹쇼'가 인기를 끌었으며, 아프리카와 남미의 전통음악과 쌈바 춤을 공연하는 '에스꼴라 알레그리아'팀의 쌈바스쿨로 100명이 넘는 인원이 군무를 추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락페에서 가장 핫한 시간인 해질무렵에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김창완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로 시작된 김창완밴드의 공연은 한 시간 넘게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감동을 이끌었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더 잘 따라부르는 김창완밴드의 음악들로, 남이섬 전체가 하나의 마음으로 묶였다.

▲ 에스꼴라 알레그리아의 쌈바댄스 수업으로 많은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음악과 캠핑이 어우러진 여름휴가

이틀 동안의 공연을 위해 참가자들은 인근에 숙박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캠핑도 함께 했다. 캠핑 장비가 없어도 몇만원에 대여받을 수 있고, 샤워시설도 깔끔했다. 다만, 다른 락페 캠핑과는 다르게 남이섬 전체의 규칙인 취사금지가 적용됐다.

레인보우는 메르스와 폭우라는 이중고에도 1만5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을 이뤘다. 음악만을 위한 페스티벌이 아닌, 한적한 야외 공간에서의 휴식과 다양한 체험, 즐거운 이벤트들과 함께 하는 여유로움이 락페 인기의 원동력이다. 락페에 왔지만 공연 하나 보지 않고 옆 텐트 캠퍼들과 친구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유로움이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여름휴가는 락페스티벌'인 이유다.

어떤 락페에 가볼까?

메르스 여파로 일부 취소가 되거나 축소되기도 했지만, 여름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락페족들을 위한 무대는 얼마든지 있다. 락페의 양대산맥인 펜타포트와 안산M밸리는 각각 8월초와 7월말 사흘동안 열린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리는 펜타포트는 스콜피온스, 서태지 등이 출연하며, 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신해철을 추모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대부도에서 열리는 안산M밸리는 세월호 참사로 작년 열지 않았던 만큼 라인업에 공을 들였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 푸 파이터스, 케미컬브라더스 등이 출연한다. 부산 삼락생태공원의 '부산 록 페스티벌'은 장미여관, 소찬휘 등 국내 뮤지션들이 참여한다.

락페스티벌은 한적한 공원이나 해변을 떠나 도심으로도 파고들었다. 8월중순 클래지콰이, 노리플라이 등이 출연하는 사운드베리는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며, 패션쇼와 함께 열리는 서울걸즈컬렉션은 7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최근 몇 년 사이 재즈나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직페스티벌도 늘어났다. 7월 한달동안 남산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여우樂(락)은 국악의 다양한 변주를 들려준다. 째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시인 고은, 가수 이상은 등과의 콜라보레이션과 세계적인 뮤지션들과의 협연이 준비되어 있다.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열리는 더 메디치는 음악, 영화, 디자인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다. 영화감독 장진, 가수 타블로, 디자이너 안상수 등이 무대에 오른다.

'여름휴가는 집에서'를 외친다면 가을을 기대해도 좋다. 9월 중순에 열리는 렉츠락은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에서 열리는 가을 대표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이적, 노브레인, 장미여관 등이 출연한다. 같은 날 여의도의 원더우먼에는 박진영, 장기하와 얼굴들이 출연하며, 한국 재즈페스티벌의 대명사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10월 초 가평의 자라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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